같은 시간, 다른 우리

"약속 시간까지는 아직 한참 남았는데?"

by 김명진

8시 30분.


약속 시간이 9시라면 내가 미리 도착하는 시간이다(무조건 30분 정도는 미리 도착해야 마음이 편하다고 할까나). 친구와의 약속, 학교 강의 시작 시간, 회사 출근 시간까지 예외는 없다.


시간 약속을 지키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명언이나 책들은 정말 많다. 하지만 여전히 늦는 사람들은 항상 늦게 오고, 일찍 와서 자신의 시간을 지각하는 타인에게 쏟아붓는 이들의 차이는 그 경계가 사라지기는커녕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우리 모두는 어느 쪽에 해당하는 사람인가.

지난 주말, 약속 시간이 9시였고 목적지까지는 대략 30분 정도가 걸리는 거리였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8시 30분 전후로 출발했을텐데, 나는 늘 그랬듯 8시 출발을 목표로 준비했다. 하지만 그날은 준비하고 예상했던 출발 시간보다 5분 정도 늦은, 8시 5분에 집을 나섰다.


마음이 괜히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초침이 몇 걸음 흘러가지 않은 손목시계를 계속해서 바라봤고 아침에 늦게 된 원인을 떠올리기까지 했다. 분명히 약속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었고 일찍 출발했기에 나는 정해진 약속에 늦은 사람도, 늦을 사람도 아니었다. 항상 일찍 도착하던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내 마음을 다급하게 만들었을까? 약속 시간을 아예 30분 당겨서 생각하게 되는 습관이라도 생긴 걸까?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함과 초조함에 스스로도 적잖이 놀랐던, 매우 이상한 날이었다.

어쩌면 우리 모두 이러한 불안함과 초조함을, 눈 뜨는 아침부터 감당할 수 없는 피곤함에 잠드는 저녁까지 안고 사는지 모르겠다. 모든 세대가 우리는 그 어느 시기보다 빛나는 청춘이라며 떠받들어준다. 그렇게 우리가 생각하는 취업과 독립, 혹은 개인적인 성공의 마감 시한이 그러한 기대에 발맞추어 꽤나 빠른 시간에 설정되어 온 게 아닐까.


취업과 꿈을 찾아가는 시간. 우리가 마음속으로 예상했던 시간이 9시라면, 어려운 환경과 사회의 부담감 등이 우리에게 말하는 시간은 그보다 훨씬 빠른 6시나 7시쯤이 된 것만 같다. 사실 우리는 9시까지만 달려가도 되는 개개인이지만 무언가에 홀린 채, 때로는 주변의 성공이 부러워 더 빠른 시간까지 달려가야만 하는 사람처럼 서두르다 넘어지고, 상처 입고, 아파한다.


스스로 판단한 나와의 약속 시간이 9시라면, 옆에서 8시 도착이 목표인 사람이 뛰어간다고 함께 조급해하지 않는 우리가 되었으면 한다. 약속 시간이 8시인 사람 약속 시간이 9시인 나보다 미리 준비하고 출발하여 달리고 있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현상이 아닌가. 내가 세운 기준과 목표, 예상 시간에 맞춰 달려야 너무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

지금 어딘가로 달리고 있는, 혹은 달려나갈 준비를 마친 당신의 약속 시간은 언제인가. 거리를 걷는 수많은 사람들의 약속 시간은 나와 같지 않기에 누군가에 비해 늦었다고 상처받을 필요도, 조금 빨랐다고 자만할 필요도 없지 않을까.


시계를 보니, 내 약속 시간은 아직 한참 남은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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