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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정실 Oct 29. 2022

3. 살을 찌우지 말거라

2부. 아버지의  인생 수업 - 섭취의 중요성


'비만(肥滿)'은 질병이다.
세계 보건기구(WHO)는
1998년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했고
암을 유발하는 대표적 원인으로 문서화했다.



"쯧쯧쯧... 살을 빼야지. 어찌 저렇게 관리를 안 하고..."

TV를 보던 아버지의 한 말씀이다. 아버지는 유독 살찌는 것에 대해 민감했다. 우리 집은 '배달의 민족'과는 거리가 멀다. 다시 말해 '야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50년간, 밤에 치킨을 먹기 위해 식구가 둘러앉은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웬만한 음식과 간식은 출중한 아버지의 요리 솜씨로 해결이 되긴 했어도 아이들의 입맛은 그의 담백한 요리보다 달고 짜고 튀긴 음식을 원했다.


이십 대 22인치의 개미허리가 마흔이란 경계를 넘더니만 앞이나 뒤나 구분 없는 배를 만들어 냈다.

"좋은 일 있어? 보기 좋네"라는 영혼 없는 친구들의 말은 진실이 아니다. 먹는 것이 풍요롭지 않던 시절, 케케묵은 과거에는 남산만한 배는 '부(富)'의 상징이었기에 두둑한 배만 보아도 '사장'과 '운전기사'의 구분이 가능했다. 지금은 어떨까. 집집마다 살 빼는 다이어트 약이 쌓여 있을 정도로 눈치 없이 아무 때나 올라오는 '살'에 민감하다. 정확히 말하면 '지방'에 민감한 것이다.  


부모가 장성한 자식들에게 잔소리를 하실 때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아버지의 이유 있는 항변은 바로 지방, 그중 '트랜스지방'이란 녀석이다.


트랜스 지방은 무늬만 '지방'일뿐
지방이 아니다!
'독'이다.


지금도 '일일 1 떡볶이'(하루에 한 번쯤 떡볶이)를 즐기는 내게 애착 넘버 원 음식은 역시나 국민 간식인 떡볶이와 찹쌀 꽈배기다. 어지간히 맛있어야 하는데 이 두 가지 간식은 마치 신이 창조한 듯 훌륭하기 그지없다. 가끔씩 먹는 정크푸드와 외식 간식에는 우리가 늘 주의해야 한다는 세 가지의 백색 가루가 과하게 들어있다. 설탕, 소금, 밀가루! 하지만 '트랜스 지방'에 비하면 이것은 '귀여운 경고'다. 도대체 얼마나 나쁘기에...


트랜스 지방은 심장병, 암, 당뇨병의 원인이자 주 유발 성분이다.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LDL)은 높이고, 좋은 콜레스테롤(HDL)은 낮추기까지 하는 무시무시한 녀석이다.


"아빠, 살이 좀 찌면 어때?"

"잘 먹고 건강하면 상관없지. 뱃살이 찌면 큰 문제야"

"왜? 티도 잘 안나는 구만"

"뱃살은 성인병을 불러와. 성인병이 무서운 건 사람이 사람 꼴을 못하게 만드니까."


건강검진을 하면 기본적으로  배 둘레를 재고 피검사를 한다. 이유인즉 몸에 나쁜 중성지방은 가슴 명치 아래부터 아랫배에 둥지를 틀고 몸을 망가뜨릴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배 둘레만 재도 성인병의 위험치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성인병이 시작되었다는 것은 바로 '트랜스지방'의 목표 완수로 축포를 떠트리는 순간이라고 보면 된다. 나쁜 콜레스테롤이 높아지면서 고지혈증이 나타나고 혈관에 피딱지를 만들어내다가 피의 흐름을 방해하는 순간, 뇌로 가면 '뇌경색', '뇌출혈', 심장으로 가면 '심근경색', 췌장의 역할을 방해하면 '당뇨', 정체불명의 유기체로 존재한다면 '암'이 되는 것이다. 뿐인가 학회 보고지에 따르면 현대인의 심각한 '우울증' 또한 발병 원인이 트랜스 지방이 가득한 음식에 있다고 보고되어있다.


전 세계는 트랜스 지방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오죽하면 세계 보건기구(WHO)에서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했을까. 안 먹고살 수는 없다. 지리산 속에 들어가 '자연인'으로 산다고 해도 식자재의 많은 재료에 트랜스 지방이 가득하기에. 그렇다면 트랜스 지방에 대해 정확히 알고 적게 먹는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勝)이라 했지 않은가.




트랜스 지방은 액체인 식물성 기름을 고체로 바꾸기 위해 수소를 첨가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지방이다. 트랜스 지방의 탄생은 액체를 고체로 만들면 보관하기 편할 뿐만 아니라 기름이 산소와 만나 맛이 변질되는 '산패'를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가공식품에는 트랜스 지방이 혁신적인 개발 재료가 되는 것이다. 빵, 초콜릿, 감자튀김, 팝콘, 가공육 등 특히 마가린과 버터의 형태로 제공되는 무수한 많은 인스턴트식품이 이에 해당된다.


자연에서 얻은 음식들의 지방은 불포화 지방산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체내에서 대사 되어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트랜스 지방은 몸에 들어온 이상 분해되거나 배출이 되지 않고 계속 축적만 일어나게 된다. 특히 체지방을 복부로 재배치를 하는데 이는 지방이 안정적으로 활동하기에 충분한 공간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문제로 WHO는 전체 열량 중 트랜스 지방의 섭취 비율을 1% 미만으로 제한하고 있고 한국도 일일 트랜스 지방 섭취량을 2g으로 제한하고 있다.

중앙일보의 '트랜스 지방의 위험'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한 고등학교 남학생이 점심으로 햄버거 한 개(140g), 치킨너깃(9조각), 프렌치프라이(140g)와 애플파이(100g)를 먹은 것만으로도 트랜스 지방은 약 18g이나 된다고 한다. 세계 보건기구(WHO)의 하루 섭취량 2.2g, 한국 섭취량 2g 대비 7배나 되는 양을 먹은 셈이다. '콜라'를 제외했음에도 말이다.



혈관의 적인 트랜스 지방이 많은 음식을 열거하자면 끝도 없다. 가장 많이 들어간 음식만이라도 피해 가자.

티스푼 1개 분량에 트랜스 지방이 2g이나 들어있는 마가린을 피하도록 하자. 값이 저렴한 부분 경화유를 쓰는 식당이나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파는 튀김을 적게 먹자. 빵과 과자의 원료로 사용되는 쇼트닝은 부분 경화유로 가득 차 있으니 구입할 때 제품 라벨에 표기되어 있는 쇼트닝 함유 여부를 체크하면 좋다. 장기 보관이 가능한 케이크, 쿠키, 도넛은 트랜스 지방 덩어리라고 보면 된다.


생산비를 절감하고 소비자 입맛의 중독을 이용한 기업의 상술이 지금의 트랜스 지방을 만들어 냈다. 우리가 설탕이라고 알고 있는 액상과당, 유전자 조작된 옥수숫 가루, 인공 착향료 치즈처럼 보이는 셀룰로스 등 첨가된 화합물이 현대인을 유혹한다. 

미국 드렉셀 대학 영양학부 부교수인 Brandy-Joe Milliron는 "암 유전자가 있다고 해서 반드시 암에 걸리는 것이 아니라 식생활 습관이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주변을 둘러보면 혈압약과 고지혈증 약을 매일 복용하는 이들이 수도 없이 많다. 마치 영양제처럼.

잠시 연락이 뜸했던 선배들과 연락이 닿으면 스탠트 시술을 받은 이도 있고 훈장이라도 하나 단 듯 '제세동기'나 '인공심박동기'를 시술한 이들도 심심찮게 본다. 뿐인가 얼마 전 10년 지기 친구는 이른 나이에 뇌경색으로 재활 치료 중이다.


"병원에 누워서 자식 고생은 시키지 말아야지"라며 입버릇처럼 말씀하시던 아버지가 85세까지 소식을 하시며 관리했던 것은 바로 혈관의 치명적인 독, 바로 '트랜스 지방' 관리였던 것이다. 


완연한 가을이다. 여의도의 2.5배 크기의 공원을 가지고 있는 상암동에 거주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운동하며 뱃살을 빼기에도 좋은 날씨다. 


트랜스 지방?
먹지 않고 살 수 없다면
적게 먹고살자!!!



- 이 글은 아버지가 생전에 딸에게 당부하고 또 당부하던 말씀을 엮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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