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정실 Oct 30. 2022

5. 나랏밥을 먹기 전까지 노후를 준비해라

2부. 아버지의 인생 수업 - 노후준비의 중요성


가난에 대한 두려움이
삶을 지배하도록 내버려 두면
그대가로 당신은
먹기는 할 것이나 살지는 못할 것이다.
- 조지 버나드쇼



"언니, 나 개인회생 신청한 지 6개월 됐어. 최근 대출이 있어서 갚긴 해야 하지만 대출의 40%는 탕감되어서 한 숨 돌리고 있어. 일하면서 조금씩 갚기만 하면 돼"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경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지난번 지인으로부터 사기를 당해서 대출만 1억 넘게 끌어안은 모양이었다. 다행히 회생제도를 통해서 한 숨 돌리게 되었다는 이야기다. 


"누나, 나 파산 신청했어. 변호사 말로는 법원에서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기다려 보라네."

마술 하던 남자 후배 정우는 파산을 신청했다. 참 열심히 살던 후배였는데 코로나에 직격타를 맞으면서 일자리를 잃은 후배였다. 열심히 살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니 잘했다며 응원을 해주었다.


경희는 나이가 49세, 정우는 48세 중년이다. 노후를 한창 준비해 두어도 모자랄 판에 회생에 파산하라니 안타깝다. 남일이 아니다. 오늘 자 뉴스를 보아도 국내 개인파산 신청 건수가 여전히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60대 이상과 20대 등 경제 취약 연령대의 파산 비율이 지난 10년 새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빈곤과 금리 인상으로 인한 채무 부담 등이 파산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했다. 게다가 정부가 회생의 문턱을 낮춰주고 난 후, 20대, 30대의 주식·코인 투자 실패로 대출을 면제받기 위해 몰려들었는데 다중채무액이 무려 158조에 달한다고. '빚투(빚을 내 투자하는 일)'의 결과다. 




아버지 시대에는 '나랏밥'이 존재하지 않았다.  나랏밥? 바로 '국민연금'이다. 65세부터 국민연금을 타는 내게 늘 말씀하시기를 '나랏밥을 먹기 전까지 노후를 준비하라'라고 하셨다. 다시 말해, 아무리 늦어도 65세까지는 노후를 준비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허투루 단 돈 1원도 쓰지 않으시는 아버지를 닮지 않은 나는 적당히 잘 모으고 적당히 잘 쓰는 편에 속한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25년이란 시간을 금융인으로 살아왔고 조기 퇴직 후, 사업이며 프리랜서로 다양한 일을 해 오면서 돈을 버는 일에는 성공했지만 돈을 지키는 일에 서툴렀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는 하지만 '투자'에 대해 너무 잘 알고 공부해 왔던 내게는 '독'이 되었다. 현재 내 재정의 상태는 썩 좋은 편이 아니다. 늦은 후회일지 몰라도 예전 아버지의 말씀처럼 나랏밥을 먹기 전까지는 노후 준비를 다시 시작해 볼 생각이다. 지금부터라도.


100세 시대에 과연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돈은 얼마일까? 단순 계산으로는 한 달 생활비에 100세까지 남은 개월 수를 계산해 보면 되지만 실은 이 계산은 오류가 많다. 그래서 리서치 보고서에서는 평균 생활비라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올해, 부부 2인 65세 기준, 250만 원이 최저 생활비다. 약간의 취미생활을 하는 중산층의 생활을 하려면 여기에 100만 원이 추가되어 최소 350만 원이라고 한다. 만약 자녀의 결혼으로 목돈을 마련해 주려 한다거나 노부모가 계셔서 부양을 하게 되는 비용들은 제외하고 말이다. 각자의 환경에 맞춰 미리미리 준비해 놓아야 한다.


돈을 모으는 일, 돈을 쓰는 일, 돈을 불리는 일, 돈을 지키는 일은 모두가 영역이 다르다. 이 중 어떠한 것이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다고 순위를 매길 수는 없지만 '돈을 잘 지키는 일'에 능숙한 사람이 가난해질 확률이 더 낮다는 통계는 나와 있다. 단지 적게 쓰라는 것이 아니라 지혜롭게 쓰라는 말이다. 때때로 '꼴' 조차도 보기 싫은 상사로부터 싫은 소리 들어가며 노동력을 제공하고 벌어 온 돈이지 않은가. 나의 경험을 뒷받침해 기억에 남는 세 가지만 적어 본다.  


급여가 입금되었다면

첫째, 저축할 돈을 미리 챙겨 두자.

투자를 주로 공격적으로 했던 나는 저축할 돈을 미리 챙겨두지 못한 것이 후회스러울 때가 많았다. 이유는 당당했다. 금리가 낮다는 이유로. 조금씩 저축해 둔 돈은 종잣돈이자 예비비로 쓰이는 법인데 결국 뭉칫돈은 이 종잣돈의 힘이라는 것을 너무 늦게 알았던 것이다. 


둘째, 빚을 두려워해야 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레버리지'를 마치 내 돈인 듯 착각하고 산다. 아마 소 꼴을 먹이고 밭을 일구던 질퍽한 압구정 땅이 천지개벽하듯 변하면서 대한민국의 집값을 선도할 때부터인가 보다. 대출을 받아 갭 투자를 해서 아파트를 사면 아침에 눈뜨고 일어날 때마다 가격이 미친 듯이 뛰어올랐으니 그도 그럴만하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나날이 금리가 오르고 잘못 받은 대출이 언젠가는 나의 발목을 붙잡게 된다. 마치 지금 개인회생을 하거나 파산을 하는 나의 후배들처럼 말이다. 금융인의 한 사람으로서 빚의 합리적인 비율은 자산의 30~35%로 산정하고 있다. 당장 꿀 맛 같은 대출의 유혹에 빠져 급여의 반 이상이 대출이자로 담보 잡히는 어리석은 행동을 하지 않기를 바란다.


셋째, 공격적인 투자는 일부만 하라.

저축을 꼬박꼬박 하면서도 가용할 수 있는 돈이 조금 남았다면, 추가로 돈을 벌기 위해 주식에 투자하는 것은 좋은 기회가 된다. 주식, 채권, 비트코인 등 투자 수단은 많다. 단, 주식과 비트코인은 안정적인 투자 방법에 속하지는 않는다. 투자하기 전, 장기적으로 돈이 묶일 수 있거나 50% 이상을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투자를 해야 한다. 공격적인 투자는 급여생활자라면 30%를 절대 넘기지 않도록 원칙을 정하자. 나의 경우는 공부한 바, 확실한 기회라고 느끼면 70~80%도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했다. 99번의 투자가 성공했다 해도 1번의 실패가 생기면 자산의 80%를 잃게 되는 어리석은 일이었다. 공격적인 투자는 반드시 일부만 해야 한다.


요즘 자기 계발서 중 '돈'에 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갑자기 돈을 벌게 된 신화 스토리를 담고 있는 책들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 않는다. 세상엔 공짜가 없는 법이니까. '돈'을 벌고 싶다면 매월 자신의 노동력이 제공되어 받는 급여의 힘을 믿어라. 정기적으로 받게 되는 돈이 '종잣돈'을 만들고 그 종잣돈으로 원칙을 지키는 투자를 하게 되면 큰 무리 없이 노후를 준비하게 될 테니까.


벤자민 프랭클린은 '한 푼 아낀 것은 한 푼 번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다. 맞다. 돈을 버는 것보다 쓰는 것이 중요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전 세계가 고인플레이션으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발맞추어 소비도 지혜롭게 하자. 우리 모두 멋진 노후를 위해!


- 이 글은 아버지가 생전에 딸에게 당부하고 또 당부하던 말씀을 엮은 글입니다.  

이전 09화 4. 결이 고와야 때가 묻지 않는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