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am Management

팀 그리고 사람. 그 어렵고도 심오한 세계.

by 이상민

쇼피의 물류팀장 자리는 여러 가지 의미로 다른 도전이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1. 지금까지는 외국계 제조업 회사에서 일했지만, 쇼피는 이커머스 회사이자 테크 회사였다. 여기서 처음으로 Product라는 것이 꼭 유형의 제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이후 쿠팡에서는 업무의 70~80%가 Product 팀과의 논의/협업이었다)

2. 이커머스 회사였기에 물류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더 컸다.

3. 미국계/유럽계 회사가 아닌 싱가포르 회사였다.

4. 처음으로 비즈니스 리더(=한국 지사장님)께 직접 보고하게 되었다.

5. 한국 지사장님 포함, 한국 오피스 약 130여 명의 직원 중 내가 최고령자였고, 싱가포르 본사 CEO 가 나랑 동갑 (82년생)이었다.

6. 한국 오피스 전체 직원의 약 70~80%가 여자분들이었다.

7. 처음으로 Wework 오피스에서 근무해 보았고 (몇 달 지나지 않아, 빠르게 인원이 커지면서 센터필드로 사무실을 옮긴다), 급격하게 인원이 많아지는 환경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그리고.


8. 실무를 깊게 알지 못하는 상태로 팀을 리딩해야 했고,

9. 팀원의 팀장 평가가 시스템화되어 있었다.

10. 약 1년 후, 일본팀을 같이 리딩하게 되었고, 이는 Remote Team management 능력이 요구했다.


재미있는 건 Team Management라는 카테고리로 묶을 수 있는 8번과 9번, 그리고 10번이었다.


코닥/필립스/다이슨을 거치며 발전시켜 온 내 장점은, 제조업에서의 물류와 시스템 (창고 운영, 3PL 관리, 시스템 디자인 및 인티그레이션)이었으나, 쇼피의 주된 관심은 한국과 도착지 국가에서의 수출/수입 통관, 그리고 국제운송에 대한 비용절감과 리드타임 감소였다.


다행히 시니어 팀원들 모두가 포워딩 혹은 3PL 출신으로, 해당 업무에 대한 전문성이 충분한 상황이었고, 동시에 싱가포르 팀 또한 한국에 깊게 관여하며 서포트하고 있는 시기였기에 직접적인 실무 경험이 부족한 것이 당장의 큰 어려움은 아니었다.


물론, 이후 쿠팡에서의 내 업무 스타일 (Senior Program Manager 로서 임원 보고와 팀 리딩 그리고 개별 프로젝트 관리 및 Daily Operation, 데이터 Deep Dive를 동시에 했던)에서 가질 수 있었던 속도/디테일/리더십을 돌아보면, 쇼피에서도 실무를 직접 하며 팀을 리딩 했어야만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다만, 쿠팡에서의 업무 스타일은 나를 Star Player로 만들어주면서 훌륭한 팀 내/외부 평가결과를 제공했지만, 동시에 2년 후 다른 여러 가지 상황과 맞물려 Burnout의 원인이 된다.)


쇼피는 People에 대한 진지한 관심이 있는 회사였고, 전사적으로 지속적으로 People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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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안했던 Office Day 때, 딸과 함께 사무실 방문해서 찍은 사진. 딸은 아직까지도 이때를 너무나도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또한 보다 나은 People Management를 위해 이를 시스템화 한 회사였다. 팀원들은 정해진 기간에 팀장에 대한 피드백을 무기명으로 제출할 수 있었고, 이 자료는 팀장 본인뿐만 아니라, 팀장의 매니저, 내 경우에는 한국 지사장님까지 볼 수 있었다.


팀장 평가.

쇼피는 시스템화되어 있었지만, 난 다이슨 시절부터 내 팀원들의 피드백을 솔직히 듣고자 노력했다.

그래서 2가지를 시도했었다.

먼저, 다이슨 시절 내 직속상관이었던 분과 내 팀원 모두에게 다음과 같이 부탁했다.


"난 더 나은 리더가 되고 싶다. 그런데 아무리 내가 나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하더라도 팀원 입장에서는 팀장인 인 내게 주는 피드백 - 특히 부정적인 경우 솔직하지 못할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내 직속 매니저와 내 팀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서, 내가 없는 상태에서 나에 대한 피드백을 팀원들이 해달라. 난 그 피드백을 내 직속 매니저로부터 듣겠다."


또한 내가 퇴사를 팀원들에게 알렸을 때도, 그들에게 1가지를 퇴사 선물로 부탁했다.


"내가 어떻게 하면 더 나은 리더가 될 수 있을지 아이디어가 있을 테니, 그걸 적어서 내게 선물로 달라."


이런 방법을 통해 보다 편안한 방법으로 나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었고, 나는 쇼피에도 비슷한 방법을 도입하고자 했다.


1. 팀원들에게 우리 팀은 무조건 100% 팀장 평가를 솔직하게 제출하도록 지속적으로 독려한다. 결과적으로 내가 관리하던 팀은 항상 100% 제출을 보여줬다.

2. 팀원들이 제출한 피드백을,

1) 메일로 먼저 Summary를 보냈다. 이 메일은 당신들이 어떤 의견을 제시했고, 내가 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으며, ~한 부분은 ~게 바꿀 것이지만, ~한 부분은 회사 혹은 나의 원칙 및 방향성이기에 바꿀 수 없다.

2) 이어서 팀 미팅을 통해 보다 자세한 내용을 공유하며 하나씩 디테일하게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3) 이후 팀원들과 1:1을 통해 내가 의도한 바가 잘 전달되었는지를 체크하고 피드백을 받는다.


어땠냐고?

팀장평가가 공개되는 시점은 쇼피에서 근무하던 약 2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가장 힘들고 아픈 시간이었다.

내 퍼포먼스 결과를 오픈하는 것보다 더욱 떨리고, 또한 부담되는 시간이었다.


팀원들은 논문에 가까운 장문의 내용을 공유하며,

내 변화의 속도가 느리다는 것에 불만을 표했고, 내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다양한 어조 (어떤 내용은 상처가 될 만큼 표현이 강했다)로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래도 난 이 방법을 계속해나갔다.

듣고 싶었고,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바꾸고자 했고, 그래서 더 나은 리더가 되고자 했다.


그래서 그 결실을 보았냐고?


글쎄.

쇼피에서 그 결실을 보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퇴사하고 나서도 몇몇 팀원들과는 여전히 온라인으로, 전화로, 혹은 직접 만나 맥주 한 잔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곤 하지만, 팀장으로서 내가 쇼피에서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했는지에 대해서는 자신이 없다.


아니, 보다 솔직해지자.

난 쇼피에서 내가 원하던 수준만큼 훌륭한 리더십을 발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때의 경험과 배움, 그리고 팀원들의 강렬한 피드백이,

쿠팡에서 팀장으로 내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해 주었고,

그 결실이 쿠팡에서의 훌륭한 개인/팀 성과로 나타날 수 있었다고 믿는다.


...


쇼피에서는 한국 물류팀뿐만 아니라, 소수 인원이 근무하던 일본 물류팀도 같이 맡게 되었다.

어느 날 지사장님이 오셔서 한 말씀.


"상민님, 좋은 소식이 있어요! 한국팀 리딩하시는 걸 보니 일본팀도 같이 맡으셔도 될 거 같아요!"


당시 일본 물류팀장이 이미 있는 상황이었고, 나보다 경험과 나이가 많은 여자분이었다.

갑작스럽게 팀 구조가 변경되었고, 나는 그 친구와 1:1을 하며 어떻게 우리가 같이 일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진지한 논의를 하고, 이후 일본 출장에서도 함께 오랜 시간을 보냈다.


둘 다 한국과 일본에서 가장 경험과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었고,

고양이를 키운다는 공통점도 있었고,

처음으로 이커머스로 넘어왔다는 어려움도 가지고 있었다.


훗날, 내가 쇼피를 떠난다는 말을 하자, 이 친구는 1주일 만에 본인도 떠나겠다고 회사에 알려왔다.

내가 없는 상황에서 다른 부서와 좋은 관계로 일할 수 있을 것 같지 않고, 자신의 어려움을 이해해 줄 사람도 남아있지 않다는 이유였다.


이 친구는 퇴사 후,

동물의 복지를 위해 본인의 사업을 시작했고,

링크드인을 통해 종종 소식을 듣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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