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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에만 해도 십 수개의 카페들이 즐비해있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브랜드 커피부터 감성충만 개인카페와 기계로만 운영되는 무인카페까지. 디저트 카페와 빵집까지 더 하면 서울에 커피의 향이 마치지 못한 곳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심지어, 학교 앞의 번화가는 더더욱.
-키에에에엑!-
녀석들은 정말 잠시라도 고민할 시간을 주지 않았다. 잠시의 여유도 없이 빠르게 증식하는 녀석들은 순식간에 거리를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어디로... 어디... 가야 하냐?”
“몰라... 허억...”
계속해서 달렸지만 차도가 보이지 않았고 숨은 턱끝까지 올라왔다. 다리가 저절로 움직이기는 했지만 속도는 점점 더 느려졌고, 쉴 새 없이 전속력으로 달린 탓인지 입 밖으로 말을 내뱉는 것도 쉽지 않았다.
-쾅!-
-빠아아앙!-
-위융! 위웅!-
도로 위까지 점거한 녀석들로 달려오던 차들마저 여기저기 충돌하며 방향을 잃기 시작했고 자동차 클랙슨소리와 경보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뭐야! 이런 미친 새끼... 끄아아악!”
차에서 내린 문신쟁이 아저씨 한 명이 온몸에 피칠갑을 한 좀비에게 물려 비명을 지르자 자동차가 가득한 차도에서 움찔하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키에에에엑!-
-키에에에엑!-
-키에에에엑!-
-키에에에엑!-
거리에서 파도처럼 쏟아져 나오던 녀석들이 차도를 덮치자 운전자들 중 몇몇이 이성을 잃고 액셀을 밟기 시작했다.
-쿵!-
-쾅!-
좀비처럼 달려들던 사람들을 들이받기도 하고 이 상황을 벗어나고자 방향을 잃고 흔들거리던 차들 중 몇몇은 가로수에 그리고 전신주에 차를 들이받으면서 순간 일대의 전기가 나가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키에에에엑!-
커다란 소음 덕분에 녀석들의 시선이 굉음이 분산되는 쪽으로 몰리기 시작했다.
“야. 이리 와.”
영수에게 조용히 말을 하며 종종걸음으로 아수라장이 된 거리를 벗어나 다른 곳으로 움직였다. 아직 확신할 수 없지만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좀비라는 개념보다 이들은 커피라는 객체에 훨씬 더 격하게 반응하는 듯 보였다.
-키에에에엑!-
소름 끼치는 그들의 소리가 향하는 곳은 대부분 커피였다. 사람을 물어뜯고 있다가도 커피가 보이면 그들은 눈을 돌려 은은한 커피 향이 나는 곳으로 몸을 돌렸다. 잔걸음으로 이곳저곳에 몸을 숨기며 이동하자 녀석들의 레이더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야... 근데 뭘 어떻게 하게?”
“카페가 없는 곳으로... 아니 커피가 없는 곳으로 가야 해. 최대한 소리 내지 말고.”
“어? 아니 카페는 무슨?”
“그거 못 봤어? 아까 그 좀비들이 커피에 환장하는 거? 분명 무슨 연관이 있다니까.”
“연관은 개뿔... 너 뭐 대책은 있어서 이러냐?”
“있겠냐? 일단 똥부터 피하자는 거지?”
“그래서 기껏 생각한 게 커피에서 멀어지자는 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 지금 이 사건은 커피와 밀접한 연관이 있었다. 좀비가 되었어도 커피에 목을 매는 녀석들의 모습. 온몸에 푸른색 핏줄이 올라오고 눈과 코, 귀에서 피를 흘리는 그들의 모습은 이전에 시카고에서 연구실에서 봤던 문헌들의 기록을 그대로 연출한 듯 한 모습이었다.
“엑소시즘(구마의식)의 실패로 이해 이 땅에 퍼진 악마의 열매? 이거 내용이 너무 자극적인 거 아니에요? 이거 잘못 발표라도 하면...”
“그렇다고 해석된 언어를 거짓으로 기록할 수는 없잖아.”
시카고에서 연구를 할 때 들었던 이야기다. 내가 고고학을 손 놓게 만들었던 그 사건.
“아무리 그래도 이걸 세상에 내놓는 순간 박사님 뿐 아니라 우리 학교도 문제가 생길 거예요. 당장 그만두세요!”
“그래도 학장님. 이건 사학과 고고학을 명백하게 배반하는 행위...”
“입 닥쳐요. 우리 학교에서 제2의 존. M. 알레그로를 만드는 일은 없을 겁니다.”
존. M. 알레그로. 영국의 고고학자이자 사해 두루마리 학자. ‘신성한 버섯과 십자가’라는 책을 내며 기독교의 본질이 샤머니즘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던 학자였다. 복음서에 나오는 예수가 환각제 일종의 암호였으며, 기독교가 고대 ‘섹스 앤 머시룸’ 컬트의 부산물이라고 칭했던 학자였다.
“우리 눈앞에 진실을 부정하시자는 겁니까? 학장님. 학자 출신으로 부끄럽지도 않으세요?”
“박사님. 이 세상은 진실해서만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당신의 이 선택이 우리 모두의 밥줄을 끊게 만들 거라고요.”
“도대체 왜...”
“우리 학교를 지원하는 재단에 가장 큰 지분을 가지고 있는 게 커피브랜드입니다. 왜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했을 때 우리 학교가 그만한 지원을 받게 되었는지 생각해 보세요. 커피가 가져가야 할 이미지는 엑소시즘이니 악마니 하는 그런 거지발싸개 같은 이야기가 아니라 힘겨운 인간들을 위해 창조주께서 이 땅에 내려주신 신의 선물이어야 한다는 이야깁니다.”
그날 우리는 강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자유와 평화를 상징하는 미국이지만 실상은 차별과 편견이 가득한 현지의 분위기처럼 그들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시되는 가치는 돈과 힘이었다. 발언의 자유는 있지만 과정이 결과로 반드시 이어질 수 없는 그런 잔혹한 기회의 땅. 그리고, 그 힘의 압제에서 박사는 결국 그 순리를 받아들이기로 했던 것이다.
-빵! 빵! -
“어떤 미친놈이...”
“뭐 해? 빨리 안 타고?”
차에서 아주 낯익은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피가 범벅이 된 채 사이드 미러와 여기저기가 부서진 SUV 자동차에 탄 그 사람은 나를 엿먹이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던 그 사람이었다.
“교수님?”
[ 카페인의 반란 ] -> 웹소설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