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뜨거운 모래밭에서 온몸에 살기를 뿜으며 혀를 날름거리는 뱀과 그런 뱀의 움직임을 애써 무시하는 작은 도마뱀. 그들은 서로의 존재를 알고 있으면서도 서로 그 모습을 애써 모른 척했다. 그리고, 어떤 순간이 오면 사력을 다해 그 자리를 벗어나고자 한다.
-하아아아악.-
-다다다다다.-
이성으로 정의하기는 힘든 본능의 영역. 누군가는 잡아먹히지 않기 위해 누군가는 잡아먹기 위해 태초부터 우리 몸 깊숙이 박힌 그 DNA가 그 본능을 자극시킨다.
-캬아아아악!-
“뭐...뭐야? 왜 저래?”
“튀어! 뭘 왜 저래야!”
그리고 그 본능은 항상 위기의 순간 가장 예민하고 발 빠르게 튀어나왔다. 백육십 도 안 되는 키에 50킬로가 될까 말까 한 작은 체구의 유정이었다. 싸우라고 하면 절대 지지 않을 자신이 있는 작은 체구. 그러나, 여기저기 피가 흐르는 유정이의 모습을 보자 싸워야겠다는 생각 따위는 들지 않았다.
‘도망쳐!’
본능이 말해주고 있었다. 지금 유정이는 싸워야 할 상대가 아니라는 것을.
-콰당탕탕!-
“꺄악! 뭐야? 무슨 일이야?”
“도.. 도망쳐!”
아직 교실에서 벗어나지 않은 사람들은 갑자기 유정이로부터 도망치는 우리를 보며 소리를 질렀다. 이어폰을 끼고 있던 아이들에게 도망치라고 말을 했지만 이미 사건은 터져버렸다.
-꺄아아아악!-
미친 듯이 달려오는 유정이는 한 아이를 덮쳤고, 주변에는 피가 낭자하게 퍼져있었다.
“꺄아악! 뭐 해! 뭐 해! 이 미친년아!”
-퍽!-
친구의 목을 물어뜯는 유정이를 보고 한 아이가 그녀의 머리를 손에 들고 있는 핸드폰으로 내리쳤지만 목을 물어뜯은 유정이는 입질을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주변에서 그 광경을 말리기 위해 여기저기서 달려들자 함께 도망치던 영수가 그들에게 다가가려 했다.
“잠깐만!”
“미친놈아. 막아야지!”
“아니. 저거 어디서 많이 본 그림 아니냐?”
“어? 설마?”
“어. 그거. 좀비!”
말이 끝나자마자 유정이에게 목을 내줬던 아이가 기괴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까딱거렸다. 너덜거리는 목으로 양 사방을 돌아보는 그 모습에 몇몇 애들은 충격을 받았고 몇몇 애들은 입을 틀어막고 토악질을 했다.
-꺄아아악!-
확실했다. 주변 곳곳에서 사람들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유리창 너머의 건너편 건물에서도 여기저기 피가 튀기 시작했고 캠퍼스 바깥 도로에서도 검붉은 피가 바닥을 적시고 있었다.
“도망쳐... 도망쳐!”
어디서 저들이 갑자기 나타났는지 모르겠지만 유정이와 같은 증세를 가진 아이들이 사방 곳곳에서 달려들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봤던 좀비들이 눈앞에서 활개치고 있었다.
-쿵쾅. 쿵쾅. 쿵쾅. -
-다다다다다.-
-꺄아아아악!-
죽음을 피하기 위한 심장소리.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는 생각에 더더욱 빨라지는 발소리. 소리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비명소리까지 모든 순간 하나하나가 공포로 변질되어 피부에 와닿았다.
“허억... 허억...”
“쉬지 마.”
“하아... 시발. 진짜 이게 뭐야?”
“저건 뭐냐?”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했던 카페는 지옥 소굴이 되어 있었다.
“끄아아아악!”
여기저기 상처 나고 새파란 핏줄이 얼굴과 몸에 퍼진 괴물 같은 모습의 사람들은 카페에 있는 커피원두를 입에 털어 넣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치이이이익!-
그 중 몇몇은 뜨거운 커피에 온몸이 화상을 입어가면서까지 커피와 커피원두에 집착적인 증세를 보였다.
“뭐야? 저게?”
“아니. 지금 이게 무슨 일이야?”
-키에에에엑!-
“빨리!”
눈앞에 벌어진 일들에 순간 넋을 놓고 있던 그때 주변에서 유정이와 같은 증세를 보이는 좀비들이 달려들었다. 계속해서 그들을 피해 도망쳤지만 점점 늘어나는 좀비들에 어디를 가도 피범벅이었을 뿐 더 이상 어디로 도망쳐야 할지 가늠이 되질 않았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 꺄아아아악!”
수세에 몰릴 때마다 주변에서 울려대는 비명소리에 녀석들의 시선이 분산되는 것을 느꼈다. 소리에 따라 움직이는 건지 아니면 조금 더 소란스러운 존재들에게 다가가는 것인지 놈들은 시끄러운 것들에 쉽게 반응하는 듯 보였다.
-키에에에엑!-
“야. 빨리 뛰어! 빨리!”
그러나, 그런 의혹만으로 입을 닫고 조용히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언제 저 뭉툭하고 무딘 이빨에 짓눌려 좀비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 그런 도박수를 둘 수 없었다.
“아이. 씨발.”
학교 후문을 나오자 이전보다 더 끔찍한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다. 대한민국이 왜 카페 공화국이라고 불리는지 거리의 참상을 보자 더욱더 여실하게 느껴졌다.
“이거... 어떻게...”
[ 카페인의 반란 ] -> 웹소설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