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야.”
“네?”
“넌 뭔가 알고 있는 거지?”
“네?”
“저기 누워있는 교수랑 뭐 떠들었잖아. 과거 문명이 이랬냐 저랬냐는 둥 별 이상한 소리 떠들었잖아! 커피랑 좀비랑 관련이 있는 것도! 너 뭐야! 뭔데 그런 걸 알고 있는 거야!”
경계심이 극에 달해있던 대훈은 한껏 예민해진 상태로 내 멱살을 부여잡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말려줄 줄 알았지만 그들 역시 며칠간 눈앞에 벌어진 일 때문인지 나를 의심하는 듯한 눈초리였다.
“그래. 도대체 그 유물인가 그건 무슨 얘기야? 우리도 뭘 알아야 대비를 할 것 아니야?”
“그게... 모든 게 다 추측이지 확실한 게 하나 없어요.”
“씨발! 그래도 말을 하라고! 지금 이 상황에 추측이고 나발이고 우리한테 얘기해 주지 못할 이유는 뭔데? 그래도 쳐 얘기를 해줘야 우리도 판단을 할 거 아니야! 내가 당신들 이러려고 살려준 줄 알아! 어?”
“하아... 그게.... 악마가 부활한 거예요?”
“뭐?”
다들 이런 반응을 보일 줄 알았다. 귀신 씨나락 까먹는 얘기라고 치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엑소시즘도 제대로 믿지 않는 요즘 세대에 악마의 부활이라니. 코웃음 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였다.
“악마? 교수랑 둘이서 수군거린 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고?”
“정말이에요. 저희다 사학자들이에요. 역사를 연구하는 학자들이라고요. 고고학이라고 고대의 역사를 연구하는 그런 학문을 하고 있어요.”
사람들이 의심 가득한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믿어줘요. 진짜예요.”
영수가 중간에 나서서 눈에 쌍심지를 켠 그들을 진화하기 시작했다.
“저도 얘랑 같은 사학과예요. 저랑 다르게 얘는 진짜로 미국까지 건너가서 공부하고 온 놈이에요. 얘 입에서 허투루 나오는 말은 없어요. 분명 그 증거가 될 만한 뭔가가 있을 거라고요.”
“...”
“야... 뭐라도 좀 떠들어봐.”
영수는 내게 신호를 보내며 뭔가 조금이라도 떠들어보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정말 추측대로 이 모든 일들이 과학적인 변이가 아니라 고대의 악마와 연관이 있다면 총장의 반응과 꽤 밀접한 연관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 사실 미심쩍긴 했지만 지금 내게로 몰린 이 이상한 분위기를 벗어나려면 확신을 가진 무언가의 행동이 필요했다.
“이 일은 악마와 관련된 게 확실해요.”
“일단 떠들어 봐.”
희철이 손짓을 하자 대훈이 핏줄이 터져라 꽉 쥐고 있던 내 멱을 놔주었다.
“제가 시카고 대학에 있을 때...”
그렇게 한참을 떠들었지만 그들은 내 말을 듣는 척 마는 척했다. 내가 커피가 좀비화에 치명적인 매개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게 그렇게까지 지탄을 받아야 하는 상황인 게 의아했다.
“네가 청렴한데 왜 그런 의혹들이 제기되는 거지?”
“아니. 왜 헛소문을 듣고 와서 저를 의심하는 겁니까?”
생각해 보면 이 세상은 불합리함의 연속이었다. 피해자들이 오히려 그 의심을 풀어야 하는 그런 뭣 같은 상황은 수시로 연출되었고 깨끗하게 살아온 사람들은 더럽게 살아온 사람들의 혓바닥에 항상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야 했다.
“생각해 보니 옆에 학교 다닌다고 할 때 무슨 과를 나왔는지 무슨 공부를 했는지 물어보지 조차 않았어. 그저 몸 쓸 줄 아는 사람을 받으려 했던 게 잘못이지.”
“그게 무슨 소리예요? 우리가 이렇게 된 거랑 이전에 우리가 어떤 일을 했던 거랑 도대체 무슨 상황인데요? 우리 출신이 지금 이 상황이랑 1이라도 연관이 있어요?”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를 더 나무라는 그런 상황이었다. 왜 지금 내가 이런 의심을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안 갔다.
“잘 생각해 봐요. 이 상황에 목숨 걸고 밑에 내려갔다 온 게 누군지...”
“놈들에 대해 더 잘 아니까. 확신이 있었겠지.”
정신이 나가있어서 그런 건지 사람들은 내 말을 아예 들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 듯했다. 마치, 내가 이 사건의 내막을 알고 있는 범인이라도 만들고 싶다는 듯 그들은 날 마녀사냥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이 거지 같은 상황을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물고 뜯을 씹을 거리가 필요한 그들이었다.
“솔직하게 말해! 너 사학과가 아니라 생체실험이나 그런 거 하던 놈 아니야?”
“아이. 무슨 생체실험을 이렇게 유동인구가 이렇게 많은 데서 생체실험을 어떻게 하냐고요?”
“못 할 건 뭐야? 너희 학교 생명공학으로도 유명한 학교 아니야?”
“아... 진짜 아니에요!”
한 번 불이 붙기 시작한 의심과 분노는 마른 장작에 화기가 옮겨가듯 점점 더 빠르게 번져갔다. 사실관계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는 듯한 분위기로 상황이 변질되고 있었다.
“정말이라니깐요. 커피를 처음 발견하게 된 것도 악마의 상징인 염소가 열매를 뜯어먹고 밤새 뛰어놀다가 알게 된 거고, 열매를 먹고 광폭해진 염소 목동이 칼리를 보고 커피를 신의 저주라고 부른 것도 당시 수도원이라고요. 그럼에도 불에 탄 커피의 향에 이끌린 것들이 당시의 신도들이었고요. 그걸 다들 악마의 속삭임에 넘어간 신의 대리자라고 표현하기도 했어요.”
“이런 미친 소설쟁이가...”
“그래! 유진이가 들었다는 그 환청. 그 환청이 악마랑 같이 묻힌 공주의 목소리예요!”
“그만!”
알고 있는 모든 것들을 다 얘기했지만 그의 입에서 나온 것은 더 이상 떠들지 말라는 분이 섞인 경고뿐이었다.
“그래. 네 말이 다 맞다 치자. 그러면? 그러면 이제 뭘 어떻게 할까?”
“그거야... 저도...”
“이 새끼.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거야! 시발! 이렇게까지 떠들 수 있었으면서 그동안 입 쳐 닫고 있던 것도 그렇고...”
“아니. 뭘 어떻게 하라고. 이 씨발새끼야!”
계속해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리로 사람 하나 병신 만드는 것에 순간 나도 모르게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왔다. 그들의 그런 드잡이가 그저 입하나 없애기 위한 더러운 모략으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이 새끼가... 지금 뭐라고 했냐?”
“씨발! 내 말이 틀렸어? 내가 이 상황이 이렇게 될 줄 어떻게 알았냐고! 나도 좆같아! 이 개새끼야!”
“이런 미친 새끼가 다시 말해봐.”
“시발. 목숨 걸고 밑에서 물이랑 음식 가져온 것도 나고! 커피 이용해서 좀비들 눈 돌리는 걸 알려준 것도 난데 왜 나한테 지랄을 하는데! 내가 너희들 좆 될까 봐 대가리 굴려서 계도한 건데 이 개새끼들아!”
“계도? 역시 이 미친 사이비 같은 새끼...”
-지이이이이잉!-
희철이 주먹을 쥐고 성큼성큼 다가오는 그때 귀를 찢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방송이 울려 퍼지기 전 스피커에서 터져 나오는 소리. 그 소리였다.
-그르르르르.-
-키에에에에엑!-
소리가 나오는 곳으로 좀비들은 미친 듯이 달려가기 시작했다. 소리가 끊어지고 귀에서 손을 뗀 우리는 소리의 근원지로 눈을 돌렸다. 그리고, 그 소리의 진원지로 시선을 돌리자 굉장히 익숙한 브랜드로고가 전광판을 통해 송출되고 있었다.
「 카페人 」
“안녕하십니까! 아직 이 세계에 살아남은 여러분들! 카페人의 설립자 ‘케인 리’입니다. 이렇게 인사드리게 되어 영광입니다.”
[ 카페인의 반란 ] -> 웹소설 링크
https://www.blice.co.kr/web/detail.kt?novelId=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