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의 반란

7-2

by 심색필 SSF

녀석들은 어느새 2층에서 올라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완전히 피에 물든 눈동자. 진물이 난 듯 여기저기 상처 난 모습의 좀비들과 눈이 마주치자 심해의 공포를 마주하기라도 한 듯 심장이 쿵쾅거렸다.


“뭐 해! 뛰어!”

“으으으으으.”


장바구니를 들고 있는 힘을 다해 계단 위로 뛰쳐 올라갔다. 한 걸음 한 걸음 위로 올라갈 때마다 온몸에 있는 땀이 낙하하듯 떨어지는 느낌이었다.


“빨리! 빨리!”


-다.다.다.다.다.-

-키에에에에엑!-


정말 한 끝차로 나는 놈들의 손에 걸리지 않고 옥상에 들어왔다. 내가 들어오자마자 희철은 문을 닫아 잠갔다.


-쾅!-

-쿵! 쿵! 쿵! 쿵! 쿵! -


눈앞에서 고깃덩이를 놓친 녀석들은 또 한 번 철문을 신명 나게 두들겼고 우리는 이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문과 벽 사이에 가구들과 구조물들을 집어넣어 완충제를 만들었다.


-쿵! 쿵! 쿵! 쿵! 쿵! -


그러나, 아직도 성이 풀리지 않은 듯 한 녀석들은 여전히 미친 듯이 문을 두드렸고 좀비들은 계속해서 몰려들기 시작했다. 뭐가 놈들의 시선을 돌릴 것이 필요했다.


-따르르르르르릉! 따르르르르릉!-


혜린이 손에서 손바닥 만한 알람시계를 켜자 몰려들던 좀비들은 이전보다 더 크게 소리를 내며 건물로 달려들었다. 그들의 이목이 루프탑 혜린의 손 끝에 달린 그 순간 혜린은 저 멀리 알람시계를 내던졌다.


-탁. 따르르르르릉! 따륵!-

-키에에에엑!-

-다.다.다.다.다.다.-


놈들의 발소리와 비명소리에 문 앞에서 신명 나게 주먹질을 해대던 충돌음도 서서히 그 소리가 사라지기 시작했다.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정말 큰일이 날 뻔했다. 옥탑에 있던 모두가 좀비가 될 뻔했다. 단 한 발만 늦었다면.


“허억... 허억...”

“뭐야? 무슨 일이야?”

간발에 차로 옥상에 올라오고 나자 우리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확인하러 갔다.

“아영이가 스스로 떨어졌어요.”

“왜?”

“저도 모르겠어요. 자꾸 은비언니가 떨어진 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고 하더니 그렇게 떨어졌어요.”

은비를 떨어트리고 아영이는 매일같이 환청에 시달렸다.

“으... 언니... 제발요...”

“왜 그래? 또 이상한 소리 들려?”


혜린이는 매일 밤 잠을 설치며 귀를 틀어막는 아영이를 안아주며 무슨 일이냐 물어볼 때마다 아영이는 매일 같은 말을 되뇌었다.


“은비언니가... 은비언니가 자꾸 춥대요. 내려와서 안아달래요.”

“아영아. 괜찮아. 은비 언니 좋은 데 갔을 거야. 언니 보내주자. 이제.”


그러나, 혜린의 그런 토닥임에도 아영이의 상태는 호전되지 않았다.


“언니... 제발...”

“아영아. 그만해. 너 때문에 나도 들리는 것 같아.”


아영이와 크게 나이 차이가 나지 않는 듯한 유진이도 아영이의 흐느낌에 힘들어했다. 원래 두려움은 그 확산속도가 빠른 법이었다. 이 옥상에 있는 그 누구도 마음이 편할 리가 없었다.


“하아... 이거 지금 뭐라고 해봤자 잘 먹힐 것 같지도 않고.... 점점 더 패닉상태가 되어가고 있어요.”

“저... 사장님. 사실 지금...”


지금 이 상황에 멘탈이 멀쩡한 사람이 있을 리 만무했지만 영수 또한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엄마... 어떻게 하지? 우리 엄마 지금 집에 혼자 있는데... 엄마...”

“야. 허영수. 그만해. 네가 그러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 다 힘들다고.”

“그러면 어떻게 하라고? 우리 엄마 평생 나 뒷바라지하면서 고생했는데... 이제 좀 우리 집도 괜찮아지나 싶었는데... 시발. 이게 뭐야? 이런 좆같은 경우가 어디 있냐고. 이제야 좀 살만해졌는데... 이런 시발!”

“야! 조용히 해! 소리 지르면 놈들이 몰려온다고! 이 미친놈아!”

“시발! 시발!”


-짝!-


“그만해! 여기 너만 힘든 거 아니야.”

“...”


뺨을 한 대 세게 후려 맞고 나서야 영수도 정신을 차렸다. 두려움은 좀비가 확산하는 속도처럼 빠르게 퍼져나갔다. 정신이 멀쩡했던 사람들도 이상한 소리를 느끼는 듯했고 줄어드는 식량과 물은 우리를 더욱더 피폐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 피폐함은 우리의 상황을 계속된 변수의 연속으로 빠트려갔다.


“어떻게 해... 우리 이러다 다 죽는 거 아니에요?”


혜린이 옆에서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려고 하던 지혜도 서서히 정신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물과 식량을 확보했음에도 희망을 잃어가는 이들은 점점 더 옥상이라는 무인도에서 말라비틀어져 가는 듯했다.


“광민아.”

“네. 교수님.”

“아무래도 나도 이제 그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환청이었다. 계속해서 침착함을 유지하시던 교수님마저 자신의 귓가에 알 수 없는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고 했다.


“이거... 설마 그거 아니냐?”

“어떤 거요?”

“네가 말한 그 마귀의 속삭임. 공주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그 목소리.”

“목소리가 들리세요?”

“어. 나도 여자 목소리가 들린다. 염병할 이혼한 와이프 목소리가 들려.”


교수님은 기러기 아빠로 학교에서 유명했다. 딸과 아내가 미국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심지어 재판에서도 패소해 우리가 말하는 그런 ATM기기가 되셨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지금껏 환청을 들은 사람들은 모두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나 소중한 사람들의 목소리였다. 그러나, 교수님이 설명하신 목소리는 우리가 생각했던 그 목소리와는 정반대의 느낌의 목소리였다.


“이 미친년이 저 멀리에서도 이렇게 악다구니를 쓰네. 짜증 나게.”

“교수님. 진정하세요.”


교수님의 얼굴이 이렇게까지 울그락 불그락 해진 적은 처음이었다. 사람들의 모습을 보다 갑자기 오벨리스크 타워 밑의 공주 이야기가 떠올랐다. 지금의 현상과 가장 연관이 깊은 이야기. 악마와 함께 순장된 공주의 이야기. 아마 그들의 귓가에 퍼지는 목소리는 공주의 목소리가 아닐까 싶었다.


- 위이이이잉! 위이이이잉!-

- 띠르르릉! 띠르르릉! -

- 띵동! -


하나, 둘 이 사건의 퍼즐이 커피열매와 악마와 연관이 있다는 것이 맞춰지는 그때 곳곳에서 핸드폰 전파가 다시 잡히는 소리가 들렸다. 메시지가 터지는 소리와 지금까지 밀린 메일이 오가는 소리. 그 시끄러운 소리 덕분에 주변은 썩은 고기가 되어 피와 침을 흘리는 좀비들의 울음소리로 가득 차게 되었다.


-그르르르르.-

-키에에에에엑!-


Firefly_A Korean woman in her early 20s with a devilish appearance is lying in bed drinking c 724832.jpg

[ 카페인의 반란 ] -> 웹소설 링크

https://www.blice.co.kr/web/detail.kt?novelId=100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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