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
“야. 밥 먹는데 폰 좀 그만 봐.”
“어... 어...”
“아! 진짜 이럴 거면 왜 쳐 보재? 핸드폰 하지. 걍.”
“아... 미안. 미안. 진짜 중요한 연락이라.”
세상이라는 장면을 놔두고 핸드폰의 작은 화면을 바라보는 현대인들의 삶은 지난 며칠간 완전히 꺼져있었다. 무너진 통신체계 앞에서 사람들은 작은 화면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계적인 빛이 아니라 하늘이 내려다 주는 태양과 달의 빛을 보며 살아갔다. 이런 상황이 오고 나서야 피로 물들기 전의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우리는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위이이이이잉.-
핸드폰이 다시 울리게 되자 옥상 위의 사람들은 배터리가 거의 닳은 핸드폰을 찾아 헤맸다. 몇몇은 다시 콘센트 앞으로 기어들어갔고 몇몇은 지난 연락들을 하나씩 곱씹으며 주변의 사람들이 괜찮나 확인하려 했다.
“야! 허영수! 어머니한테 전화하지 마!”
“왜?”
“만약에 어머니 지금 위험한 상황이면 어쩌려고? 너 때문에 어머니 죽는 꼴 보고 싶어?”
“그래도...”
“전화만 하지 말라고. 전화만.”
“...”
영수는 다시 핸드폰을 조물딱 거리면서 마음을 진정시켰다. 영수에게 한 말이었지만 이건 모두에게 들으라고 한 말과 다를 바 없었다. 지금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것보다는 귀에 들리는 걸 더 조심해야 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좀비들이 들이닥칠지 모르는 이 세상에 우리는 보다 적응할 필요가 있었다.
-삐이이이이이이.-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악재는 연달아 생겨났다. 곳곳에 울려 퍼지는 경고음과 함께 날아든 한통의 메시지. 그 메시지가 그나마 동아줄을 붙잡고 있는 우리의 마음을 갈갈이 짓이겨 놓았다.
「 긴급 안내 문자
서울 및 수도권 內 감염자 확산세로 인한 실외 활동 자제를 요청드립니다. 」
“미친 새끼들. 지금 이 상황에 밖을 어떻게 나간다고 이딴 문자를...”
안 그래도 어이가 없는 상황에 뒤 따라온 긴급 문자는 다시 한번 피를 거꾸로 솟게 만들었다.
“이게 무슨 말이에요?”
“무슨 말이긴... 우리 버린다는 거지.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거야.”
「 긴급 안내 문자
금일 18:00부로 긴급 대피 지원을 마감합니다. 가까운 부대나 항구에서 대기해 주시면 대피지원을 안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역시 이 나라의 일처리는 마지막까지 사람을 열받게 만들었다. 간급 대피 지원이라는 문자는 돈이 없고 힘이 없는 일반 국민에게는 거의 사형선고나 다름없는 이야기였다.
“저기... 이것 좀 봐봐요.”
통신이 돌아오고 다시 고개를 든 SNS에는 각국의 재난상황들이 나오고 있었다. 역시나 교수님과 내 예상은 틀리지 않았다. 대한민국뿐 아니라 전 세계가 좀비화가 진행되고 있었다. 왜 갑자기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확실한 증거나 원인을 찾지 못했지만 어느 기점을 이후로 커피에 접촉된 인원들은 모두 좀비화가 진행되었다.
“그럼... 지구상에 안전한 곳이 하나도 없는 것 아니에요?”
영상을 본 지혜가 울먹거리며 세상이 끝이 난 게 아니냐며 울먹거렸다. 침울하기는 모두가 마찬가지였다.
“끄으윽. 광민아...”
“교수님.”
신음으로 흐느끼는 교수님께 영민이가 달려갔다. 환청에 괴로워하던 사람들은 이전보다 그 증세가 훨씬 더
심해진 듯했다.
“끄아아아악!”
“사장님! 언니!”
유진이와 교수님의 상태를 보며 우리는 혹시나 그들도 좀비로 변하는 게 아닌지 노심초사했다. 고통에 신음하던 둘은 머리를 쥐어뜯으며 바닥에 쓰러져 발을 동동거리다 이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교수님... 교수님...”
“유진아!”
교수님과 달리 유진은 입에 거품을 물고 쓰러졌지만 그 누구도 쉽사리 유진의 입에 손을 넣지 못했다. 언제 둘이 좀비로 변할지 모르는 불안함. 언제 손가락이 날아갈지 모르는 두려움. 그리고, 언제 내가 좀비로 변할지 모르는 공포에서 우리는 쉽사리 벗어나지 못했다.
“어떻게 해요? 이러다 유진이 죽는 거 아니에요?”
“수건 가져와!”
긴박해지는 혜린의 목소리에 희철은 정신을 차리고 유진에게 다가갔다. 입에 거품을 한가득 문 유진을 누인 희철은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수건으로 감싼 손을 그녀의 입에 가져갔다.
“휴...”
희철은 긴장된 모습으로 유진의 입에서 거품을 걷어내며 말려 들어가는 혀를 빼냈다.
-퍽! 퍽! 퍽! -
얼마나 세차게 등을 치는지 숨이 아니라 장기들이 파열되어 입으로 나올 것만 같았다. 사선을 헤매는 사람에게는 역시나 강한 충격이 필요해 보였다.
“커헉... 컥.”
“앗. 깜짝이야.”
건장한 체구의 희철도 어지간히 겁이 났던 것 같다. 숨이 튼 유진이 기침을 하자마자 겁을 먹고 몸을 일으켜 멀리 떨어져 벗어난 그였다.
“괜찮아?”
“으헝.. 엉엉.”
간신히 숨이 돌아온 유진은 어린아이처럼 혜린의 품에 안겨 펑펑 울기 시작했다.
“교수님! 교수님은?”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꼴도 보기 싫은 교수님이었지만 생명의 은인이 이렇게 어이없게 죽는 모습은 볼 수가 없었던 것 같다. 분명, 지금 이 사태를 타개할 수 있는 방법을 기억해 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 이러나저러나 지금은 노동력을 대체할 수 있는 몸뚱아리 하나, 조금이라도 좋은 생각을 할 수 있는 머리 하나가 더 필요했다.
“괜찮아. 교수님은 주무시고 계셔.”
혜린과 다르게 언제 그들이 좀비로 변할지 모르는 상황에 대훈은 쓰러진 교수님을 경계하고 있었다. 무서웠겠지. 불과 몇 시간 전에 좀비로 변한 인간들에게 물어뜯길 뻔한 그였기에 이상증세에 대한 경계심이 낮아질 수 없었다.
[ 카페인의 반란 ] -> 웹소설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