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의 반란

9-1

by 심색필 SSF

“메시아가 이 땅에 당도했다!”

“메시아다! 메시아님이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신의 아들로써 그 이름을 달고 나왔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세상에 대혼란의 시대가 왔을 때 우리 할아버지는 미국에서 할머니를 만났다고 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접근한 것이었다.


“하여간... 쯧쯧. 저렇게 멍청해서리 평생 고깃국 한 번 제대로 못 먹어보고 배를 곯는 거다. 리야? 알겠니?”

할아버지는 아직 7살도 되지 않은 날 무릎에 앉혀놓고 그런 얘기를 하셨다.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였던 할아버지는 군대를 다녀와 자부심을 느끼는 머나먼 반도의 해병대들이 TV에 나올 때마다 그렇게 진노하셨다.

“거... 걔한테 이상한 말 하지 말라니까.”

“괜찮아. 이 사람아. 이 애는 다른 애들과 다르게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되는 아이라니까.”

“정말 이 사람이. 그러다 아범이 보면 어쩌려고?”

“괜찮아. 아범도 다 이해할 거야. 그리고, 이놈 자세히 보면 손자 놈들 중에 가장 나를 닮은 것 같단 말이야. 이상하리 만치...”


우리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정말 천생연분이었다. 부패한 고위관료직의 자식들이자 조국의 백성들이 어떤 상황에 있던지 1도 신경 쓰지 않는 그런 작자들. 자신의 배를 불리기 위해 타인의 희생을 당연스럽게 받아들이던 둘은 자국에서 떨어진 머나먼 이국의 땅 미국에서 눈이 맞았다.


“너희 할머니가 젊었을 때 얼마나 고왔는데.”

“너희 할아버지도 당시 사람들이랑 다르게 부티가 달랐어. 확실히 멋있었지.”


인간은 자신과 가장 닮은 사람에게 끌린다고 둘은 처음 만남 때부터 서로에게 강하게 끌렸다고 한다. 서로 다른 나라지만, 나라를 팔아먹었다는 동질감을 가진 부패한 매국노들의 자식. 배신자의 피를 이어받은 악의 결정체. 그게 바로 나라는 사람이었다.


“벨제붑. 아직도 안 자고 뭐 하는 거냐?”

“아버지. 오셨어요?”

“여기 있으면 안 된다고 몇 번을 얘기하는 거냐? 어서 방으로 돌아가.”

“네. 죄송합니다.”


아버지는 사이비 종교의 교주였다. 겉으로는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지만 셀 수도 없이 많은 교인들을 데리고 있는 이단의 교주. 아버지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가진 막대한 부를 지키기 위한 재단의 얼굴이자 빛의 방패였다.


“감사합니다. 이 은혜를 어떻게 할까요?”

“하늘의 빛이 언제나 여러분들의 주위에 있나니 어찌 은혜를 갚으려 하신단 말입니까? 하늘의 빛을 따르시고 그 부름에 답하시기만 하면 됩니다.”


아버지는 지역에서 선행으로 아주 유명한 사람이었다.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은 재워주었고, 자연재해로 집을 잃은 사람들을 구원해 주었다. 그리고, 삶의 의욕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새로운 유희와 쾌락을 이 땅에 내려주셨다.


“교주님. 이 성수만 있으면 저희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그럼요. 하지만 명심하세요. 여러분을 행복하게 만드는 건 이 성수가 아닙니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따듯하고 눈부신 빛이지요.”

“믿습니다.”

“쭉 들이키세요.”


아버지는 할머니, 할아버지처럼 누군가를 배신하는 데 있어 아주 탁월한 재능을 지니셨다. 자신을 믿어준 사람들의 등에 천천히 칼을 꼽고, 자신을 위해 육신을 내준 사람들이 스스로가 익어가는지 모르게 천천히 욕조의 물을 데우시고 했다.


“루시엔 리. 오랜만이야. 내 오랜 친구.”

“오느라 고생했어. 앉게나.”

아버지의 둘도 없는 친구인 미구엘은 멕시코에서 제일가는 마약상이었다.

“이번에는 물량이 훨씬 더 늘어났던데? 도대체 얼마나 커지려는 거야? 이러다 정말 세계로 진출하는 거 아냐?”

“샴페인을 터뜨리기는 일러. 아직 신이 되려면 한참 남았다고.”

“빛의 악마가 진짜 신이 되어가는구나.”


아버지의 별명은 빛의 악마였다. ‘빛의 아들’에서 따온 이름도 한몫했지만 아버지 주변의 모든 것은 하얗게 빛나고 있었다. 하얀색 옷과 하얀빛을 떨어지는 교단의 천장. 그리고, 교인들이 마시는 물에서 빛나는 하얀 모래알갱이까지. 그러나, 아버지는 자신을 ‘빛의 악마’라고 부르는 것을 굉장히 싫어하셨다.


“입 조심하지? 친구?”

“미안해. 그렇게까지 화 낼 필요는 없잖아. 내가 널 위해 가져온 걸 보라고. 이번에는 정말 기대해도 좋아.”

“그래. 한 번 볼까? 하느님의 선물을?”


사람들에게 환각을 보여주는 하얀 가루. 그 하얀 가루가 교인들을 맹신하게 만들 수 있는 신의 묘약이었다. 그 묘약은 아버지의 세력을 더 강대하게 만들어주었으며 아버지는 그런 자신의 세력이 한 번에 날아가는 것을 두려워해 자식들로 그 힘을 분산투자 하기 시작했다.


“다들 왔느냐? 나의 자식들아.”

“네. 아버지.”


‘빛의 구원자’라 이름을 지으신 아버지답게 아버지는 자식들의 이름을 천사의 이름으로 지으셨다. 미카엘, 가브리엘, 라파엘, 우리엘, 조피엘, 하니엘까지 6명의 자식을 둔 아버지는 나의 이름만은 벨제붑으로 칭하셨다.

“아버지가 싸질러놓은 더러운 가래 같은 새끼.”

“저런 구정물에서 태어난 놈이랑 같이 있어야 한다니.”

“아버지의 뜻을 진짜 모르겠어? 아버지는 더러운 악귀와 함께 함으로써 우리의 빛을 더 빛나게 하려고 하시는 거야. 멍청이들.”


형과 누나들과 달리 나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엄마에게서 태어났다고 했다. 까마귀가 요람에 든 나를 들고 날아왔다며 내 존재를 부정하게 했지만 사실 나이가 먹으면서 나도 내 탄생의 비밀을 알게 되었다.


“씨발. 배우도 제대로 못되고 전전긍긍하다 몸이나 판 매춘부 주제에 감히 사탄의 혀로 아버지를 농락해? 더러운 년!”

“저런 더러운 년의 뱃속에서 잉태한 놈도 가족이라고 받아들여주시다니. 역시 아버지의 박애란 우리가 따라잡기 힘든 깊이야.”


우리 엄마는 버려졌다고 들었다. 큰엄마가 셋이나 있으면서도 아버지는 생식기 하나 제대로 관리를 못해서 하얀 가루로 길들여진 한 어린 배우의 배에 자신의 씨앗을 잉태했다. 그리고, 그 발아한 씨앗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을 때 이미 세상은 그 아이를 악마로 칭하고 있었다.


“얼마나 저주받았길래 애 엄마가 아이를 낳자마자 버리냐?”

“저런 저주받은 아이에게도 은화를 내리시니 교주님은 얼마나 대단하신 거야?”


하얀 가루에 눈이 돌아간 그들은 이미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지경이었다. 누가 봐도 아버지가 잘못했음이 자명함에도 아버지가 아닌 엄마를 욕했고 그 어떠한 것도 모르고 태어난 내게 손가락질을 했다. 크고 웅장했지만 막상 내 자리는 어두컴컴하고 보잘것없는 작은 방에 국한되어 있었다. 감히, 아버지와 아버지의 자식들에게 접촉할 수 없는 그런 벽이 있는 축축하고 어두운 작은 방.


“진짜! 더러우니까 여기 오지 말라니까!”

“더러운 새끼!”


형과 누나들은 나이가 들수록 나를 점점 더 핍박하기 시작했고 그나마 밖으로 조금씩 나왔던 유년시절과는 다르게 나는 축축하고 어두운 작은 방에서 점점 더 썩어가기 시작했다. 밖으로 잘 나오지도 않고 사람들과의 접촉도 점점 줄여가며 말이다. 마치, 작은 방에 들어가 나오지 않는 히키코모리처럼...


Firefly_A Korean woman in her early 20s is drinking iced coffee while looking like a devil. 660844.jpg


[ 카페인의 반란 ] -> 웹소설 링크

https://www.blice.co.kr/web/detail.kt?novelId=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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