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
“아버지. 괜찮으세요?”
강화유리로 만들어진 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아버지와 대면하게 되었다.
“그 미친년이 그런 짓을 했다고?”
“네.”
클라라는 나만을 위한 천사로써 천국을 가게 되었다. 형들과 누나들, 그리고 아버지의 무죄를 도와준 변호사들의 와인에 약을 타고 펜타닐에 중독되어 자리에서 사망한 것으로 그녀의 삶은 처리가 되었다. 외부에서는 그런 그녀를 마녀라고 칭했고 아버지와 형제들을 믿던 교인들의 분노는 모두 마녀 클라라를 향해 있었다.
“케인. 이제 네가 희망이다.”
“어떻게 할까요?”
아버지는 처음으로 나를 벨제붑이 아닌 케인이라 불러주셨다. 형제들을 빛나게 하기 위해 점점 더 나를 새까맣게 만들었던 벨제붑이라는 이름이 아닌 아버지의 아들로써 불리는 그 이름으로.
“나를 이곳에서 꺼내라.”
“아시다시피 아버지를 이곳에서 꺼내려면 막대한 보석금이 필요합니다.”
“가브리엘에게 재단의 자금을 옮겨두었다는 걸 들었다. 네가 거기서 돈을 빼와 날 꺼내거라.”
“네. 알겠습니다.”
아버지는 가장 신용하는 자식들과 측근들을 잃고 완전히 팔다리가 다 잘려있었다. 그럼에도 아버지의 이름은 아직 그 힘을 잃지 않았다. 그의 이름은 여전히 강력했으며 교인들은 그의 존재가 아닌 아버지가 만든 교리와 빛의 존재를 믿게 되었다.
“빛이 숨겨둔 또 다른 자식이시여. 제가 뭘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형들이 자금을 빼돌려둔 재단에 다가가는 것은 너무나 손쉬웠다. 마치, 나를 위해 만들어진 자리 같았다. 할아버지, 할머니가 빼돌린 자금 위에 쌓은 아버지의 시간들은 맛있는 생일상 케이크처럼 내 앞에 떡하니 놓이게 되었다.
“변호사님은 이름이 뭐예요?”
“제 이름은 가브란트 볼코프입니다.”
“가브란트 볼코프. 좋은 이름이네요.”
그는 나와 비슷한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이 나라의 주축이 되지 못하는 이름. 이 땅에서 태어났지만 이 땅의 주류가 되지 못하는 그런 이름이었다. 재단의 주인을 아버지에서 나로 바꿔준 그를 나의 두 번째 천사로 만들고 싶었다. 오래도록 내 옆에서 함께 뛰어갈 수 있는 가장 가까운 측근이 내게도 필요했다.
“당신은 왜 더 높은 곳을 바라보지 않습니까?”
“네? 저야 위대하신 빛의 수하일뿐인데 어찌 더 높은 곳을...”
“위기의 순간에 그대가 없었으면 우리는 지옥의 구렁텅이에 빠질 뻔했습니다. 당신은 충분히 위로 올라올 자격이 있어요.”
“제가 어찌 감히...”
“이리 와보세요.”
아버지가 교인들의 앞에서 설교를 하던 그 자리에 나는 가브란트를 불렀다. 가브란트는 당황한 듯 걸음을 주춤거렸지만 내 손길에 따라 아버지가 서있던 그 자리에 위치하자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어때요? 아버지가 올라와 있던 이 자리에 있으니?”
“심장이 터질 것 같습니다.”
“당신은 이제 새 시대의 대천사예요. 나를 위한. 나만의 가브리엘이 될 수 있습니까?”
“네...”
“고개를 드세요. 대천사님.”
아버지가 만들어놓은 세상은 생각보다 더 견고했다. 그랬기에 나는 그 충성심의 방향성만을 바꾸려 했다. 하늘에서 떨어진 빛에서 태어났지만 그들과 같은 어둡고 절망적인 그림자에서 살아온 나의 이야기는 그들의 충성심을 고취시키기에 훨씬 더 강력한 명분이었다.
“이제 새 시대가 도래하는 겁니다. 가브리엘.”
“알겠습니다. 메시아여.”
그렇게 가브리엘로 태어난 그와 함께 우리는 우리만의 세계 속 새로운 종교전쟁을 이어나갔다.
“뭐? 재단의 돈을 지금 꺼낼 수가 없다고?”
“네. 아무래도 형님들이 마약사건에 연루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습니다.”
“이런 쓸모없는 새끼들.”
“아버지 걱정 마세요. 저는 이 쓰레기 같은 곳에 아버지를 두지 않을 겁니다. 아버지가 만들어놓으신 천국으로 하루라도 빨리 돌아오셔야죠.”
“작전이라도 있는 거야?”
“3일입니다. 단 3일만 참으시면 제가 어떻게든 아버지를 이 구렁텅이에서 빼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너밖에 없구나.”
그렇게 실의에 빠진 아버지를 뒤로 하고 나는 다시 교단으로 향했다. 아버지를 따르던 교인들 중 대부분이 참여한 교단에 그들은 목놓아 아버지의 석방과 탈출을 염원하고 있었다.
“가브리엘. 준비하세요.”
“네. 메시아.”
가브리엘과 나는 아버지를 새로운 빛으로 영도하기 위한 계획을 준비했다. 잔존해 있는 교인들을 모았고 아버지를 이 세상으로부터 구원할 모든 채비를 다했다.
-웅성.웅성.-
교단아래 수많은 교인들이 모였다. 성명을 하던 이들과 아버지의 무죄를 주장하기 위해 시위에 참여한 이들. 그리고, 범죄와 연루되어 막혀버린 재단의 계좌를 위해 집을 팔고 가족을 팔아 돈을 모드던 이들까지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교단 아래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해 시간을 내주었다.
-똑.똑.-
-지이이잉.-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나는 그들의 마음을 휘어잡을 만한 기도를 해야만 했다. 아버지를 믿고 따르는 자들을 위해. 몰락에 다다른 우리 집안을 다시 세우기 위해. 그리고, 그토록 긴 시간 동안 어둠 속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던 나의 지난 과거를 위해.
“기도합시다.”
사람들은 나의 말에 모두 합장을 하며 눈을 감고 고개를 숙였다.
“세상의 빛이시여. 어둡고 냄새나는 그 철창에서 나오시어 다시 저희에게 돌아와 주소서. 설령 그 안에 있다 할지라도 저희는 아버지의 빛을 느끼고 있습니다. 부디 무너지지 마시고 다시 이곳에 나와 저희에게 더 나은 길을 비춰주소서!”
“비춰주소서!”
매일같이 봐왔던 장면이어서 그런지 교단 앞에 서서 기도를 하자 온몸에 피가 도는 것을 느꼈다. 각성한 듯 눈이 떠지며 이 자리가 내 자리라는 것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역시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에 대한 확신은 더욱더 나를 흥분하게 만들었다.
[ 카페인의 반란 ] -> 웹소설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