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의 반란

11-1

by 심색필 SSF

“메시아. 좋은 아침입니다.”

“오늘도 그대의 삶에 빛이 있기를.”


해가 지날수록 점점 더 메시아로써의 삶은 안정화되기 시작했다. 교인들은 점점 더 늘어났고 재단의 재정은 점점 더 커졌지만 어딘가 모를 허전함으로 가슴속에 큰 구멍이 뚫린 느낌이었다.


“왜 그러십니까? 메시아?”

“아무것도 아닙니다. 무슨 일이시죠?”

“표정이 좋지 않아 보여서요.”

“아... 별 일 아닙니다.”


22살이 될 무렵 우리는 다시금 아버지가 꿈꾸었던 그 영역에 다다를 준비를 하고 있었다. 사이비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 그게 아버지의 꿈이자 우리의 목표였다.


“하여간 저 사이비 새끼들. 언제쯤 세상에서 없어질까?”

“도대체 왜 저런 말에 속아 인생을 버리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니까.”


아무리 몸집이 커진다 하더라도 그들이 우리를 보는 시선은 절대 바뀌지 않았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을 이용해 돈이나 뜯어먹는 바퀴벌레 같은 집단. 그게 사람들에게 비친 우리의 모습이었다.


“엄마 없는 새끼가 많이도 올라왔네.”

“누굽니까? 누구예요?”

“네? 무슨 말씀하시는 건지?”

“방금 누가 불경스러운 말을 입에 올리지 않았나요?”

“메시아.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혹시 빛의 목소리를 들으신 건 아닌지요?”

“그런가요? 요즘 저도 모르게 잡념에 빠졌나 봅니다. 개의치 마세요.”


자리가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불안증세는 점점 더 커지기 시작했다. 안전장치 하나 없이 빌딩 끝머리에 서 있는 느낌이었다. 자그마한 바람에도 몸이 휘청이는 듯했고, 미세한 흔들림에도 다리에 힘이 풀리고 언제든지 주저앉을 듯한 느낌이었다.


-쏴아아아.-


누군가 나의 비밀을 알고 있을 수도 있다는 걱정에 일상 속에서도 갑자기 몸이 뜨거워지고는 했다. 올라가는 체온 덕에 터져 나오는 땀에서는 항상 악취가 풍겼고, 이전보다 몸을 씻는 시간은 훨씬 더 잦아졌다. 그리고 갑자기 그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매춘부의 피를 이어받은 더러운 놈이 감히 하늘을 바라보는구나.”

“뭐야? 누구십니까?”


욕실을 가득 채운 희뿌연 증기를 뚫고 소리가 나는 곳으로 향하자 온수에 김이 서린 거울이 눈앞에 보였다. 떨리는 마음에 거울을 손으로 닦아내자 나와 같은 모습을 한 악귀가 내 앞에 서있었다.


“너... 뭐야?”


나와 너무나도 닮아있었지만 나는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거울 뒤에 서있는 그는 내가 아니란 것을. 나라는 껍데기에 숨어 있는 마귀. 아버지가 불렀던 파리의 왕. 벨제붑이 그곳에 서있었다.


“어때? 아버지를 네 손으로 죽이고 그곳에 선 느낌이?”

“...”

“그래. 아무리 쓰레기라도 제 아비를 죽이는 그런 패륜짓을 하고도 당당하기는 힘들지.”

“살려면 꺾는 게 당연한 게 아닌가?”

“오우...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쓰레기인걸? 괜히 네 아버지가 내 이름으로 널 부른 게 아니야. 케인 리. 아니 이제 메시아라고 불러야 하나?”

“과거는 중요하지 않아.”

“그렇겠지. 벨제붑으로 불렸던 네 과거도 그렇고, 네 아비와 조부모의 죄악도 큰 문제가 되진 않겠지?”

“어차피 다 지나간 일이야.”

“그런데 왜 날 불러낸 거야?”

“뭐?”

“네 가슴속에 있는 새까만 파리가 알을 까기 시작했거든. 아버지를 죽였다는 죄의식. 널 믿고 따르는 사람들이 너의 진짜 모습을 알게 될 거라는 불안감. 그리고, 결정적으로 서자도 얼 자도 아닌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한 네 그 더러운 핏줄에 대한 자격지심.”

“어이. 그만하지?”

“원래 불편한 진실이 더 아프고 쓰린 법이지. 이해해. 넌 쓰레기로 치면 모든 걸 타고 난 인간이니까. 배신자의 후손이자 동포의 등에 칼을 꼽고, 자신을 믿어준 사람들의 등에 칼을 꼽아 벌어들인 돈으로 살아감에도 그 욕심을 버리지 못하고 아비의 등에 칼을 꽂은 그런 작자니까.”

“그만... 그만하라고...”

“그렇게 더럽게 살면서 이제 와서 떳떳하기까지 바라는 네 모습이 부끄...”


-쨍그랑!-


아픈 곳을 굳이 들춰내어 소금을 뿌리는 악의 신의 혓바닥에 나는 결국 나를 비추는 거울을 깨버리고 말았다.

-쨍그랑!-

-쨍그랑!-

-쨍그랑!-


녀석이 나타나는 빈도수는 점점 더 늘어났고 거울이 깨지는 일은 점점 더 늘어났다.


-위이이이잉.-


집안에 모든 거울을 깨버리자 그 좁고 축축한 방에서도 잘 나타나지 않았던 파리들이 곳곳에서 나타났다. 밥상 위에는 물론이고 하물며 투명한 물컵 위에 굳이 날아들어 표면 위에서 파닥거리다 수장되기까지 했다.


“죄송합니다. 왜 이리 파리가 많아진 거지.”


집에서 가사 일을 도와주던 교인들도 최근에 파리가 너무 많이 늘어났다며 현 상황을 자꾸만 의아해했다.


-위이이이이이잉!-


놈들은 낮이고 밤이고 따지지 않고 주변에 날아들었다.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여기저기서 모습을 드러내던 녀석들은 특히나 잠들기 전 밤에 귀를 간질이며 신경을 긁고는 했다. 쉬이 잠에 빠져들기 힘들었고 녀석들의 귓바퀴를 타고 귓속으로 들어오는 느낌이 나는 날에는 손톱에 피가 묻어 나올 정도로 귀를 파고는 했다.

“아....”


귓가에 벌레가 있다는 소름 끼치는 감각에 이성을 잃고 귀를 파던 어느 날 조금씩 묻어 나오던 피는 한, 두 방울 바닥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이내 폭포처럼 새빨간 물줄기가 귓가에서 흘러내렸다.


“시발! 시발!”

“벌써 지치는 거야?”

“너 이 미친 새끼! 이제 거울 같은 게 없이도 눈앞에 나타나는구나!”

“뭐 어때? 넌 나랑 하나잖아.”


방안의 검청색의 벨벳 소파에 놈이 앉아있었다. 내 모습을 하고 있는 샛노란 동공의 벨제붑은 이 상황이 재미있다는 듯 낄낄거리며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너 뭐야? 나한테 도대체 이러는 이유가 뭐야?”

“이유? 없어.”

“이런 개새끼가!”

“빛이라는 존재가 저렇게 입이 걸걸해서야.”

“이런 개 거지 같은 새끼! 이렇게까지 날 괴롭히는 이유가 뭐야!”

“그냥. 우리는 너처럼 악독하면서도 심기가 불안정한 놈들을 좋아하거든.”

“이런 개새끼가!”


-쨍그랑!-


끓어오르는 분을 참지 못하며 손에 집히는 걸 벨제붑에게 던져버렸다. 유리잔이 깨지며 곳곳으로 퍼져나가자 밖에서 그 소리를 듣고 있던 시녀들이 달려와 문을 열었다.


“괜찮으세요?”


이렇게 시시각각 극단적으로 변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슬슬 한계에 봉착하고 있었다. 신도들의 입에서 내가 미쳤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라도 한다면 모래성은 언제라도 무너질 수 있었다. 원래 뿌리 깊은 나무가 태풍에 더 잘 꺾이는 법이니까.


“메시아. 커피 한잔 드세요.”

“감사합니다.”


살면서 먹어본 커피맛 중 가장 인상적인 맛이었다. 심장은 더 빨리 뛰지만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이었다. 정신이 또렸해지고 계속해서 귀를 간질이는 파리들의 소리도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벨제붑도 별 게 아니라는 듯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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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인의 반란 ] -> 웹소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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