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
“메시아님. 방금 소식이 들어왔습니다.”
가브리엘은 교단에 있는 내게 다가와 귓속말을 속삭였다. 한참을 소리 지르던 기도가 멈추자 사람들은 일순간 웅성웅성 소리를 내다 침묵의 순간으로 들어갔다. 바퀴벌레의 숨소리마저 들릴 듯한 그 고요한 침묵. 그 고요한 침묵에서 나는 천천히 호흡을 올렸다.
“흑... 흑...”
나의 울음소리는 거대한 교단에 천천히 울려 퍼졌다. 작은 신음이지만 그 울음소리는 듣기에 광활한 공간은 충분히 고요했다. 구슬프게 우는 울음소리가 공기를 타고 교단의 끝자락까지 닿는 그 순간 불안함에 쌓인 사람들의 침 삼키는 소리가 귓가에 꽂혔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헤에에엑!-
순간, 장내는 다시 한번 시끄러워졌다. 예상치 못했던 교주의 죽음에 그들은 혼돈에 빠진 듯 보였다.
“교주님이 어떻게 돌아가신 겁니까?”
“확실합니까? 빛의 아들이시여? 교주님께서 정말 죽은 것이 확실한 건가요?”
곳곳에서 의심에 가득 찬 양들이 부르짖는 소리가 들렸다. 나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울부짖는 종자들. 그들의 사악한 목소리가 교단에 퍼져나갔다.
“조용히 하세요!”
마이크를 든 가브리엘의 호통에 의심에 찬 양들은 놀라 더 이상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들의 목소리가 아무리 크다 할지라도 교단 위에서 내뱉는 소리를 따라올 수 없었다.
“아버지는 학과 같은 사람이었습니다. 비가 와도 뛰지 않았으며, 눈이 와도 추위에 떨지 않으셨고, 길을 잃고 방황하는 자들에게 손을 내밀었음에도 속내가 더럽고 추악한 자들에게서 티끌만큼의 순간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아버지의 이야기에 교단은 파동을 멈춘 호수처럼 그 평정을 되찾았다.
“아버지가 차갑고 어두운 철창 안에서 그런 수모를 겪었음에도 아직까지 삶을 버티신 건 하늘에서 내린 빛을 따르고자 하는 여러분들 때문이었습니다.”
“아버지...”
자신들 때문에 아버지가 생을 끊지 않고 버텼다는 이야기는 그들에게 있어 사무칠 만큼 아픈 이야기였다. 잔잔했던 호수와 같던 교단은 다시금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과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간 자들에 대한 분노로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 파동에 나에 대한 부정과 의심은 빠르게 씻겨나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항상 말씀하셨습니다. 누구나 믿음이 있다면 이 세상에 떨어지는 빛을 볼 수 있다고. 누구나 믿음이 있다면 어두운 나날들에 밝은 빛을 대면할 수 있다고. 여러분들은 빛이 보이십니까?”
“네. 빛이 보입니다.”
가브리엘과 교단 아래 곳곳에 있는 나의 신도들의 목소리가 교단에 울려 퍼졌다. 그들의 목소리에 의심 많은 양들이 흔들리는 것이 보였다.
“빛이 아직 보이지 않으십니까? 여러분들의 믿음이 정말 이것밖에 되지 않으셨습니까? 아버지의 사랑과 하늘의 빛의 은혜가 여러분들에게 울려 퍼진 적이 정말 단 한 번도 없단 말입니까?”
“보입니다. 느껴집니다.”
“아버지는 여러분들을 계도하고 이 세상의 빛을 목도하게 하기 위해 일평생을 바치셨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빛은 이 세상의 근원이요. 물은 이 세상의 생명과도 같다고 하셨습니다. 아버지가 이 세상을 떠났음에도 그의 몸에서 흐른 물과 그의 마음에서 퍼져 나온 빛은 우리에게 다시 돌아올 것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가브리엘은 나의 말에 숨은 신호를 알아차리고 교단 위에 정말 미세한 빛을 쏘며 곳곳에 아버지가 사용하던 배합수를 미스트처럼 분사했다.
“메시아다! 메시아가 나타났다.”
내게 충성을 맹세했던 신도들의 입에서 약속한 말이 울려 퍼졌다.
“메시아? 메시아다!”
“이렇게 눈부시다니. 교주님이 받은 빛보다 훨씬 더 눈부십니다.”
“빛의 자리를 계승했다. 아니... 새로운 빛이 탄생했다.”
“새로운 빛이 나타났다!”
약이 섞인 배합수에 현혹된 이들의 눈에 그 작은 빛은 훨씬 더 강렬하게 들어올 것이 분명했다. 약기운으로 확장된 동공은 평상시 우리가 받아들이는 빛보다 몇 배는 더 강렬하고 환한 빛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그들의 눈에 보이는 나는 온몸에 빛을 두르고 있었다.
“메시아가 이 땅에 당도했다!”
“메시아다! 메시아님이다!”
아버지가 그랬듯 나는 선대의 힘을 그렇게 이양받았다. 비록 적장자는 아니었지만 난 누구보다 우리 조상들의 피를 잘 물려받은 그런 자였다. 삶이 힘든 자의 귀에 달콤한 말을 속삭이고 그들의 등에 길고 긴 빨대를 꽂아 죽어가는 지도 모르게 피를 뽑고 알을 낳는 그런 족속.
“빛이 내려오셨다! 새로운 빛이 내려왔어!”
빛과는 어울리지 않는 삶이었다. 욕정에 눈이 먼 아버지의 실패작이자 어머니가 모두 달랐지만 정식으로 아버지에게 인정받은 엄마들의 자식과는 다른 완벽하게 버려진 자. 형제들과 자매들을 빛내기 위해 더더욱 어두운 이름으로 살아왔던 내게도 이런 기회가 당도했다.
“이제 여러분들에게 제가 아버지의 이야기를 대신해 드리겠습니다. 이 세상을 위해 평생을 힘써온 우리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그리고, 그런 저의 운명에 함께 발맞추어 빛의 근원으로 동행하고자 하는 여러분들을 위해!”
“아버지!”
“아버지!”
나는 그들에게 새로운 아버지가 되어있었다. 민족을 등진 두 국가의 매국노 집안의 운명적인 만남. 그 아래에서 더러운 돈을 만지며 완전히 새로운 체제를 만든 아버지의 업적. 그리고, 그 위에서 한때는 혼외자라는 이름으로, 한때는 빛을 강조하기 위한 어둠과 악이라는 이름으로 전전긍긍하던 나는 신의 아들이자 교단의 최고점인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났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메시아여. 환영합니다.”
우리 집안의 비밀도 나의 비밀을 아는 사람도 이제 없었다. 나를 의심하는 사람도 없었으며 새로운 왕국을 집권할 모든 채비가 끝났다. 그렇게 아버지의 깊고 어두운 그늘에 가려 그 어떤 빛도 보지 못할 것 같은 나의 새로운 왕조는 시작되었다.
[ 카페인의 반란 ] -> 웹소설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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