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의 반란

9-2

by 심색필 SSF

“벨제붑. 여기요.”

“...”


그런 내 모습이 너무 안타까워 보였던 것인지 아버지를 모시는 교인 중 우리 집 일을 도맡아 하는 클라라 헤이라는 젊고 아름다운 여자는 불쌍한 나를 위해 항상 따로 빵과 커피를 챙겨주었다.


“너무 괴로워 마세요. 벨제붑.”

“그렇게 부르지 마요. 제 이름은 벨제붑이 아니에요.”

“그래도 신전에서 교주님의 자제들의 이름을 부르는 건 금지되어 있어요.”

“이딴 거한테 이름이 무슨 의미가 있다고.”

“이딴 거라뇨. 벨제붑님도 교주님의 소중한 아들 중 하나예요.”


그때부터였다. 쓰레기처럼 살던 내게도 한 줌의 빛이 내려온 느낌이었다. 매일같이 자신들이 빛이라 떠들던 형제, 자매들과 아버지와는 달리 진정한 빛이었던 그녀의 모습에 나는 조금씩 삶의 의지를 이어갈 수 있었다.

“벨제붑! 벨제붑!”


그렇게 16살이 되던 해. 클라라가 주는 빵과 커피를 먹으며 길고 길었던 어둠의 시간을 지내던 어느 날 그 사건이 일어났다. 나를 짓누르던 그 강렬한 빛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 그런 엄청난 사건이.


“어떻게 해요? 교주님께서 지금 경찰에 잡혀갔어요!”


교인들에게 백색 가루를 뿌려 자신을 배 불리는 신앙을 강요했던 아버지는 결국 인터폴의 적색수배를 이겨내지 못하고 그 이름에 새빨간 피로 붉은 줄을 긋게 되셨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야! 아버지를 위해 서명운동을 하자!”

“그래. 내가 재단의 자금을 빼돌릴 테니까 교인들과 함께 시위와 폭동을 준비해 줘.”


아버지라는 거대한 빛 아래 형제, 자매들은 마치 잘 조직된 기사대처럼 그의 자유를 위해 조직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재단의 돈을 빼돌리고, 아버지의 석방을 위해 시위와 서명운동을 준비하며, 값비싼 변호사들과 보석금을 준비하고 있었다.


“예에에!”

“다들 고생했다!”

“우리가 아버지를 살린 거야!”


그들은 노력했다. 아버지를 석방시키기 위해 꽤나 긴 시간을 작업했다. 아버지를 대신해서 들어갈 악인을 만들고 그가 형의 집행을 받으면서, 아버지는 자연스럽게 보석금을 내고 나올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이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쳤지만 세상은 힘의 논리로 흘러갔다. 산처럼 쌓아놓은 돈과 힘을 가진 자들과의 유대는 사회에서 무너지기 쉬운 요소가 아니었다.


-짠!-


“돌아오실 아버지를 위해 건배!”

“건배!”


형제, 자매들과 아버지 주요 수하들은 전쟁의 승리에 취해 새빨간 와인을 적시며 그 순간을 축하하고 있었다. 하느님의 피에 어떤 게 들어있는지도 모르고 그들은 새빨간 와인잔을 한잔, 두 잔 입에 털어 넣었다.


-끄으으윽.-

-쨍그랑!-


한참 동안 술을 들이부었던 그들은 제대로 잔을 쥘 힘도 없이 스르륵 무너져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천사들이 참... 상태가 구리네.”

“너...너...”

“여기 마약 파티 현장을 신고하겠습니다. 사람들이 쓰러져있어요. 빨리 와서 도와주세요.”


둘째 형인 가브리엘은 내게 손을 뻗었지만 새하얀 가루가 잔뜩 들어있는 와인에 무너진 그는 서서히 몸이 굳어지며 좀비 영화의 한 장면처럼 기괴하게 움직일 뿐 그 어떤 위협을 주지 못했다.


“이게 뭐라고 사람들이 참...”

“벨제붑. 여기 있습니다.”

“이게 아버지를 신으로 만든 그 가루인가요?”

“네. 맞습니다.”


하얀색 비닐팩에 들어있는 새하얀 가루. 밀가루처럼 이 고운 가루는 단 2mg만 있어도 성인남자를 죽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순백의 악마와 같은 이 가루에 중독된 사람은 정말 셀 수도 없이 많았다. 미국에서만 8만이 넘는 사람이 이 가루 때문에 좀비처럼 변해버렸고 전 세계로 치면 과연 몇이나 되는 사람이 저 보잘것없는 가루의 노예가 된 지 감히 상상할 수도 없었다.


“클라라. 날 위해 목숨을 바칠 수 있어요?”

“벨제붑. 이미 선을 많이 넘었어요. 형들과 누나들이 이렇게 아파하잖아요.”

“어차피 경찰들이 들이닥치면 클라라는 종신형이 확정될 거예요. 날 위해 목숨을 바치세요. 그럼 제가 클라라를 저들과 같은 천사로 만들어줄게요.”

“천사요?”

“아버지를 맹신하게 만든 그 가루를 한 모금 마셔요.”

“벨제붑. 그건...”

“절 믿어요. 저를 도와주는 길만이 클라라가 살 수 있는 길이에요. 아니, 지금껏 꿈꾸지 못한 천사가 될 수 있는 기회예요.”

“...”

“날 그렇게 힘들게 했던 저들은 천사라는 칭호를 들을 자격이 없어요. 악마의 이름을 가졌음에도 그 어두운 곳에 누구보다 환한 손길을 내준 그대 같은 사람이 천사의 칭호를 들을 자격이 있지.”


클라라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하얀색 가루가 든 비닐봉지를 뜯어 오똑 서있는 그 조각 같은 코를 들이밀었다.

-푹!-


겁에 질려 주저하는 클라라를 위해 비닐봉지를 한 번 툭 건드려주자 자그마한 흰색 알갱이가 가루가 되어 그녀의 콧속으로 들어갔다.


-끄으으윽.-


“클라라 이미 천국을 보고 있나 보네요. 그렇게 행복해할 줄 몰랐어요.”


눈이 뒤집힌 채 입에 거품을 물면서까지 경련을 일으키며 생전 보여주지 못한 웃음을 짓고 있는 그녀는 희열로는 표현하지 못할 감정을 느끼고 있는 듯했다.


- 삐이이융! 삐이이융! 삐이이융! -

- 두.두.두.두.두.두.두.두.두.두.-


때마침 경찰들이 도착하는 소리가 들렸다. 경찰차 몇 대만 올 줄 알았는데 파티라서 그런가 헬기까지 동원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저 멀리 헬기에서 불어재끼는 바람에 아버지의 궁전에 있는 모든 것들이 나부끼고 있었다. 이 더러운 집에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시원하네.”


Firefly_A Korean woman in her early 20s is drinking iced coffee while looking like a devil. 410899.jpg

[ 카페인의 반란 ] -> 웹소설 링크

https://www.blice.co.kr/web/detail.kt?novelId=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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