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우르르르르.-
-키에에에엑!-
“지금이에요.”
-텅!-
놈들이 커피를 향해 달려가는 그때 우리는 꽉 닫힌 문을 열고 다시 밖으로 나아갔다. 다행히 커피 향에 홀린 녀석들은 이미 자리를 떠나고 난 뒤였다. 그 멀리에서도 커피 향에 취해 득달같이 달려가던 녀석들의 모습에 건 도박이 성공한 느낌이었다.
“저기. 저기요.”
-치이익.-
자동문이 열리고 핏자국이 가득한 술집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곳곳에 바짝 굳은 피로 얼룩이 져 있었지만 다행히 좀비는 없어 보였다. 우리는 최대한 소리가 나지 않게 실내로 천천히 정말 천천히 들어갔다.
“여기 라면이요.”
“즉석밥이랑 햄이랑 통조림도 많아. 냉동도 엄청 많네. 하여간 식당들 운영하는 꼬라지 하고는...”
“일단 가져갈 수 있을 만큼 최대한 담아서 가져가죠.”
이렇게 안전할 줄 알았으면 다 같이 내려와서 한 번에 챙기는 게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아무리 많이 가져가도 그 양에는 한계가 있었으니까. 다른 건 몰라도 물이 문제였다.
-똑...똑...똑...-
“이제 물도 끊긴 거 같아요.”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물이었기에 그렇게 많은 물을 받아놨음에도 물은 가장 빨리 그 자취를 감춰갔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
“어떻게 하긴. 최대한 아껴야지.”
비가 오지 않는 이상 물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우리가 목숨을 걸고 이곳에 내려온 것도 결국은 다 바닥을 드러내는 물 때문이었다.
-벌컥! 벌컥! 벌컥! -
“지금 마시지 말고 올라가서 마셔요. 일단 옮기는 것부터.”
“알았어요 그래도 한 입은 해. 여기서 목을 축여놔야 위에서 물을 아끼지.”
“그럴까요?”
대훈과 혜린은 음식들을 담다 속이 훤히 보이는 냉장고에 있는 물병들에 입을 가져갔다. 물을 아끼면서 하루에 정해진 할당량만 마시다 보니 둘은 눈이 돌아가기라도 한 듯 벌컥벌컥 물을 마셔댔다.
“그만 마시고. 이거 좀 챙겨요.”
“아직까지 이런 정수기를 쓰는 곳이 있었네.”
“대훈씨. 저랑 이것부터 위로 옮기시죠. 혜린님은 우선 먹을 것만 좀 담아주세요.”
18.9L짜리 대형 물통. 이제는 거의 없어졌다고 생각했지만 다행히 술집에서는 아직 그 물통을 사용하는 듯 보였다. 이걸 어떻게 3층까지 끌고 올라갔을까 싶을 정도로 묵직했지만 어떻게든 물통을 가지고 올라가야 했다.
“빨리 갔다 와요. 혼자 있기 무서우니까.”
“알았어요, 후딱 갔다 올게요.”
언제나 당당해 보이고 이성적인 듯한 혜린이었지만 식당에 홀로 남아 음식을 챙겨야 한다는 건 부담스러운 임무였다. 그러나, 그녀는 위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두려움을 꾹 참고 대형마트 장바구니에 음식들을 쓸어 담았다.
“한 번에 다 들 수 있어요?”
“네. 최대한 들어볼게요.”
“무리일 것 같으면 하나만 가져가고. 괜히 소리 때문에 놈들 몰리면 골치 아프니까.”
“여유 부릴 수는 없어서 우선 챙겨볼게요.”
위험부담이 있어도 움직여야 했다. 혜린도 밑에 혼자 있었고 가능한 많이 움직여서 최대한 많은 식량을 확보해야 했다.
“그럼 빨리 와요.”
확실히 운동선수를 준비했던 엘리트 선수출신이라서 그런지 몸이 다르긴 했다. 며칠 동안 밥 한 번 제대로 먹지 않았음에도 어디서 저런 힘이 나오는지 물통 2개를 번쩍 들어 옥상까지 빠른 걸음으로 샤샤샥 올라갔다. 그에 반해 나는 물통을 놓칠까 봐 여러 번 걸음을 끊어가며 몇 번이고 물통을 날랐다.
“헉... 헉... ”
“빨리 와.”
“여기요. 이거 받으세요.”
문 앞에 물통을 놓자 희철과 영수가 물을 안으로 집어넣기 시작했다. 바깥을 유심히 지켜보며 좀비의 동태를 살피던 사람들도 괜찮다는 사인을 보냈고 작전은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했다.
-쿵!-
“뭐야?”
“꺄아아아악!”
그러나, 항상 변수는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일어났다.
“아영아!”
“소리 지르지 마!”
물통을 받아 들던 희철은 옥탑 바깥으로 달려 나갔다. 그리고는 떨어진 아영을 보고 소리를 지르는 비슷한 또래의 유진의 입을 막고 우리를 보며 소리쳤다.
“빨리 올라와!”
-두.두.두.두.두.두.-
“혜린씨!”
“혜린아!”
나와 대훈은 곧바로 3층의 술집으로 뛰어내려 갔다. 혜린을 향해 뛰어가는 우리의 발소리 위로 저 멀리서 울려 퍼지는 좀비들의 거대한 발소리가 덮였다.
-다.다.다.다.다.다.-
“무슨 일이에요?”
“일단 올라와. 빨리 올라가야 해!”
“이거! 이것부터!”
우리는 혜린이 준 장바구니를 들고 올라갈 준비를 했다. 혜린이 품에 이것저것을 들고 올라가고 나서야 나는 그녀가 준 장바구니를 들고 옥상으로 향했다.
-키에에에에엑!-
[ 카페인의 반란 ] -> 웹소설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