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의 반란

6-2

by 심색필 SSF

“이 밑에 층에는 뭐가 있었나요?”

“식당이 있었어요. 2층에 분식집이 있었고 3층에는 술집이 있었고...”


정말 다행이었던 건 이 건물에는 루프탑 말고도 식재료를 가지고 있는 식당들이 많았다. 상하는 음식들만 있는 곳이 아닌 인스턴트 통조림과 라면과 같이 유통기한이 한참이나 있는 그런 식당들. 거기만 잘 털면 우리는 조금이나마 생명을 연장할 수 있었다.


“진짜로 이걸 하려고요?”

“여기서 굶어 죽을 수는 없잖아요.”

“그건 그렇지만...”


커피로 놈들을 유인하고 아래층에 식량들을 확보해서 다시 옥상으로 돌아오는 것. 그게 우리의 작전이었다.

“우리 중 한 명이 꼭 가야겠네요?”

“미안하지만 그래야겠지.”


건장한 남자 둘과 여자 일곱 명. 누군가를 내쫓기에도 꽤나 머릿수가 많은 그들이 왜 하필 누군가를 도와주려고 깃발을 흔들었는지는 자명한 이유였다. 위기의 상황에 보다 강력한 노동력이 필요했으니까. 군인 출신의 희철은 생각보다 계산적인 남자였다. 그런 그의 밑에서 함께 일을 하는 대훈 또한 마찬가지였다. 살아남기 위한 최적의 성비를 그들은 직감하고 있었다.


“제가 다녀올게요.”

“야...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 죽으나 저렇게 죽으나 똑같아. 여기 계속 있으면 괜찮을 것 같아?”


혹여나 자신이 갈까 봐 지레 겁을 먹었던 영수는 막상 내가 먼저 출발한다고 하니 걱정스러운 눈으로 날 쳐다보았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달랐다. 혹여나 일이 잘못된다고 했을 때 옥상으로 돌아오지 못한다 해도 이 건물의 특성상 새로운 은거지에서 보다 많은 식량과 함께 더 긴 시간을 살아남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했다.


“저도 같이 가겠습니다.”


옆에 있던 대훈이 손을 들었다. 그의 눈을 보니 단순한 의심이 아닌 무언가에 대한 계산이 선 확신이 눈에 비쳤다.


“저도 갈게요.”

“넌 안돼.”


혜린이 손을 들어 자신도 함께 가겠다고 하자 희철이 그녀를 막아섰다.


“왜요?”

“혹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밖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고 그런 상황에서...”

“그런 상황에서 저 둘이 가는 건 괜찮고요?”

“...”

“저도 가면 힘이 될 거라고요.”

“짐만 될 거다.”

“왜 그렇게 확신하시죠?”

“이건 영화가 아니야. 좀비들이 달라붙으면 가장 느린 네가 가장 먼저 잡힐 거야.”

“사장님. 저 이래 봬도 중학교 때까지 육상부였어요.”

“하아... 진짜...”

“걱정 마세요. 멀쩡하게 살아 돌아올게요.”


희철은 다른 직원들보다 혜린을 굉장히 아끼는 듯했다. 사실 지금 이 상황에서 짐이 되는 여자는 혜린이 아닌 나머지 여자들이었다. 착하고 선하고를 따지는 게 아니라 생존에 있어서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은 혜린밖에 없는 듯했다. 가장 이성적이고, 가장 부지런하며, 가장 겁이 없었다. 확실히 지금 이 순간에 없어서는 안 될 인물이었다.


“그럼 작전대로 하는 거죠?”

“네. 무슨 변수가 있을지 모르니 정해진 작전대로 움직이는 겁니다.”

“네.”


작전은 그랬다. 커피병을 밖으로 던져 좀비들을 모으고 우리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식자재를 가져온다. 물이던 식량이던 상관없이. 우선은 손에 잡히는 그 모든 것을 다.


“확실히 놈들이 움직이겠지?”

“네. 우리 두 눈으로 봤잖아요. 놈들은 후각에 가장 예민하고 그리고 커피 향에 광적으로 돌변하는걸요.”


근 며칠간 인근에 있는 모든 커피를 다 흡입한 녀석들은 계속해서 정처 없이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은 그냥 좀비가 아니라 커피의 환락에 빠진 괴수들이었으니까.


“그럼 간다.”

“네.”


희철은 커피 액상이 가득 든 페트병 하나를 집어 힘차게 밖으로 집어던졌다. 내가 던졌을 때보다 확실히 더 멀리 날아간 페트병은 공중에서 빙글빙글 돌다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탕. 탕. 탕. 탕그르르르.-

-푸쉬이이이이.-


바닥에 떨어진 페트병은 몇 번을 바닥에서 튕겨져 나오더니 그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검은 기체를 내뿜으며 가스를 분출시키고 있었다.


-우르르르르르.-


Firefly_A Korean woman in her early 20s with a devilish appearance is drinking coffee. 456750.jpg


[ 카페인의 반란 ] -> 웹소설 링크

https://www.blice.co.kr/web/detail.kt?novelId=100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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