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지만 그래도 리프레쉬는 해야지....
리프레쉬, 기분전환, 충전의 방법은 정말 여러 번 바뀌었던 것 같다. 한때는 술자리를 통해서 사람들을 만나며 에너지를 얻었다. 근 1년은 그냥 무작정 누워서 유튜브를 보면서 뇌와 함께 몸을 녹이는 게 가장 좋은 충전 방법이었던 것 같다. 번아웃이 온 지도 좀 된 것 같고 뭘 해도 힘이 나지 않기도 했고 말이다.
그러다, 요즘 리프레쉬에 대해서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오래된 취미를 다시 꺼내보는 일이었다.
“아... 그래도 나 한때는 운동 좀 했었는데.”
“아... 그래도 옛날에는 나 이런 것 좀 잘했었는데.”
창고 속에 먼지가 쌓인 오래된 졸업앨범에서 내 옛날 모습을 마주하듯 녹이 쓸어버린 옛날의 그것들을 다시 마주하니 내가 얼마나 막 살았는지 알게 되는 느낌이었다. 남들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정말로 노력했던 무언가를 다시 꺼내보니 내가 부었던 시간과 노력은 누군가에게 일상이었고 지금은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골동품이 되어있었다.
최근에 꺼내본 나의 골동품은 수영이었다. 나이가 깡패라고는 하지만 새벽까지 술을 먹고 아침 6시에 수영장에 가서 1교시가 시작하기 전 3km를 수영하던 그때의 나는 이미 그래픽마저 노화한 이전의 사진처럼 알아볼 수 없을 만큼 해져있었다.
“와... 왜 이렇게 힘들지.”
거친 숨소리와 피부 위를 덮고 있는 물이 땀과 희석되는 그 순간들이 너무나 빨리 찾아왔다. 100m. 25미터 풀장 기준으로 2바퀴 왕복. 지금 그게 내 체력이었다. 굳이 숫자로 따지면 30분의 1이었다. 안타까워야 할 순간인데 괜시리 기분이 좋았다. 조금 하다 보면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들었다고 해야 할까? 주말마다 나가는 수영이지만 2달 만에 1킬로, 3달 만에 3킬로를 안 쉬고 왕복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의 기억들을 몸이 추억하고 있는 느낌이었다.
“수영한 지 얼마나 되셨어요?”
수영을 끝나고 사람들과 밥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그 옛날의 기억들이 떠올랐다. 온몸이 뻐근하고 눈꺼풀이 무거웠지만 최근에 이렇게까지 기분이 좋았던 적은 드물었다. 아무리 문질러도 지워지지 않던 묵은 때가 뜨거운 물에 불려져 조금씩 그 껍질을 벗어가는 느낌. 아마 새로운 걸 처음 도전했으면 이런 느낌을 받지 못했을 것 같다. 이전에 정말 열심히 했지만 지금은 손대지 못했던 것이기에 다시 한번 과거의 나에게 도전할 수 있는 마음이 생겼던 것 같다. 정확하게 말하면 무언가에 목표를 두고 집중해서 그 한 곳만을 바라만 보고 달려갔던 과거의 나에 대한 도전이었다.
사실, 이전에 살을 많이 뺐던 나에 대한 도전도 하고 싶지만 일단 차근차근 한 가지씩 그런 순간을 마주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아직 여러 개를 다 하기에는 힘들고... 그리고, 뭘 더 많이 하면 리프레쉬가 아니라 삶에 모래주머니를 하나 더 다는 느낌이 들 것 같다. 자일리톨 하나 먹으려다가 자작나무를 쪼아대는 딱따구리가 될 것 같은 느낌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