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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 그게 좋은 게 맞아?

추억이 아름다운 건 좋았던 기억만 남아있어서 그런 건 아닐까?

by 심색필 SSF

만약에 내가 타임머신을 가지고 과거로 돌아간다면 지금까지 일어났던 일들은 과연 일어나지 않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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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유튜브를 보다가 영화 ‘타임머신’을 일축해 놓은 영상을 보았다. 영화를 관통하는 이론 중에 하나가 러시아 물리학자 이고르 노보코프가 말한 자기 일관성 원리라고 한다.


‘일어난 일은 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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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타임머신' ]


과거로 돌아가 이미 정해진 역사를 바꾸려고 한다 하더라도 이미 정해진 역사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사건이 지속되는 법칙에 따라 시간여행은 움직인다는 가설이다. 어떤 중요한 사건을 막기 위해 개입한 행동이 그 사건을 만드는 또 다른 원인이 될 수 있다.


영화에서는 그런 장면 중 하나를 주인공 알렉산더의 여자친구인 엠마의 사망사건을 뽑았다. 타임머신을 만들게 된 계기가 엠마의 사망이었기에 그가 아무리 과거로 돌아가도 엠마의 죽음을 바꿀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타임머신이라는 것이 발명된 결정적인 이유가 엠마의 사망이었기에 이미 과거로 돌아간 순간부터 엠마가 다시 살아나는 시간선은 존재할 수 없다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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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타임머신' ]


만약 내가 과거로 돌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그런 결정적인 사건을 바꾸기 위한, 지금의 내 운명을 바꾸기 위한 행위라고 하다고 해도 결국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내 타임라인의 나로 결국 귀결되지 않을까?


사실, 어떻게 보면 이미 지나간 벚꽃이 완벽하다고 그때의 봄으로 되돌아가려는 건 조금 어리석은 짓일 수도 있다. 다가오는 봄을 의심하며 그때의 아름다웠던 한 장면에 매몰되어 내 기억을 왜곡시키는 것이 우리가 과거로 돌아가기를 소원하는 이유가 아닐까?


영화에서는 아주 멋진 명대사가 나온다.


“우리 모두에게는 모두 타임머신이 있지. 과거로 인도해 주는 건 우리의 기억이고, 미래로 인도해 주는 건 바로 꿈이야.”


심금을 울리는 대사 한마디에도 과거로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이라는 이 가설은 마음속에서 쉽게 사라지지 않는 듯하다.


‘그때 내가 실수하지 않았더라면?’

‘그때 조금 더 좋은 선택을 했더라면?’

‘그때 내가 그 사람을 포기하지 않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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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이유는 단순히 그때를 즐기기 위함이라기보다는 그때 나의 선택으로 인해 지금 이 순간이 바뀌었음 하는 그런 욕망 때문일 것 같다. 우리가 ‘재벌집 막내아들’을 보면서 대리만족을 느꼈고, 마지막에 그 모든 사건이 꿈이라는 것을 들었을 때 진도준이라는 인물보다 훨씬 더 분개했던 이유는 그럼에도 현재의 내 삶이 바뀌지 않아서가 아니었을까 싶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바꿀 수 없다는 이 법칙 위에서 우리는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에 매번의 선택에 신중함을 가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만약, 타임머신이라는 기계가 생겨서 매번 내가 실수를 할 때마다 과거로 돌아간다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시간선은 어떻게 될지가 궁금하다.


“그거 들었어? 걔 또 과거로 갔대.”

“와... 미친. 그런 개또라이 짓을 하고 또 과거로 갔다고? 진짜 무책임하네.”

사람들은 아마 더 무책임하고 무분별하게 시간선을 바꾸지 않을까? 누군가는 회식자리에서 실수를 하고 타임머신을 사용하고, 누군가는 고백에 차였다고 과거로 돌아갈 것이다. 아마, 개중 몇 명은 주식이나 코인의 시세를 확인하고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사람이 있겠지.


시간여행이 불가능한 이유와 지금까지도 미래에서 시간여행을 현대로 오지 않는 이유는 아마 과학기술의 발전하지 못한 이유가 아닐지도 모른다. 핵무기를 개발했다고 해서 누구나 그 무기를 사용하지 못하는 것처럼 미래세대의 사법시스템 때문에 시간여행이 막혀있는 것은 아닐까? 아마, 타임머신이 만들어지면 핵무기보다 보안이 엄격할 것 같다.


“드디어 타임머신 사용 의견에 과반수 이상이 찬성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45000개 은하세계에서 해당 의견에 격렬한 반대를 하며 곳곳에서는 무력시위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현장의 소식 전해드리겠습니다.”


사람들의 지식수준이 올라가고 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시간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공포를 직접적으로 느낄 것 같다. 누군가의 존재가 있지도 않았던 것처럼 사라지는 것은 생각보다 더 무서운 일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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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화 '원피스' ]


우리가 죽는 것은 심장이 총에 뚫렸을 때도 아니고 맹독수프를 마셨을 때도 아니고 사람들에게서 잊혀졌을 때라고 하는 한 유명만화의 명대사가 있듯 나라는 존재가 이 세상에 아예 없었던 세상이 만들어지는 것은 꽤나 무서운 일이 될 것 같다.


흠... 처음에 생각한 주제는 이게 아니었던 것 같은데 역시나 오늘도 꽤나 긴 시간을 돌아온 것 같다. 지금 이 글을 쓰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다른 글이 나왔을까? 그것도 궁금하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이 글을 읽기 전으로 돌아간다면 내가 아닌 누군가가 쓴 이 글을 읽고 있지 않을까? 흠.... 그것도 궁금하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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