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인의 반란

프롤로그 上

by 심색필 SSF

-쪼옥.-


얼음 가득한 플라스틱 잔에 채워진 새까만 색의 액체. 맛보다 향으로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근사한 냄새를 풍기지만 왜 저 액체에 저렇게 집착할까 생각이 들게 만드는 한잔의 커피는 이제 현대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품이 되어버렸다.


“안녕하세요.”


Firefly_A plastic disposable iced Americano cup holder features a cute devil drawing and the  94462.jpg


교실에 들어오는 친구들 손에 하나같이 투명색 플라스틱 컵이 달려있었다. 새까만 액체가 들어있는 차가운 커피 한잔. 최근에 ‘커피人’이라는 브랜드가 대박을 치고 나서 여기저기서 다들 같은 종류의 커피를 들고 오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좋은 아침.”

“뭐야? 그 어르신 같은 인사는?”

“화석이 화석 티 내겠다는데 뭐 어때 인마.”

“쪽팔리니까 목소리 좀 줄여.”

“막학기에 누구 마음에 드는 애라도 생겼냐? 왜 난리야?”


이제 하나밖에 안 남은 같은 과 동기 허영수. 1학년때부터 전공은 듣기 싫다며 밖으로 싸돌아다닌 녀석이었다.


“내가 학교에 무슨 미련이 남았다고 그러겠냐? 이 지긋지긋한 학교 이제 벗어나야지.”


재수 1년, 군대 2년, 대학교 3년, 교환학생 2년, 알바하고 사회경험한다고 술 처마시러 다니느라 또 1년. 그럼에도 이 거지 같은 울타리를 벗어나러면 1년의 시간을 더 투자해야 했다.


“야. 이광민. 너 진짜 졸업 안 해?”

“지금 이대로 졸업해 봤자 아무 데도 못 가요.”


Firefly_A mortarboard lies lonely on the ground, getting wet from the rain. 706324.jpg


집에서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기껏 대학은 보내놨더니 잘하겠다고 큰소리만 치고 이제 와서 세상이 힘든다는 둥 소리를 하고 있으니 부모님 입장에서 충분히 뒷목을 잡을 만한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이렇게 허송세월만 보낼 거야?”

“아니. 그래도 뭐 이것저것 좀 쌓아놓고 졸업해야죠. 이렇게 졸업하면 지금까지 쌓아놓은 거 다 버리는 거밖에 안 돼요.”

“에휴... 진짜 답답해서...”


취직은 안되고 이대로 그냥 졸업하자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답은 없어 보이고. 침대에 누워 멍하니 천장을 바라만 보고 있다가도 SNS에 잘 사는 친구들을 보면 이대로 있으면 안 될 것 만 같고. 그러다 뭔가를 다시 해보려고 하면 막막한 딜레마 같은 상황만이 계속 반복되는 졸업을 앞둔 예비백수로 하루하루를 버텨나가고 있었다.


“넌 뭐 할 거냐? 이제?”

“하아... 모르겠다. 진짜 그래도 뭔가 하기는 해야 하는데...”

“공무원 시험 진짜 다시 준비해 볼까?”

“또?”


얘라고 뭐 상황이 아예 다른 건 아니었다. 하루하루 시간을 죽이고만 있을 뿐 뭐 하나 차도가 보이지 않는 기나긴 어둠을 지나고 있는 것 같았다.


“자... 이번 기말은 조별과제로 대체할 겁니다.”

“아아아...”


역시 학생들 기강 잡는 데는 조별과제 만한 게 없었다. 그 누구도 좋아하지 않고 그 누구도 만족하지 못하며 실력보다는 정치가 늘게 되는 조별과제.


“조만간 학교 떠나는 마당에 조별과제 이거 꼭 해야 하나?”

“뭐... 졸업이라도 하고 싶으면 해야지.”

“하긴... 너는 뭐 선택권이 없지.”

“하아... 진짜 신경 쓰이네.”

“걱정 말아. 어차피 너랑 나랑 붙어있으면 떨거지들 모이게 되어있어.”


다른 대안이 없어서 나가는 학교 수업 마지막에 하필 조별과제라니. 서울에 있는 대학교만 나온다는 생각에 전공은 뒤로한 채 입학한 학과는 결국 마지막이 되어서 내 발목을 붙잡았다.


“야... 근데 고고학은 도대체 어디에 취직하는 거냐?”

“고고학을 배우는 거지. 사학과라고 새끼야! 공부를 수박 겉핥기 하듯이 해서 그런가 왜 이렇게 멍청하냐?”

“아니. 그래서 너 졸업하면 어디 취업하냐고? 뭐 인디아나 존스 찍으러 어디 정글 가야 하는 거 아니야?”

“하... 진짜 짜증 나게 하네.”


Firefly_On one side of an old stone pagoda is a mural depicting a demon tied to a wall with b 83963.jpg


사학과를 나왔다고 하면 항상 주변에서 물어보는 말들이 있었다. 입학하는 순간부터 전공에 대한 조롱에 취직에 대한 걱정까지. 그래도 기왕 공부한 일에 열의를 가지고 큰 박물관이나 해외대학의 연구진으로써 열망을 이끌어보려 했지만 막상 교환학생을 다녀오고 나서 생각이 바뀌게 되었다.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네?”

“아...어.”

“왜? 무슨 일 있었어?”

“내가 갈 길이 아닌 것 같더라고.”


교수님의 도움으로 고고학으로 가장 유명한 시카고 대학까지 다녀왔지만 내가 생각했던 이상과 현실은 너무나 달랐다.



Firefly_A devil in the form of a fly is enjoying a bath in a coffee cup filled with hot coffe 137483.jpg

[ 카페인의 반란 ] -> 웹소설 링크

https://www.blice.co.kr/web/detail.kt?novelId=1000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