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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처음부터 잘 키우자 Jun 27. 2023

필라테스를 하는 이유

70대까지 40대의 몸으로 살길 바라는 아줌마의 필라테스 이야기 7

"경아님, 필라테스하는 이유가 뭐예요?" 

"70대 할머니가 되어도 힐 신고 원피스 입고 싶어요. 지난봄에 입었던 원피스 지퍼가 안 잠겨서 살 빼러 왔어요."


라고 당당하게 말하고 싶었지만, 못 했다. 기본도 안되어 있는 주제에 추가 옵션을 요구할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다이어트요.'라고만 말했다. 뭔가 알쏭달쏭한 표정을 짓는 선생님께 내 상황을 설명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용기를 내어서 3~4달 동안 갑자기 몸무게가 불었다고, 운동을 안 해서인지 나이가 들어서인지 모르겠다고 말을 했다. 이야기를 끝까지 가만히 듣던 선생님이 나에게 인바디를 해 보자고 했다. 


잠시 후 인바디 결과지를 들고 온 선생님이 빨간색 파란색 볼펜을 들고 설명을 시작했다. 체지방이 많다며 감량해야 하는 정도를 알려주었다. 감량해야 하는 체지방은 6kg. 각오하고 있었던 결과라 놀랍지 않았다. 그리고 선생님이 6kg이라고 말을 할 때 난 반드시 선생님이 빼줄 거라는 확신을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나는 모범생이니까. 학교 다닐 때에도 비록 공부를 그렇게 잘 하진 못했지만 선생님이 시키는 거라면 뭐든 묻지도 않고 따지지도 않고 다 하지 않았던가. 지금은 왜 그랬나 싶지만 한 번 더 선생님에게 맹목적으로 복종하던 시절의 나로 돌아가 보려고 한다. 선생님이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서 반드시 감량하고 날씬한 몸을 만들고야 말 거라는 의지를 불태웠다. 


혼자만의 상상 속에서 날씬한 나를 그리고 있는데 상상을 와장창 깨버리는 선생님의 말이 들려왔다. 근육으로 4kg을 증량해야 한다고. 이건 내 날씬한 몸 프로젝트에 없던 이야기다. 세상에 나에게 4kg 증량을 하라고 하다니. 또다시 '내가 잘못 온 건가?'라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옴과 동시에 이번에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큰소리로 "네? 증량이라고요?"라고 말해 버렸다. 갑작스러운 나의 데시벨의 변화에 선생님이 찐 당황한 듯 보였다. 선생님은 흥분한 나와 인바디 결과지를 번갈아 보며 다시 나직이 설명을 하기 시작하였다. 선생님의 이어진 설명에 따르면 근육량이 적고 하체 특히 발목 쪽 근육이 너무 약하다고 했다. 그 순간 내 머릿속을 스쳐간 생각은 '안되는데, 나 힐 신어야 하는데...'. 그제야 내 몸의 상태에 대한 생각이 시작되었다. 결론은 생각보다 엉망이군. 


이번에는 내가 이성을 차리고 나지막이 말을 시작하였다. 

"그럼 결국 2kg 감량이라 지금 몸무게랑 별반 다를 게 없어요." 

이어지는 선생님의 말은 

"수치상으로는 다를 게 없다 해도 체지방이 줄고 근육이 붙으면 몸에 균형이 잡히고 급격하게 살이 찌지 않아요. 특히 필라테스를 하면 체형교정의 효과가 있어 분명 보디라인이 잡혀요."라고 말하였다. 


묘하게 설득당하는 듯 한 나를 느꼈다. 그리고 선생님의 탄탄한 몸을 보여 살이 안 빠진다고 해도 근육이 생겨 출렁이는 뱃살만이라도, 한 움큼 잡히는 옆구리 살만이라도 보이지 않으면 최소한 원피스 라인은 잡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운동이 끝나고 돌아가려는 나에게 선생님이 당부를 하였다. 운동도 열심히 해야 하지만 잘 먹어야 한다고. 그래야 건강한 몸이 된다고. 내가 누군가? 선생님의 말이라면 참 잘 듣는 사람이지 않던가. "네."라고 작은 목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이미 나의 발걸음은 마트를 향하고 있었다.  



#필라테스 #다이어트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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