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협에서는 고수들끼리 눈빛만 봐도 상대방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다고 한다. 이와 비슷하게 일터에서도 상대방의 말 한마디, 작은 행동 하나만 봐도 실력을 가늠할 수 있다고들 한다. 짧은 이메일 한 줄, 첨부파일의 파일명에도 그 사람이 일을 대하는 태도와 노하우를 엿볼 수 있다.
첫 직장에 입사한 주니어들은 회사에서 자연스럽게 업무 커뮤니케이션 방식들을 배워나간다. 신입사원 교육 수준이 높은 기업이라면 입사 직후 업무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쳐줄 것이고, 그게 아니라면 사수나 상사한테 혼나면서 배울 것이다. 그러나 실전에서 실수하며 배우는 과정은 너무나 고되고 오래 걸린다.
그래서 업무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기본적인 노하우들은 뭐가 있을까 정리해보았다. 특히 원격 근무 시대가 크게 앞당겨지면서 서면으로 업무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나눠야 할 일이 더욱 많아졌다. 그렇다면 더더욱 아래의 기본적인 원칙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가장 기본 중에 기본이어서 누가 잘 알려주지 않는 내용이기도 하다.
1. 커뮤니케이션은 즉답이 원칙이다.
2. Task의 4가지 요소(KARD)를 포함해야 한다. (KPI, Action Item, R&R, Due date)
3. 두괄식으로 말하되 필요에 따라 [맥락, 요약, 내용, 참고자료]를 더한다.
4. 업무 현황은 누가 묻기 전에 수시로 공유한다.
5. 조직 차원의 합의가 필요하다 : 업무 용어 통일, 피드백 원칙 세우기 등
각각에 대해 설명해본다.
모든 업무 커뮤니케이션은 즉답이 기본 원칙이다.
즉시 답한다는 기본 전제 안에서 융통성 있게 판단해야 한다. 당연히 상대방의 메시지 등에 즉시 대답할 수 없는 경우도 있지만, 기본은 즉시 답하는 것이다.
즉답을 기본 원칙이라고 하는 이유는 거꾸로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을 뒷전이라고 생각하고 자기 일에만 몰입해서 대화를 미뤄두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식으로 일하는 사람들은 조직 전체의 효율성을 완전히 망친다.
업무는 여러 사람이 얼기설기 얽혀 있기 마련이다. 어떤 사안에 대해 보고하거나, 질문하거나, 요구하는 등의 업무 커뮤니케이션은 상대방이 반응을 보여줘야만 그 사안을 추진하고 진행할 수 있다. 대부분의 업무에는 여러 이해관계자가 얽혀 있다는 걸 감안하면 다수의 업무가 한 사람으로 인해 멈추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업무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즉답이다.
당연히 모든 메시지에 항상 즉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집중이 필요한 업무가 있어서 시간을 정해두고 잠시 업무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차단하는 것도 좋은 업무방법론 중에 하나다. 혹은 클라이언트(고객)와 미팅이나 중요한 회의 중에 전화/메시지가 왔을 때에도 즉답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예외적 상황이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는 건 누구나 이해할 것이다. 말하고 싶은 요지는 '적어도 기본 원칙은 즉답'이라는 점이다.
팀장 : Jason, 지난번에 A 프로젝트 관련해서 정리한 자료 좀 보내줄래요?
팀장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Jason은 그 말을 듣고 서둘러 자료를 찾아본다. 그리고 자료를 보내기 전에 정리가 미흡한 부분이 있어서 조금 수정하고 있는데 팀장에게서 다시 메시지가 온다.
팀장 : 아, 됐어요. John한테 받았습니다.
Jason : 앗, 지금 보내려고 했습니다.
팀장 : ...
내용만 확인하고 일부터 시작한다. 그러고 나서 한참 뒤에서야 업무 결과물과 함께 대답한다. 결과는 어떤가? 내가 메시지를 확인했는지 아닌지조차 모르는 상대방은 오매불망 답변을 기다리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서 일을 처리해버릴 것이다. 비효율적인 것은 물론이고 당사자는 얼마나 짜증 날지 한 번 상상해보시라. 상대방의 메시지를 확인했으면 일단 확인했다고 대답부터 하자.
Jason은 기획안을 작성하느라 깊게 몰입해서 일하고 있었다. 사내 메신저를 슬쩍 보니 알람이 서른 개나 넘게 쌓여 있었다. 그중에는 누가 게시물에 좋아요를 눌렀다든지, 내가 작성한 글에 댓글을 달았다는 등의 자잘한 알람도 포함되어 있을 게 뻔했다. 워낙 수십 개씩 알람이 쌓이는지라 Jason은 좀 더 기획안에 몰입했다. 어차피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게 하니까. 알람이 너무 많은 걸 어떡하란 말인가?
그때 누군가 갑자기 뒤에서 Jason의 어깨를 탁! 치며 말했다.
팀장 : Jason, 진짜 대체 왜 메신저 안 봐? 너 때문에 급하게 John이 대신했기에 망정이지. 클라이언트가 노발대발했어요. 하... 금요일에 1:1 면담할 테니까 시간 비워놔요.
특히 원격 근무를 많이 하는 스타트업에서는 업무 메신저에 알람이 굉장히 많이 뜬다. 그래서 업무 경험이 없는 주니어들은 무지막지하게 쌓이는 알람을 보면서, 일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알람을 좀 무시해야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몇 초마다, 몇 분마다 울리는 알람에 일일이 반응하다가는 아무 일도 못하기 때문이다.
일면 타당한 말이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의 기본 원칙은 즉답'이라는 전제를 모른 채로 위와 같은 방식에 익숙해지는 게 문제다. 만약 알람이 너무 많다면 꼭 필요한 알람만 울릴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야 하고, 일단 알람이 온다면 적어도 즉답이 필요한 알람인지 아닌지 정도는 바로바로 파악해야 한다. 하지만 제대로 커뮤니케이션 원칙을 배우지 못한 주니어들은 단순히 모든 커뮤니케이션을 뒷전으로만 여기게 되는 것이다.
확실히 하고 가자.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즉답이다. 그래야 서로의 업무가 딜레이 되지 않는다.
과업(Task)이라는 것에는 4가지 요소가 있다. 과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게 어색한 주니어 때에는 각 과업에 대한 카드(KARD)를 만들어서 정리하면 좋다.
그리고 모든 업무 커뮤니케이션에는 과업에 대해 아래 4가지 요소가 포함되어 있어야 한다. 하나라도 빼먹으면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을 수 있다. 일 잘하는 사람은 모든 대화에서 아래 4가지를 반드시 짚고 넘어간다.
- KPI (Key Performance Indicator) : 과업의 목표 결과물 수준
- Action Item : 구체적으로 해야 하는 실행 과제
- R&R (Roles&Responsibility) : 해당 과업의 책임/권한 (누구의 과업인지)
- Due date : 과업이 완수되어야 하는 마감 기한/납기일
무엇이 효율적인 의사소통인지는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다. 누군가는 생략과 은유를 잔뜩 활용하여 말의 수를 줄이는 게 효율적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실제로 듣는 사람이 찰떡같이 알아듣고 말이 잘 통한다면 충분히 효율적일 수 있겠다. 하지만 간혹 커뮤니케이션 미스가 생겨, 의사 전달자와 이해하는 사람이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일이 발생했을 때엔 문제가 크다. 커뮤니케이션하는 데에는 단지 몇 초가 더 걸리지만 업무를 다시 처리하는 데에는 몇 시간, 며칠이 더 걸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흔히 다른 사람에게 과업을 요청할 때 구체적인 수준이나 납기 등을 말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고는 자기가 생각했던 결과물이 나오지 않으면 상대방에 대해 '일머리가 부족하네', '센스가 없네' 따위의 판단을 내려버리기 일수다. 일 받는 사람 입장에서는 자기가 '일 못한다'라는 평을 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 일을 받을 때 더 질문하지 않고 그냥 '네 알겠습니다'하는 실수가 반복된다. 둘 다 잘못이다.
애초에 Task를 전달하는 사람이 명확하게 KARD를 이야기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만약 그렇지 못했을 경우엔 전달받는 사람이 꼼꼼히 파악해야 두 번 일하지 않는다. 업무를 전달받을 때 정확한 결과물 수준이나 납기를 되물어보는 건 몇 초면 되지만, 일을 처음부터 다시 해야 하는 건 참 수고로운 일이다.
사실 실무에서 팀장이든 주니어든 Task의 4가지 요소들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일에 치여서 머리가 복잡한 날도 있고, 말하다 보면 깜빡하고 놓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상대방이 제대로 커뮤니케이션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사람을 너무 깎아내릴 필요는 없겠다. 우리는 일단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된다. 다음 상황을 읽어보면서 어떻게 일해야 하는지 감을 잡아보자.
- 팀 회의 중인 상황
팀장 : 아무래도 경쟁사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먼저 찾아봐야 할 것 같네. (R&R 불명확)
A급 주니어 : 제가 찾아볼까요?
팀장 : 그렇게 해줄래요? (Action Item 불명확)
A급 주니어 : 네. 엑셀 파일에 정리해보고 초안 완성되면 먼저 보여드릴게요.
팀장 : 네네 좋아요. 초안 잡아보고 보내주세요. (KPI 불명확)
A급 주니어 : 기업은 5개 정도 찾아보면 될까요? 정보는 제품 가격대나 고객군, 마케팅 포인트 위주로 찾아보려구요.
팀장 : 음… 10개 정도는 참고해봐야 할 것 같고요. 그리고 제품의 차별점도 같이 정리해서 보내주세요. (Due date 불명확)
A급 주니어 : 네 알겠습니다. 내일 오전까지 작성해서 드려볼게요.
업무 커뮤니케이션의 기본은 두괄식이다. 결과를 먼저 얘기하지 않으면 앞선 내용은 다 흘려버리게 된다.
[ 안 좋은 예시 ] - 하고 싶은 말이 가장 마지막에 나온다.
Jason : 팀장님. 지금 클라이언트가 생각보다 예산이 부족하다고 해서 원래 진행하려던 것보다 규모를 좀 줄여야 할 것 같은데, Park님이 오늘 외근이어가지고 견적을 수정해주실 수가 없어서요. 제가 임의로 A 프로젝트 견적을 바꿔보았는데 한 번 확인해주실 수 있을까요?
[ 두괄식 예시 ] - 하고 싶은 말을 먼저 하고, 세부적인 설명을 나중에 한다.
Jason : 팀장님, A 프로젝트 견적서 한 번 확인해주실 수 있을까요? 예산이 줄었는데 Park님이 외근 중이어서 제가 직접 수정했습니다. (추가적인 설명은 팀장이 물어보면 그때 대답해도 됨)
그리고 필요하다면 다음 요소들을 함께 얘기한다.
- 맥락 : 상대에게 업무를 요청한다면 왜 요청하는지, 해당 업무는 왜 해야 하는지 등
- 요약 : 상대방이 모든 정보를 다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요약된 정보만 먼저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 내용 : 세부적인 내용을 자세히 얘기한다.
- 참고자료 : 해당 내용과 관련된 자료가 있다면 첨부한다. 파일도 첨부하고, 해당 파일이 아카이브(Archive)된 링크나 파일 경로를 함께 표기하면 좋다.
- Jason : "우리 저번에 박람회 현장 사진 찍은 거 있으면 좀 보내주실래요?"
- Park : (하... 지금 바빠 죽겠는데. 그리고 사진이 1,000장이 넘는데 다 필요한 건가? 그냥 잘 나온 A컷만 필요한 건가? 애초에 사진이 왜 필요한 거지? 어디에 쓰려는지를 말해줘야 필요한 것만 주지)
무대뽀로 하고 싶은 말만 짧게 한다고 좋은 건 아니다. 간혹 무조건 짧게 얘기하면 효율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더 간단하면 물론 좋겠지만, 경우에 따라선 부가적인 설명이 있어야 더 효율적인 때도 있다. 그리고 업무를 받는 사람 입장에서 '맥락 없이 일을 던져주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사람이 많으니 조심하자.
여러 업무를 관리하는 중간 관리자들이 자주 하는 얘기가 있다.
"제발 내가 물어보기 전에 알려줘"라고, 업무 진행 상황을 미리 좀 공유해달라는 것이다. 중간 관리자는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는 과업들이 잘 완수되고 있는지 계속해서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업무 현황 공유를 제대로 안 하는 팀원이 있으면, 업무 현황을 체크하는 매니지먼트(Management)에만 너무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서 화가 난다고 한다. 다음 사례를 보자.
팀장 : 다음 주 수요일까지 고객 리뷰 정리하기로 한 거, 어떻게 되고 있어요?
Jason : 아, 그거 Park이랑 로우 데이터 정리하는 중입니다.
팀장 : 아직도 로우 데이터 정리하고 있다고? 마케팅 팀에서 다음 주 월요일에 2차 테스트 돌려야 하는데, 적어도 초안 정도는 지금 나와야지.
Jason : 아! 빨리 하겠습니다.
팀장 : 지금까지 정리한 자료는 어디에 있어요?
Jason : 구글 드라이브에 있습니다!
팀장 : 아니, 구글 드라이브 어느 폴더에 있는지 내가 어떻게 알아요. 링크를 주든지 파일을 달라고.
Jason : 넵...!
팀장 : 설문조사 돌리기로 했던 건 따로 진행하고 있죠?
Jason : 네, 진행하고 있습니다.
팀장 : (하... 그러니까 어떻게 진행하고 있냐고) 설문 다 뿌렸어요?
Jason : 아니요, 아직 설문조사지만 완성해뒀습니다. 오후에 뿌리려고 했습니다.
팀장 : 지금 어디까지 진행됐는지, 언제 완료되는지, 설문조사 질문은 어떻게 구성했는지 내가 볼 수 있도록 진행 현황 좀 메신저에 올려놔줄래요? (제발)
나는 업무 진행 현황을 다음과 같은 식으로 정리한다.
[ 우리 제품을 구매한 고객을 대상으로 설문을 돌리려고 한다 ]
1) 먼저 몇 명한테 언제 설문을 돌릴지 팀원들에게 공유한다.
: 왜냐하면 다른 동료도 고객한테 물어보고 싶었던 게 있을 수 있으니까. 실제로 팀원이 설문조사에 질문을 몇 개 추가해달라는 요청을 한다.
2) 설문을 뿌리고 나서, 설문지를 언제 발송했는지, 몇 명에게 발송 성공했는지, 응답을 수집하는 링크는 무엇인지 공유한다.
: 본 설문조사 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팀장이 궁금해할 것이기 때문이다. 프로젝트를 관리하는 팀장들은 항상 일의 진행상황을 궁금해한다. 설문이 제 때에 뿌려졌는지, 그래서 결과는 언제 확인할 수 있는지 알아야 다른 업무와 병행할 수 있으니까.
3) 일차적으로 설문 결과가 종합되면 공유한다.
: 아직 설문 응답이 다 들어오지 않았더라도 어느 정도 수가 확보되었으면 진행 현황을 공유한다. 몇 명한테 뿌렸고 몇 명에게 회신이 왔는지, 지금까지 결과로 봤을 때 어떤 인사이트가 있는지 중간보고해주는 것이다. 지금 당장 설문 결과를 필요로 하는 팀원이 있을 수도 있고, 혹시나 설문 결과를 정리하는 방향성이 잘못되었다면 동료들이 피드백해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자주 공유하는 편이다.
(위 내용은 아래 글에서 이야기했던 내용)
: https://brunch.co.kr/@goodgdg/67
혼자 커뮤니케이션 잘한다고 업무 효율이 좋아지는 건 아니다. 결국 상대방이랑 죽이 잘 맞아야 스트레스 없이 효율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한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 차원에서 커뮤니케이션 원칙이나 룰을 정하여 공표하고 선언하는 작업들을 해줘야 한다.
커뮤니케이션을 개인의 역량의 영역에 맡기지 않길 바란다. 공동의 합의와 선언을 통해 규칙을 만들어야 구성원 모두가 일정 수준의 역량을 보여줄 수 있다.
프로젝트 하나를 진행하더라도 똑같은 대상을 지칭하는 표현이 각자 다른 경우가 수도 없이 발생한다.
A : "기획안" 파일 어디 있어요?
B : 기획안이요? 저희 팀끼리 정리한 거요?
A : 아니, 그... 클라이언트한테 보내줬던 기획안 있잖아요. 클라이언트용.
B : 아~ 한글 파일이요?
A : 아, 한글 파일 말고 미팅 때 PT 보고했던 PDF 파일이요.
B : 제안서 말씀하시는 거예요?
A : 네네, 제안서요.
그냥 기획안 달라고 개떡같이 말하면 찰떡같이 알아주길 바라는 식이다. 하나의 프로젝트 안에서도 서로 쓰는 용어가 달라서 발생하는 커뮤니케이션 비용을 무시할 수 없다. 특히 지시대명사를 많이 쓰는 사람이 가장 곤혹스럽다. "그거 했어요?", "그 저번에 말한 거 어떻게 됐어요?" 등등 주로 머릿속이 복잡한 CEO들이 자주 한다.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조금이라도 팀원이랑 부르는 이름이 다른 용어가 있다면, 그 순간에 팀원들과 정확한 용어를 정리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따로 뭐 정리해서 글을 쓸 필요도 없다. 팀 태그 걸고 '앞으론 이 단어로 통일하자'고 말하기만 하면 된다. 용어를 통일하는 작업이 습관처럼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
나이가 어려서, 직급이 낮아서, 신입이라서 말을 못 하는 경우가 많다. 혹은 구성원 중에 누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가 나를 또 지적할 것 같아서, 혹은 사람들이 내 의견을 터무니없다고 생각하지 않을까 두려워서 말을 못 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커뮤니케이션을 단지 개인의 역량에 맡긴다면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너가 더 용기를 냈어야지’, ‘그래도 의견을 말해야 해’, ‘누구 다른 의견 없어요?’라고 말해봤자 쉽게 의견은 나오지 않는다.
이럴 때 필요한 게 공동의 원칙이다. 작은 질서와 규율이라 할지라도 개인에게 맡기는 것보다 낫다. 특히 커뮤니케이션에선 더더욱 그러한데, 왜냐하면 의사표현을 막는 대부분의 이유가 ‘심리적 안전’에 있기 때문이다. 내가 말을 꺼내도 손해보거나 공격받지 않을 거라고 느끼는 안전감이 없으면 의사표현하기 힘들다.
커뮤니케이션 원칙을 세우는 건 안전장치를 만드는 것과 같다. 우리 모두 서로를 공격하지 말자, 서로에게 기분 나쁠 만한 어떠어떠한 표현은 쓰지 말자고 합의함으로써, 내가 말을 꺼내도 괜찮을 거라는 안전감을 보장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사표현이 중요한 회의 시간에는 매번 시작 전에 커뮤니케이션 원칙을 선언하는 방법이 있다. 어떤 의견이든 근거와 함께 의견을 이야기한다든지, 회의가 끝날 때까지 한마디도 안 하는 사람이 없게 하자든지, 우리 회사만의 규칙을 정해 선언하는 식이다.
우리가 인간을 과대평가하는 때가 있는데, 한두 번 말해놓고 상대방이 알아서 백팔십도 변하기를 바랄 때다. 의견을 잘 내지 않던 사람에게 몇 번 이야기한다고 해서 사람이 갑자기 말을 잘하게 될까? 남을 쉽게 지적하던 사람이 경고 몇 번 듣는다고 금방 바뀔까? 그렇게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인내심을 갖고 더 자주 이야기하고, 원칙을 매번 선언하며 변화의 접점을 늘리는 게 더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겠다.
이에 대해서는 다음 글의 4~5번째 항목을 참고하시라 ("회의에는 선언이 필요하다")
: https://brunch.co.kr/@goodgdg/60
1. 커뮤니케이션은 즉답이 원칙이다.
2. Task의 4가지 요소(KARD)를 포함해야 한다. (KPI, Action Item, R&R, Due date)
3. 두괄식으로 말하되 필요에 따라 [맥락, 요약, 내용, 참고자료]를 더한다.
4. 업무 현황은 누가 묻기 전에 수시로 공유한다.
5. 조직 차원의 합의가 필요하다 : 업무 용어 통일, 피드백 원칙 세우기 등
업무 커뮤니케이션은 따로 교육을 받지 않는 이상 제대로 배우기는 어려운 분야 중 하나다. 주니어 옆에 달라붙어서 일을 가르쳐주는 사수가 있지 않은 이상 배우기가 어렵다. 왜냐하면 다른 사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먼저 지적하는 건 부담스러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못해도 조언을 받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런 글도 적고 한다. 내가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나마 아는 거라도 공유하지 않으면 먼 길을 돌아갈 사람들도 있다. 내가 틀린 부분도 있고, 더 좋은 노하우도 많겠지만 그래도 참고가 되셨으면 좋겠다. 특히 내가 겪었던 실수들을 똑같이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 적어도 본문에 적은 커뮤니케이션 원칙들을 지키면 내가 경험한 시행착오는 겪지 않을 거라고 믿는다.
원격 근무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요즘, 더더욱 업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사무실에서 얼굴 보고 한 마디면 해결되는 일인데도, 메신저에 장문을 적어야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업무 커뮤니케이션(특히 텍스트 형태) 노하우들이 더 많이 공유되길 바란다.
“재택 근무 때 글로 커뮤니케이션 하는 노하우”
https://brunch.co.kr/@goodgdg/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