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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투자자의 편지
08화
1월 31일의 편지
외부 평가에 휘둘리는 너에게
by
아르노
Jan 31. 2024
브런치북의 제목을 "일기"에서 "편지"로 바꾸었어.
난 너한테 쓰고 있으니, 일기가 아니라 편지인 거잖아?
어제는
밤늦게까지
아내랑 한참 이야기
를
했어.
아내의 진급이 없었던 일로 되었거든.
지금 있는 팀의 인력 충원이 취소되어서 진급에까지 영향을 미친 거야.
아내는 완전 T성향이야. 그리고 내면이 단단해.
그래서 늘 힘든 일이 있어도 "뭘 이런 걸로 그래? 일어나서 다시 가면 되잖아."하고
덤덤하게 이야기하곤 했었는데, 이번 일은 좀 힘들었나 봐.
하긴, 아내가 1년 전부터 꼭 이뤘으면 좋겠다는 목표였고 눈앞에 거의 온 상태였기에
더
힘들 거야.
그냥 맥주 한 잔 앞에 놓고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줬지.
그러고 보니 나도
진
급 때문에 힘든 적이 있었네,
정확히 말하면 고과 때문이었지.
13년도 처음 회사에 들어갔을 때,
열
정이 정말 너무 넘쳤어.
들어가자마자 일을 미친 듯이 배웠고, 어떻게든 팀에 도움이 되기 위해 노력했지.
세미나도 매주 했고, 매달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며 적극적으로 일을 따라갔어.
그때 당시 파트장이 그러더라고,
"야 너 지금 퍼포먼스가 과장급이다야, 계속 이렇게만 해 넌 상위고과 줄게."
더 열심히 하라고 그냥 한 말이었을지 몰라도 그때 나에겐 제대로 먹혔어.
열정에 불을 지피는 멘트였지, 1년의 반은 새벽에 집에 갔어.
(그때는 최소 근무시간 그런 제도 자체가 없었거든)
동기들은 "선배가 일을 안 준다, 나를 신경 안 써준다" 등등을 말할 때에
나는 '일은 찾아서 만들어서 하는 거다'라는 기조로 나를 갈아 넣었던 것 같아.
상위 고과를 위해서.
마지막 해에 전 세계 특허 출원까지 했어.
그리고 확신했지.
'이번연도는 상위 고과를 안 받을 수가 없겠다.'
고과면담에 들어갔는데 그러더라고,
"야 너 저번에도 말했지? 넌 과장급이야. 진짜 이번 연도 인상 깊었어.
근데 말이야, 박00가 이번에 진급을 하잖아 그래서
너
상위고과는 힘들겠어.
상위고과 %는 한정되어 있어서 너한테 줄 수가 없네.
계속 열심히 해. 내년에는 진짜 내가 챙겨줄게"
믿었어.
"네 알겠습니다. 아쉽지만 계속 열심히 하겠습니다."
대답하고 다음 해도 역시 이 악물고 일했어.
내면의 만족감도 모를 때야. 그냥 외부의 평가만 기대하고 달
려
갔어.
건강하지 못하게 나를 갈아 넣었던 거야.
그리고 다음 해 고과면담 시기가 되었
어
.
파트장은 웃고 있었고, 이번에는 진짜 상위 고과일 줄 알았어.
"너 같은 사원은 내가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00이 진급할 차례야
.
나도 진짜 속상하다."
이때
깨닫게 된 거야.
입술이 다 터진 내 모습을 거울로 보며 생각했어.
'아 외부 평가에 목매달면 결국 이 꼴이구나'
외부평가에 대한 결과는 내가 절대 선택할 수 없어.
내가 열심히 한다고 좋게 받는다? 너무 큰 기대야
나는 이 일들을 겪고나서
부
터 외부평가에 그리 휘둘리지 않았던 것 같아.
정말 뼈저리게 깨달아버린 거지.
'이 일을 하면 좋은 평가를 받겠지?'에서 '이 일에서는 내가 무얼 배울 수 있을까?'로 바뀌었어. 일의 강도는 비슷한데, 마인드는 훨씬 건강해진 거지.
그래서 파트장이 뭐라고 하든 휘둘리지 않았고, 완전 내 기준으로 생각하게 되었
어
.
책
<성공한 사람들은 왜 격무에도 스트레스가 없을까>에는 이런 문장이 나와
.
"그들은 정신적으로나 경제적으로도 모자람이 없고 타인의 평가를 신경 쓰지도 않는다.
이는 자신의 원래 목표, 사명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
아내한테도 이야기를 할까 하다가,
그냥 분위기 봐서 하지 않았어. 들어주기만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서.
골프
를
친지 한 6개월 되었나?
실력이 진짜 안 늘어.
혼자 끙끙대다가 '어 잘 맞는데?' 하는 순간이
온
적도 있는데,
다음날이면 다시 안 맞
더
라고.
하체를 신경 쓰면 왼쪽팔이 잘 접히지 않고,
왼쪽 팔을 신경 쓰면 엎어치고;;
일주일에 한 번은 선생님에게 배우는데, 매번 새로운 사항을 지적받아.
이렇게 가다간 평생을 배울 것 같아.
이 이야기를 (골프를 잘 치는) 파트원 분께 이야기하니깐, 어차피 선생님들은 계속 지적할 수 있대.
프로선수가 가도 지적받을 거라고,
일단은 큰 틀만 잡고, 잡히고 나서는 혼자 끙끙대며 본인에게 맞는 스윙을 먼저 찾으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너무 위축되지 않고 그냥 편안하게 쳐보게.
편안하게 배우고 말이야.
책 <그릿>에서 읽은 내용이 생각나
네
.
"재능만으로는 성취를 얻을 수 없다
."
재능에 노력이 "곱"해져야
기
술이 되는 거고,
이렇게 만들어진 기술에 또 노력이 곱해져야 비로소 성취가 되는 거지.
여기서 중요한 건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라는 점이야.
0만 아니라면 노력에 의해 아주 "크게" 개선될 수 있는 거지.
여기서 말하는 노력은 "지속"하는 노력이고.
오늘이 31일이라서 1월에 완독한 책들을 정리해 봤어.
원래 완독 기록을 하지 않았었는데, 기록은 늘 옳다는 생각이기에 한번 시작해봤거든?
좋더라고.
뭘 읽었는지
한눈에 볼 수 있어서 ㅎㅎ
한번 해봐 추천해.
많이 읽었지? 많이 읽는 게 답은 아닌데, 그래도 스스로 뿌듯하긴 하더라.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많이 읽을 수 있었던 이유가 뭐였는지 곰곰이 생각해봤거든?
일단 난 개인 시간의 최우선 순위가 독서야.
무조건 시간이 남으면 책을 펴. 3분이 되었든 1시간이 되었든.
그리고 호기심이 늘 많아. 이게 다독의 가장 큰 원동력인 것 같아.
책 <다른 생각의 탄생> 중에서 나오는 문장인데,
"어떤 시간이나 공간이든, 우리 삶과 생활에 주어지는 모든 것이 공부의 과정인 것이죠.
사소한 것이라도 지나치지 않고 의문을 갖는 것, 그것이 바로 공부하는 사람의 자세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공부의 과정이라는 생각과 사소한 것이라도 의문을 갖는 자세, 그 근본에는 호기심이 있는 거잖아.
이 단순한 마음으로 나는
독
서를
계속
멈추지 않고 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앎의 세계가 계속 확장되고 깊어
지
는 것을 느끼고 있어.
오늘은 아내랑 영화 윌리 웡카를 보기로 해서 빨리 집에 가보게.
내일 보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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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투자하는 다독가입니다. 자본주의 생존에 필요한 인사이트를 책에서 찾고, 그중 핵심 문장을 꾸준히 모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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