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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트 #11 9화

by 전휘목 Mar 15. 2025

아니나 다를까, 악몽도 그런 악몽이 없었다.

최최종본을 열었을 때, 백지가 반기는 꿈이었다.


반쯤 피곤에 절인 채로, 회사로 갔다.

평소보다 가벼운 손목이 오전 내내 어색했다.

"다쳤어?"

점심을 먹는 내내, 손목을 만지는 걸 보고 곽 선배가 물었다.

"아뇨, 그냥 있던 게 없어지니 어색해서요."

팔찌를 잃어버렸다고 구태여 설명하지 않았다.


더디게 지나가는 오후를 견디고, 여섯 시 정각 회사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에 들렀다.

오늘은 트럼펫 트리오가 연주하고 있었다.

서란은 바 테이블로 가 사장에게 물었다.

"혹시 여기 팔찌 두고 간 것 같은데. 못 보셨나요? 가운데 동그란 원형 고리가 있는 거예요."

"아, 그거 혜소가 직접 준다고 가져갔는데, 연락 못 받으셨어요?"

"연락처도 모르는데..."

"아는 사이 아니었어요?"

"딱 한 번 봤어요. 어제가 두 번째고요."

"친한 사이라더니, 제가 전화해 볼게요."

사장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전화를 들었다.

그때 문을 열고 건방진 후드티가 들어왔다. 손에는 팔찌가 들려 있었다. 

"이거 두고 갔어."

마치 서란이 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처럼 혜소가 말했다.

고맙다고 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서란은 갈피가 안 잡혔다.

"챙겨줘서 고맙지만, 남의 물건 함부로 들고 가는 거 아냐!"

결국 서란은 둘 다 해버렸다. 

혜소는 듣지 않고, 무대로 올라가 트리오에 꼈다. 트럼페터는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피아노를 받아주었다.

무례한 침입이 아니라, 무해한 포옹이었다.

처음부터 쿼텟인 것처럼, 그들은 호흡했다.


서란은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사람 이전에, 


음률이, 


화음이,


발을 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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