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나 다를까, 악몽도 그런 악몽이 없었다.
최최종본을 열었을 때, 백지가 반기는 꿈이었다.
반쯤 피곤에 절인 채로, 회사로 갔다.
평소보다 가벼운 손목이 오전 내내 어색했다.
"다쳤어?"
점심을 먹는 내내, 손목을 만지는 걸 보고 곽 선배가 물었다.
"아뇨, 그냥 있던 게 없어지니 어색해서요."
팔찌를 잃어버렸다고 구태여 설명하지 않았다.
더디게 지나가는 오후를 견디고, 여섯 시 정각 회사를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바에 들렀다.
오늘은 트럼펫 트리오가 연주하고 있었다.
서란은 바 테이블로 가 사장에게 물었다.
"혹시 여기 팔찌 두고 간 것 같은데. 못 보셨나요? 가운데 동그란 원형 고리가 있는 거예요."
"아, 그거 혜소가 직접 준다고 가져갔는데, 연락 못 받으셨어요?"
"연락처도 모르는데..."
"아는 사이 아니었어요?"
"딱 한 번 봤어요. 어제가 두 번째고요."
"친한 사이라더니, 제가 전화해 볼게요."
사장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전화를 들었다.
그때 문을 열고 건방진 후드티가 들어왔다. 손에는 팔찌가 들려 있었다.
"이거 두고 갔어."
마치 서란이 오는 걸 알고 있었던 것처럼 혜소가 말했다.
고맙다고 해야 할지, 화를 내야 할지, 서란은 갈피가 안 잡혔다.
"챙겨줘서 고맙지만, 남의 물건 함부로 들고 가는 거 아냐!"
결국 서란은 둘 다 해버렸다.
혜소는 듣지 않고, 무대로 올라가 트리오에 꼈다. 트럼페터는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피아노를 받아주었다.
무례한 침입이 아니라, 무해한 포옹이었다.
처음부터 쿼텟인 것처럼, 그들은 호흡했다.
서란은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사람 이전에,
음률이,
화음이,
발을 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