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한결같음이 저를 버티게 해 줘요.
엄마께
요즘 밤이 너무 깁니다.
잠이 오질 않아 새벽 두 시, 세 시, 네 시까지 안방 앞을 맴돌아요.
엄마를 부르고 싶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차오르지만, 꾹 참고 있어요.
엄마는 출근하셔야 하니까요.
그러다 다섯 시쯤이 되면 더는 못 버티겠어서
조용히 엄마를 불러봅니다.
그런데 엄마는…
제 목소리에 단번에 일어나셔서
“잘 잤니?” 대신
“굿모닝, 사랑하는 우리 아들” 하고 말해주시죠.
스무 살이 된, 엄마보다 훨씬 커다란 저를 꼭 안아주시고
두꺼운 제 손을 따뜻하게 꼭 잡아주세요.
그 순간, 제 안에 웅크리고 있던 부끄러움이 스르르 녹아내립니다.
말로 다 못할 만큼 고마워요. 엄마.
지난봄, 공황이 극에 달했을 때는
새벽마다 울부짖으며 “제발 어떻게 좀 해줘…” 하고 외치고
소리를 지르고, 엄마를 붙잡고 몸부림쳤어요.
엄마도 너무 지치셔서 화를 내셨고
저는 그 화를 핑계 삼아 엄마를 더 원망했어요.
그리고… 참을 수 없어 깨지지 않을 것 같은 물건들을
일부러 골라 벽에 던지기도 했죠.
그때 저는 진심으로 생각했어요.
엄마를 아프게 하면 제 마음도 조금은 나아지지 않을까 하고요.
근데 아니었어요.
엄마의 상처 난 얼굴이, 무너진 표정이 머릿속에 자꾸 떠오르고
죄책감이 밀려와 저를 집어삼켰어요.
엄마를 울리고 나면,
그다음엔 저도 울게 되더라고요.
저도…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
‘왜’라는 물음이 마음속에 떠오를 때마다
저는 세상에서 제일 나쁜 사람이 된 것 같아요.
엄마에게 이럴 자격이 없는 사람처럼 느껴지고,
그게 너무 아파요.
하지만 그런 저에게
엄마는 “힘들면 그럴 수도 있어” 하고 말해주셨어요.
그 말이, 그 용서가
정말 저를 붙잡아줬어요.
그래서 이제는, 새벽이 무너져 내릴 것 같을 땐
의사 선생님이 주신 ‘필요시 복용’ 약을 꺼내 먹어요.
그 작은 알약들이 엄마에게 상처 주는 말을 막아주는 걸 알게 됐어요.
엄마한테 미안해서 미칠 것 같은 날엔
그 약을 삼키며 마음을 눌러요.
가끔은 아기가 되고 싶어요.
입을 뭉개며 “안아주세요…” 하고 말하고 싶어요.
어릴 땐 발음 똑바로 하라고 혼났고
같은 학교 다닐 때는
엄마의 시선이 부담스럽기도 했고
동생이 태어난 뒤론
엄마의 아기 자리에서 밀려난 것 같기도 했죠.
엄마가 날 싫어하는 것 같았고 내게서 떠날 것처럼 무서웠어요.
그런데 요즘의 엄마는
그 모든 기억을 따뜻하게 덮어줘요.
부드러운 손길,
하루에도 몇 번씩 들려주는 “사랑하는 우리 아들”이라는 말.
그 한마디에 저는
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아이가 돼요.
작년엔 엄마가 직장에 계실 때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서 하루 종일 전화했고
조퇴하고 집에 와달라고 울며 매달린 적도 있어요.
그땐 정말 서로에게 너무 힘든 시기였던 것 같아요.
하지만 지금의 엄마는
“엄마도 일은 해야 하지 않겠니?” 하고 화를 내기보단
정확한 시간을 말해주시고,
그 약속을 꼭 지켜 와 주세요.
그 약속이 저를 안심시키고
저는 기다리는 동안 갑자기 몰려오는 슬픔이 무서울 땐
필요시 약을 먹으면서
엄마가 오기만을 기다릴 수 있게 됐어요.
그리고 이제는,
엄마도 오고 싶지만 그게 어려울 수도 있다는 걸
이해할 수 있게 됐어요.
엄마의 사랑은 한결같았다는 걸
이제는 알아요.
엄마가 차려주시는 따뜻한 밥 한 끼,
새벽 다섯 시에 꼭 안아주는 그 순간.
그게 제 하루의 중심이에요.
엄마가 거기 있어 주셔서
저는 아직 괜찮아요.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어요.
엄마는,
제게 세상에서 제일 좋은 엄마예요.
그리고 저는,
엄마의 아들이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사랑합니다.
※ 아들이 평소 엄마에게 하는 말들을 추려, 아들이 나에게 편지를 쓴다면 이렇지 않을까 하며 가상의 편지를 써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