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은 보지 않았어요
아들은 올해 일반고 3에 해당하는 학년이다.
입시를 준비하지 않았고, 수능을 준비하지도 않았다.
일 년 반쯤 함께 해온 팀원들과 함께 올해 6월 학교를 엑시트(졸업)했다.
재학 중에 팀은 프로젝트 문제정의, 해결 과정을 거치며 실제로 상품을 개발하고 펀딩을 통해 출시했다. 꽤 괜찮은 펀딩 판매실적을 올리기도 했다.
이어서 이 프로젝트는 창업지원금과 입주사무실을 지원해 주는 사업에 선정되어 일종의 창업을 준비하고 실제로 사업자 등록까지 마무리했다.
오늘 아들은 두 번째 아이템의 펀딩 출시 예정을 알려왔다.
와디즈 펀딩 사이트에 판매 예정된 링크를 보내며 응원과 지지서명을 요청했다.
아들은 이 팀에서 기획자로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학교를 입학할 때만 해도 예상치 못한 진로였다.
하지만, 어쩌면 나는 내심 원하고 있는 방향이었던 것 같다.
오랜 관성에 따른 공교육에서 벗어나 남들이 잘 알지도 못하는 교육으로 방향을 틀었을 때
나만의 교육관에 소신을 갖고 있다 생각했지만, 처음 가보는 길이라 한편에 불안함이 공존하고 있었다.
아들에게 ‘이런 학교가 있는데, 어떠니? ’ 하고 물었을 때,
아들은 생각보다 흔쾌히 ‘좋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입학지원서를 작성하고, 오프라인 한번, 온라인으로 한번, 총 두 번의 면접을 보고 합격통지를 받았다.
그리고는 이미 합격되어 있었던 고등학교에 입학포기서를 내러 다녀왔다.
늘 약간의 조바심과 걱정으로 지켜보며 나의 권유에 따른 선택이 아들에게 긍정적인 방향이 되기를 기도했다.
다행히 아들은 잘 적응하고 학교생활에도 만족해했다.
입시하고는 무관하게 주제중심, 프로젝트 중심의 과정을 진행하기 때문에
대입을 준비하려면 개인적으로 수능이나 입시를 위한 별도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입학 후에는 대학진학을 포함한 진로에 대한 부분에 있어서 고민이 따라다녔다.
그렇다고 대입을 적극적으로 준비하고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아들이 첫해에 진행했던 프로젝트 팀이 해체되고 다른 팀으로 스카우트(?)되어 합류하게 되었고, 속도감 있게 상황이 전개되면서 어느덧 진로는 창업준비의 길로 들어서고 있었다.
팀원 4명은 각기 팀 내 대표, 기획자, 마케터, 디자이너로서 역할을 담당하며 단단하게 성장해가고 있는 중이었다.
아들의 2년 반의 학교생활 동안 그리고 졸업 후 약 6개월의 시간을 지켜보며
양육자로서 내가 나름 고민하고 배우고 공부한 흔적이 남아 있음을 알게 되었다.
입 밖으로 창업을 권한 적은 없었지만 속으로는 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해본 적 없는 일이지만 아들은 해보길 원했다.
일 년 뒤, 이 년 뒤, 오 년 뒤 십 년 뒤 어떤 길 위에 있을지 모르겠지만 토양을 잘 다지고 뿌리를 단단히 해 잘 성장해 나가기를 바란다.
내가 읽어온 책들이 아들 양육에 있어 자극이 되어주고, 지지를 보내주었기에 몇 권 소개해본다.
‘교실이 없는 시대가 온다’ -존 카우치, 제이스 타운
’ 미래를 읽는 부모는 아이를 창업가로 키운다 ‘ - 이민정
’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 ‘ - 이소영
그리고 올여름 큰 감동과 지지를 얻은 책, 저자 강연회에도 다녀온
’ 아웃스탠딩 티처‘ , ‘프로페셔널 스튜던트’ - 김용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