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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day Writer Nov 20. 2023

2. 아들이 남기고 간 것

향기로운 사과잼

11. 12(일) -2


목요일에 집에 온 아들에게 물었다.


‘주말동안 뭐 할거니? ’

‘아무것도 안할 건데요. 집에만 있을거에요’


3박4일 밥을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혼자 머리를 굴려,

‘음..그럼 요리 좀 해보지 그래?’


‘안그래도 해볼려구요..’


내심 기쁜 마음으로.. ‘오~ 뭐하게?’


‘사과쨈이요’


살짝 실망하며..‘엥? 웬 사과쨈?


아들이 하는 일중에 스토리를 짜는 과정이 있는데 주제가 사과였단다.

그래서 사과를 소재로 여러가지 조사를 하다보니 사과쨈 레시피를 찾게되었고 직접 한번 해보고 싶었다는 그런 이야기다..


뭐라도 해보면 좋지뭐..

그렇게 토요일 저녁식사 이후에 사과쨈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재료는 사과 2개, 설탕, 레몬즙, 계피가루, 물


그러고 보니 아들은 과도로 과일 껍질을 깎는 일은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

사과 껍질을 깎아주고 잘게 자르도록 칼과 도마를 내주었다.

음.. 자르는 모양새를 보니 속으로 아니 겉으로 웃음이 절로 나온다.


하세월이구나..


반은 믹서로 갈고 반은 잘게 썰어서 해보겠다하니, 나는 믹서를 꺼내어 잘라놓은 사과의 반 정도는 금방 드르륵 갈아주었다.


그러고선 남은 사과들을 같이 잘라주니, 아들이 다행이라는 듯..


이걸 혼자서 했으면 2시간도 더 걸렸을거 같단다..


사과잼을 만들겠다고 결심했을 땐 이런 과정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어떻게 사과 껍질을 깍고 자를 것인지..


그럴 때가 있다. 한번도 해보지 않은 일을 하려 하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장벽들이 앞을 가로막는다. 이미 여러번 해보았고 방법을 알때는 장벽이 될수조차 없는 것들이 말이다.

그래서 뭐든 일단 저지르고 해봐야 경험이 되고 내것이 되는가 보다.


잘게 조각나고 곱게 갈아진 사과는 냄비에서 하나로 섞여 설탕과 물, 레몬즙, 계피가루를 더해 불위에서 뭉근하게 끓으며 졸여진다.


잼이 되면서 끓으면 제법 건더기가 튀어올라 손을 데일수 있어 오븐용 장갑을 끼워주고 계속 잘 저어주라 했다.


‘요리는 과학이야.. 그치?’ 나는 형태가 완전히 변해가는 냄비속의 사과와 아들을 번갈아 보며 말한다. ‘그러게요..’

이삼십분이 지나 어느덧 잼이 완성되어 간다.

미리 끓는 물에 소독해놓은 유리병에 잼을 담아 놓으니 아들 녀석도 뿌듯한 표정을 짓는다.


자기가 가져갈것 하나, 집에 남겨놓을 것 하나.


‘잘 만들었어.. 완전 맛있다야~. 엄마도 잘 먹을게. 고맙다~‘


다음날, 병이 깨지지 않도록 잘 포장해 아들 가방에 넣어주었다.

아들이 남기고 간 잼 한병은 내 삶에 ‘행복’이란 두글자 도장을 찍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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