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로서 존재하는 이유, 그 유일성을 빚어가는 사람
—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취향을 중요시하고 나를 표현하는 걸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아요.
나의 취향에 따라 내가 구성된다고 생각해요!
제가 봤던 인스타툰 중에 인상 깊었던 글이 떠올라 적습니다..
'생각해 보면 지금의 나는 내가 동경하는 이미지를 쫓다 보니 만들어진 결정체다. 멋지다고 판단하는 것은 모두 내가 하는 거였다. 다른 사람 말고 스스로에게 멋진 사람이 되고 싶다.'
— 가장 나를 닮은 물건 : 추억할 것을 마구잡이로 붙여놓은 벽걸이 보드
벽걸이 보드는 거진 6년 전쯤 지금 사는 집으로 이사를 왔을 때 부모님이 사주셨던 물건이에요. 다른 보드에 비해 크기가 그렇게 크진 않지만 항상 제 책상 앞에 걸려있어요. 친구들과 찍은 사진, 인상 깊었던 전시의 티켓, 소소하게 구매한 키링, 간단하게 주고받은 쪽지, 마음에 드는 낙서 등 온갖 추억할 거리들을 전시하고 있어요. 그런데 사실은 꾸미려는 의도로 붙인 게 아니라는 점이 포인트예요.
어딜 갔다 오면 생기는 이 쪼가리(?)들이 버리기엔 추억이고, 보관해 놓기엔 애매하고, 그냥 두면 쓰레기가 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마치 벽걸이 보드에게 떠맡기듯이 마구잡이로 붙여놓았는데 그렇게 붙이고 보니 나도 모르는 새에 알록달록히 꾸며져 있더라구요.
그래서 책상에 앉아 보드를 보고 있으면 저랑 너무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아하는 것도 기억하고픈 것도 많은데 정리를 잘하지는 못하고, 붙여놓은 것끼리의 연관성이나 일관성도 그닥 없어요. 붙인 것끼리 쌓여서 저 뒤에 있는 건 대체 뭔지 뒤죽박죽하기도 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멀찍이 떨어져 보면 그 자체로 개성 있고 완전해 보여요. 오히려 하나씩 파헤쳐 보는 맛이 있달까요? (제 자신에 대한 묘사로 비춰지니 민망하지만)
전 제 특징을 부정적으로 평가했었어요. 단지 문득 바라본 보드가 참 입체적이고 아름다워 보였을 뿐이에요. 그때 왜인지 거울을 본듯한 느낌과 많은 생각이 몰려왔었어요. 간단하지만 저와 닮았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예요. 나중엔 더 큰 보드를 방에 두는 게 제 꿈이에요!
— 진짜 많네요. 인생네컷도 다 여기다 붙이시는군요!
네 그래서 사실 여기 없으면 어디 있는지 몰라요 (웃음)
요즘에는 공간이 없으면 끼워놓거나 올려놔요.
— 아이유도 팔레트라는 앨범을 낼 때 '팔레트로 그려낸 그림보다도, 색깔이 묻어 있는 팔레트가 더 예쁘다' 이런 말을 했었잖아요. 이 벽걸이 보드도 추억 조각들이 묻어 있는 팔레트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보드의 조각들 중에서도 가장 아끼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고르기 너무 어렵긴 한데, 아무래도 사진이 가장 소중해요.
고등학교 1학년 친구들이랑 많이 친했었는데 2학년 올라가기 전에 사진관에서 다 같이 찍은 사진이 있거든요. 그게 아마 가장 소중하지 않을까요.
— 친구들이랑은 지금도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절반 정도는요. 연락을 자주 하지는 않지만 1년에 한 번은 꼭 여행을 갈 정도로 친하게 지내고 있어요.
— 보드의 수많은 사진 중 이 친구들이랑 찍은 사진이 제일 기억에 남는 이유가 있나요?
인생 네컷 같은 포토부스 사진들이 그냥 길 가다가 '어? 찍을까?' 해서 찍는 경우라면
이건 '우리 이 순간을, 이 관계를 꼭 남기자'라는 마음으로 직접 예약해서 스튜디오에 가서 촬영을 했다는 점에서 조금 더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 나중에 더 큰 보드를 구매하고 싶은 게 꿈이라고 하셨는데 그때는 이렇게 꾸며보고 싶다고 구상해두신 게 있나요?
큰 보드로 옮겨진다면 분류를 해두고 싶긴 해요. 사진이면 사진, 마그넷이면 마그넷, 티켓이면 티켓.
근데 또 막상 그때가 되면 안 할 것 같아요 (웃음)
꾸미는 건, 지금 보시면 자석이 좀 크거든요. 좀 작게 해서 더 알록달록하게 꾸며보고 싶어요.
사진 외의 것들도 많이 붙여보고 싶구요.
— 보드를 부모님이 구매해 주셨다고 하셨는데 부모님과 같이 살고 계시는 거죠?
네 맞아요.
— 6년 전에 보드를 부모님이 직접 골라서 선물해주신 건가요?
그냥 제 방이 완성돼서 들어가 봤는데 딱 있더라고요. 그래서 '뭐지?' 했는데 부모님이 그냥 하나 사놨다고 그러시더라구요. 처음에 들여놓을 땐 별 생각이 없고 필요하다는 생각도 없었는데 이제는 없으면 너무 허전할 것 같은 넘버원 물건이라서 이 물건을 소개하게 됐어요.
— 이렇게까지 잘 쓰고 있으니 부모님도 뿌듯하실 거 같아요.
좀 더 큰 보드를 사고 싶다면 원하시는 크기가 어느 정도예요?
저는 벽 한 면을 다 채워서 제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서 붙일 정도로 큰 보드가 있었으면 좋겠어요.
— 하나하나 붙이고 관리하는 것에 대한 귀찮음은 없는 편인가봐요.
보시면 아시겠지만 관리하는 편이라기보다는 그냥 빈 곳을 찾아서 붙이는 느낌이어서 관리에 불편함은 없어요. 근데 큰 보드라면 먼지가 많이 쌓일 것 같아서 그 부분에 대한 관리가 조금 필요하겠네요.
— 온라인 기록과 오프라인 기록을 병행을 하고 계신 편이에요? 어느 쪽에 좀 더 비중을 두고 있나요?
둘 다 하긴 하는데 온라인은 일정 스케줄링을 주로 하는 편이고,
좀 더 솔직하고 직관적이게 바로바로 기록하는 건 오프라인이에요. 제가 여행에서 그 순간의 감정을 기록할 때는 꼭 일기를 쓰는 편이구요. 내가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나 그 달을 정리하고 싶을 때 블로그에 쓰는 거 같아요.
— 저는 블로그를 할 때 되게 촘촘하게 매일 썼었거든요. 근데 가끔 들러서 가볍게 끄적이고 가는 블로거들의 담담함이 너무 매력적이었던 것 같아요.
보드를 비롯해서 자취를 하게 되면 꿈꾸고 있는 내 공간의 분위기가 있나요?
아, 완전 있는데요. 일단 이런 나무 가구를 많이 쓰고 싶어요.
딱 이 카페 분위기예요. 이렇게 초록초록한 나무들 그리고 자유로움 속의 정돈이라고 해야 되나.
저는 맥시멀리스트에 가까워서 내가 아끼는 것들을 다 전시해두고 싶고, 그런 공간을 꿈꿔요.
— 자유로움 속에 정돈이라는 말이 참 좋네요. 첫 자취는 언제쯤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혼자 있는 걸 좋아해서 빠르면 제일 좋겠지만 여건이 된다면 내년이라도 하고 싶어요.
마음은 그래요.
— 자취를 잘 해낼 것 같은 느낌이 있어요. 루루님과 어울리는 공간을 잘 찾아서 꾸밀 것 같아요.
앞에 써주신 소개글 중에 '이 벽걸이 보드가 왠지 나를 닮았다'라는 말과 함께 '나는 오히려 내 특징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편이다'라고 말씀하셨는데 어떤 부분에서 그런 감정을 느끼나요?
제 특성상 긍정적인 면도 보지만, 부정적인 면도 항상 잊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거든요.
부정적이라기보다는 제 성격이 그렇게 좋은 결과를 내지 못하는 성격이라고 생각을 했어요.
취향도 그렇게 올곧지 않고, 정리 정돈도 잘 못하고, 마구잡이로 붙여놓고 이런 성격이다 보니
저는 디자인을 전공하고 있는데 취향이 뚜렷하지 않은 게 약점이라고 생각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그런 부분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건데 지금 와서 제 특징을 돌이켜보면
오히려 하나의 취향에 갇혀 있지 않기 때문에 더 다양한 작업물들을 볼 수 있고
그 다양한 작업물에서 더 좋은 점을 뽑았을 수도 있고, 그런 점에서 좀 바뀌었어요 생각이.
— 보드라는 게 사람에 따라 다양한 의도로 쓰이잖아요. 누군가는 비전보드를 통해 내가 꿈꾸는 '미래'를 그려내고, 누군가는 명언을 적어두고 '현재'의 정신 집중을 위해 쓰기도 하죠. 루루 님은 '과거'의 추억 보관소로 활용하고 계신데, 과거 현재 미래라는 각각의 시점에 얼마만큼 가치를 두고 살아가고 있나요?
제가 이 질문을 사전에 보고 되게 감명받았거든요.
질문이 좋아서 많은 생각을 했었는데
저는 과거가 있기 때문에 그다음에 내가 있다고 생각을 하는 편이라서.
제가 쌓아온 것들이 있기 때문에 지금의 내가 있고 미래에 내가 생기는 거라고 믿어요.
그래서 저는 그간의 행적들이 조금 더 중요한 사람인 것 같아요.
— 과거의 비중이 크군요.
미래가 물론 중요하긴 한데 지금은 그런 것 같아요.
그래서 경험이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그다음의 내가 어떻게 이루어질지는 내가 이렇게 쌓으면서,
과거들이 퇴적되면서 사람이 만들어지는 거라고 생각을 해서 과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이 질문을 들으면서 너무 좋았던 게 저는 보드를 되게 추억을 저장하는 용도로만 썼었는데
조금 더 '현재'에 가깝게, 그리고 '미래'를 염두할 수 있게끔 보드를 사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았어요.
— 이제 큰 보드를 살 거니까 과거 현재 미래로 나눠봐도 좋을 것 같아요.
사전질문지에 없던 질문 하나만 드릴게요. 루루님에게 과거가 중요하다면, 아주 어린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되돌아갈 건가요?
지금의 제 기억을 가지고 가는 건가요?
— 지금의 기억과 생각이 유지되는지가 중요한 거군요.
기억이 없다면 결국 똑같지 않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그리고 기억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그 과거로 돌아간 나랑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 그럼 기억이 유지된다면 돌아갈 건가요?
근데 가지고 있어도 안 갈 거 같아요.
생각을 가지고 돌아간다고 해도 너무 지루할 것 같아요.
그 시간을 버텨내는 게. 이런저런 야망을 가지고 돌아갈 텐데
근데 그걸 실현할 수 있는 나이가 되기까지 버티는 게 조금 힘들 것 같아요.
— 제가 이 질문을 자주 하고 다니는데, 한 명의 친구를 제외하고 모두 돌아가지 않겠다고 하더라구요. 생각보다 사람들한테 새롭게 시작하는 것보다도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게 더 중요한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6년간 보드를 썼잖아요. 정말 많은 게 붙어 있을 텐데 계속 앞으로 쌓이는 식인가요?
아니면 좀 떼고 해마다 리뉴얼하는 식인가요?
사실 이게 한번 관리가 된 상태예요. 좀 황당하게 정리가 됐던 게, 어머니가 저한테 따로 사전으로 말씀해 주시지 않고 책상 위치를 이렇게 옮기시다가 보드에 있는 게 다 떼어졌어요 (웃음)
'어? 그러면 지금부터 다시 시작한다' 하면서 새롭게 붙이기 시작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앞으로 쌓이기는 해요. 만약에 너무 쌓여서 붙일 곳이 없으면 그전의 사진들을 떼서 다른 데 보관해놓기도 하구요. 근데 연도별로 나누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 만약 이 보드가 없다면 내 방은 어떻게 달라질 거 같나요?
항상 제 노트북이 바로 앞에 우왕좌왕 뒤죽박죽하게 있던 게 갑자기 없어지면
오히려 약간 더 깔끔하다는 느낌이 들 것 같기도 하지만
사진이나 티켓처럼 평소 보드에 붙이던 것들을 갖고 왔을 때 처치가 곤란해질 것 같고,
보드를 대체할 만한 걸 찾을 거 같기도 해요. 그래도 역시 보드가 없다면 휑할 것 같아요.
— 그때는 또 새로운 시작이겠네요.
네, 보드가 아니어도 저는 다른 어딘가에 계속할 것 같아요.
박스를 찾는다든지 그냥 벽에다가 테이프를 붙인다든지. 그래도 없어진다면 허전할 것 같습니다.
— 물건에 대한 호기심도 있으신 편인가요?
있는 것 같아요. 제가 물건을 보다가 꽂히는 포인트가 있거든요. 그런 건 확실히 있는 거 같아요.
— 물건을 오래 간직하는 걸 좋아하나요? 쉽게 버리지 못하는 편인가요?
오래 간직해요. 왜냐하면 기억력이 조금 안 좋아서 그 물건을 보면서 기억을 되살리거든요.
물건이나 일기를 보면서. 물건을 버리면 왠지 그 추억과 그 기억도 버려지는 느낌이라 잘 버리지 못해요.
— 사진은 평소에 많이 찍으세요?
사진 많이 찍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 순간을 자꾸 즐기다 보니까 사진 찍는 걸 놓치는데 그러면 나중에 가서 좀 아쉽더라고요.
— 혹시 벽걸이 보드처럼 나를 간직하고 있는 물건이 있다면요?
어떤 영화에서 주인공이 자신의 고등학교 추억을 박스에 보관해 놓는 걸 보고
연도별로 박스에다 보관해야겠다. 싶어서 2년 정도 했었어요. 그래서 딱 박스 2개가 있는데
두 번만 하길 잘한 것 같은 게 그걸 매년 했으면 조금 처치 곤란이었을 것 같아요. (웃음)
— 이사한다면 이 보드를 어떻게 옮겨서 가져가실 생각이세요?
일단은 현실적으로 다 떼야 될 것 같아요. 아까 책상 구조를 옮기면서 한 번 갈이가 된 적이 있다고 했잖아요.
그때 떼어진 것들을 다시 붙여야겠다 해서 의식적으로 붙이니까 뭔가 이상하더라구요.
그래서 이사를 하게 된다면 다시 시작을 할 것 같아요.
일부러 다시 붙여놓지 않고 그냥 시작한 건 시작한 대로.
— 맞아요. 히스토리가 안에서부터 위로 쌓이는 그 방식이 멋인 것 같아요.
내 추억과 그 시간의 흐름대로 남겨진 흔적이 그 보드 자체가 아닐까 싶어요.
— 가장 마음에 들었던 선물 : 나에게 어울릴 향을 상상해서 사준 향수
사람의 인상을 결정하는 데에 다양한 요소가 있지만 저는 향기의 영향이 정말 큰 것 같아요. 마치 무의식을 건드는 느낌이라고 할까요? 냄새는 의외로 추억을 섬세히 담고 있고 그렇기에 향의 경험이 사람마다 너무나 다르잖아요.
그래서 눈으로 보이는 모습보다 향기를 통해 더 다양하고 인상 깊은 이미지를 남겨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렇게 향기는 제게 매우 중요한 부분이라 나에게 어울릴 향을 생각해 향수를 선물로 주는 건 더욱 큰 의미로 다가와요. 선물을 한다면 받을 사람의 취향, 분위기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니까요.
마치 와인 소믈리에처럼 한참을 머릿속에서 떠올려보고 음미하다가 그 감상들을 구체화된 단어로, 그 단어와 맞는 향으로 옮기는 과정이 다정한 것 같아요. 올해 친구에게 멀티퍼퓸을 선물 받았어요. 감동과 신남을 주체하지 못해서 받자마자 포장을 뜯고 뿌려버렸어요. 포근하지만 향긋한 꽃 향이 났고 친구가 나를 떠올리는 향기는 이렇구나 싶었어요.(물론 무난히 베스트셀러이기도 했어요 ㅎ) 좋은 향이었기도 했고 취향을 떠나 가장 기분이 좋아진 선물이었어요.
— 직전 인터뷰이가 직접 만든 향수를 가져오셨어요. 향수를 선물한 적도 있냐고 물었더니 '향수는 너무 취향의 영역이라서 선물하는 건 모험에 가깝지 않을까요?'라고 말씀하셨거든요. 그런데 선물 받은 향수로 다음 인터뷰가 시작이 되니까 너무 흥미롭네요.
향수를 선물한다는 건 말 그대로 모험에 가까운 행위인데
선물해준 친구는 어떤 친구인지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일단 이 친구는 mbti로서는 INFJ인 친구인데요.
제가 겨울에 자주 쓰는 향수가 하나 있었는데 친구한테 '이 향수는 여름에 쓰기에는 너무 무거운 것 같아. 그래서 또 살까 고민이야'라고 흘러가듯이 이야기를 했었는데 기억해뒀다가 생일 선물로 건네주었어요.
그 친구는 되게 섬세하고 흘러가는 것도 이렇게 놓치지 않고
늘 필요한 걸 선물해주는 그런 친구입니다.
— 그 친구가 선물했던 또 다른 선물도 있었나요?
어, 약간 부끄러운데 제가 문어를 좋아했거든요.
문어 캐릭터도 좋아했어서 양모펠트로 문어를 만들어서 주기도 하고, 문어 인형을 주기도 하고 그랬었어요.
— 지금은 문어를 안 좋아해요?
지금도 귀엽다고 생각하는데 너무 컨셉이냐는 말을 많이 들어서
내색은 안 하지만 보면 '귀엽다..' 생각하죠.
— 누군가의 필요를 기억하려면 진짜 애정이 있어야 하는데 진짜 다정한 친구네요. 혹시 루루님은 향수가 아니더라도 좋아하는 향이 있나요?
싫어하는 향은 사실 있는데, 꽃향을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향수에 약간 인위적인 꽃 향이 많아서 그런 거 같아요.
저는 풀 향을 되게 좋아하고 자연의 담백한 향을 좋아하는 거 같아요, 포근한 향
— 루루님이 꿈꾸는 집의 모습이 그려지네요. 원목 가구와 약간 푸르른 식물들과 풀향이 흐르는 자연스러운 집일 거 같아요. 혹시 후각은 나에게 몇 번째로 중요한 감각인가요?
되게 높은 것 같아요. 2 ~ 3등? 첫 번째는 눈인 것 같고요. 그다음이 바로 후각인데요. 저는 그런 느낌을 되게 좋아하거든요.
"어? 이 냄새 어디서 맡았는데?"하면서 되게 옛날에 자주 맡았던 냄새를 다시 마주쳤을 때 그때의 기억이 확 밀려오는 걸 좋아해요.
— 오, 잔향이 머리에 남아 있던 거죠? 향에 대한 기억을 오래 하시는 편이네요.
되게 신기했던 경험이 있어요.
초등학교 때 엄마랑 둘이서 일주일 동안 런던 여행을 한 적이 있어요.
그리고 제가 성인이 돼서 유럽여행을 갔었는데 런던에 딱 도착해서 지하철에 내려갔을 때 먼지랑 쿰쿰한 냄새가 났는데 그 순간에 초등학교 때 기억이 확 스치면서 갑자기 내가 이곳에 있는 게 실감이 나는 너무 신기한 경험을 했었거든요.
그래서 냄새라는 게 진짜 기억력이 되게 좋구나. 제 기억력이 좋다는 게 아니라 냄새라는 게 추억을 되게 잘 담는구나. 그런 느낌을 받아서 후각은 저에게 되게 중요하다고 느껴요.
— 물건 중 하나는 부모님한테 받은 선물이고, 하나는 친구에게 받은 선물이라서 선물을 소중하게 여긴다고 생각했어요. 루루님이 누군가에게 줬던 선물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요?
주면 돌려받아야 하고, 받으면 돌려줘야 된다는 부담이 너무 커서 선물을 잘 안 하는 편이거든요.
선물 센스가 없기도 해서 항상 친구한테 '너 가지고 싶은 게 뭐야 그냥 내가 사줄게' 하는 편이라
제가 고른 선물들 중에 그렇게 마음에 드는 건 많이 없지만
유럽여행에 함께 간 친구가 생일을 맞이했을 때 항상 감사한 마음이 있어서 향수를 선물했는데
지금까지도 계속 쓰고 있는 걸 보고 되게 뿌듯했어요.
내가 준 선물을 잘 쓰고 있을 때, 그런 선물이 가장 만족스러운 거 같아요.
— 이 향수는 매일매일 뿌리시나요? 아니면 가끔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뿌리시나요?
(향수의 귀를 막으며) 가끔요.
친구가 생각한 내 이미지를 실현해 보고 싶을 때, 그럴 때 뿌리는 것 같아요.
— 나는 누군가에게 어떤 향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저는 사람마다 저를 다르게 기억하는 게 되게 재미있다고 생각하거든요.
내가 어떤 행동을 해도 이 사람은 그걸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고, 저 사람은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도 하는 게 재밌어요. 사람들 머릿속에 있는 제 형상이 다양한 게 좋아서 뭔가 딱 이 느낌으로만 기억되고 싶다는 건 없어요.
그래도 하나 골라보자면 저는 포근하고 자연스럽고, 넓고 깊은 사람처럼 보였으면 좋겠어요.
제가 그런 사람이 아니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 넓고 깊은 사람. 이미 그렇게 보여요.
그런 걸 되게 동경하거든요. 제가 자연을 좋아하는 이유도 맥락이 같은데.
불변하는 가치에 가장 가까운 게 자연이라고 생각해서 자연을 좋아하고 닮고 싶어요.
다 포용할 수 있는 넓고 깊은 사람을 동경하기 때문에
향도 그런 분위기가 날 수 있는 포근하고 기대고 싶은 향일 것 같아요.
— 그럼 나는 내가 바라는 이상향에 얼만큼 가까워졌다고 생각을 하나요?
음, 사실 저는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 멀어져요?
저는 계속 저를 파악하고, 멀리 떨어져서 바라보는 편인데. 옛날에는 '그럴 수 있지'라는 말이 더 많이 나왔는데 요즘에는 '그럴 수 있지. 근데 왜?' 이런 식으로 뒤에 사족이 좀 붙는 느낌이라.
제 기준에서 포용은 어떤 결과, 어떤 성향이든 다 기꺼이 수용하는 건데, 거기까지는 한낱 인간인 저의 욕심인가 싶지만. 어쨌든 조금씩 더 멀어지는 것 같아요.
— 모든 것을 포용하기보다 질문을 던지는 스스로의 모습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는다구요.
네, 조금 마음에 안 들었었는데 '이것도 나지' 하고 받아들이고 있는 중인 것 같아요.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는 내가 왜 포용을 해야 하지? 이런 생각도 들었었어요. '나는 왜 그런 사람이 되고 싶을까' 생각해봤는데 이것도 어떻게 보면 회피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나랑 가치관이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지 못하니까 그냥 '그럴 수 있어, 다 괜찮아' 하고 회피하지 않았나 싶어서요. 처음에는 제 성격이 바뀌고 있는 것 같아서 당황스러웠는데, 만나는 사람도 달라지고 내가 하는 일들도 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바뀌고 있는 거 아닐까 하면서 그 상태를 받아들이고 있어요.
— 사실 모든 사람을 수용할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저도 비슷한 고민을 가졌던 사람으로서 항상 사람이 다정할 수 없고, 항상 포용을 해줄 수는 없으니까요. 나를 먼저 받아들여야 다른 사람을 받아들일 수 있는 그릇이 만들어지는 느낌이었어요.
그리고 그런 고민을 하는 것 자체가 너무 이미 다정한 사람의 고민인걸요. 24년 동안 이미 충분히 포용을 하면서 살았으면 지금부터는 덜 포용하는 상태로도 한번 살아보는 거죠. 그게 또 넓어지는 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새로운 상태의 나로 살아보는 것도 깊고 넓게 인생을 살아가는 하나의 방식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그리고 이미 충분히 다정해요.
— 나의 재미있고 특별한 물건 : 이제는 팔지 않는 그림판 모양 뱃지
이 그림판 뱃지는 제가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뱃지예요. 2018년도에 인스타그램 광고를 통해서 처음 보게 되었는데 외국 회사의 제품이고 해외배송을 지원하지 않아서 구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아쉬운 채로 포기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신사동에서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는 팝업스토어가 열린다는 또 다른 광고를 보게 됐어요. 딱히 생각 없이 스와이프를 했는데 선보이는 굿즈 리스트 중 제가 눈여겨봤던 회사의 뱃지가 있는 거예요. 보자마자 아 이건 가야 한다!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어요. 저는 하나에 꽂히면 필요 이상으로 과몰입을 하는 경향이 있거든요.
당시에 그 팝업스토어의 SNS 계정으로 재고가 있는지, 입고되었는지 계속 연락했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팝업스토어에 가서 실물을 봤을 땐 너무 행복했어요. 갖고 싶어 했던 걸 손에 넣을 수 있다니! 그림판 뱃지 말고도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 다양한 뱃지가 더 있었어요. 그런데 한국으로 건너오며 가격이 두 배가 되었고, 그땐 고등학생이라 금전적으로 부담이 되었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하나만 구매했어요. (지금 와선 무리해서라도 살 걸 싶어요) 이 뱃지는 제 최애 물건이 되었어요.
닳을까봐 집에만 고이 모셔두다가 어느 순간 가치관이 바뀌고, 올해 들어서부터 가방에 달기 시작했어요. '물건은 역시 쓰라고 있는 거지. 다시 되팔 것도 아니며 아끼는 거라고 구석에 보관하는 건 이 뱃지의 본래 목적을 해치는 거야!' 하면서요 최근에 친구가 뱃지를 보더니 너무 귀엽다고, 어디서 파냐고 물어봤어요. 그러게 싶어서 갤러리, 메일함, 인스타그램 좋아요의 기록까지 뒤져보게 됐어요. 결국 찾아냈지만 아쉽게도 2018년도 이후로 이제 팝업스토어는 다시 열리지 않았더라구요. 뱃지를 제작한 회사도 이젠 다른 제품들을 팔고 있었어요. 아쉬운 마음이 있었지만 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때가 아니었다면 절대 가질 수 없었던 것이니 더 특별해지게 된 것 같아요.
— 마지막 물건인 그림판 모양 배지인데요. 다른 물건보다도 루루 님이 과몰입했던 물건이어서 더 관심이 가요. 실제로도 어떤 모양일지 궁금했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너무 귀엽네요.
정말 너무 귀엽지 않나요?
탐내는 친구들이 정말 많아요.
— 제가 핵심으로 바라보는 건 '이 물건이 더 이상 판매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에요. 초반엔 사고 싶었는데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었잖아요. 그래서 첫 번째 질문을 드리자면, 유일성에 좀 가치를 느끼는 편인지 궁금해요. 구할 수 없는 물건, 이를테면 한정판이라거나 아니면 나만 가지고 있는 무언가의 유일성에 가치를 두시는 편인가요?
네, 두는 거 같아요. 물론 모든 물건에서 그러진 않고 제가 뭔가 꽂혔을 때 특히 그러는 것 같은데 '지금이 아니면 가지지 못한다'라는 생각이 확 들었을 때 그게 굉장히 중요하게 다가오는 거 같고. 사람으로서도 나 자신으로서의 유일성이 되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내가 나로서 특별하게 어필이 되려면 내가 가지고 있는 무기와 나만이 해낼 수 있는 유일한 뭔가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유일성은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인 거 같아요.
— 그럼 지금은 나만의 유일성을 찾아가고 있는 과정에 서 있나요?
네, 아직은 찾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 루루님의 유일성을 응원합니다. 이 뱃지를 처음 보자마자 사야겠다고 결심했었잖아요. 뱃지의 어떤 면이 나의 이목을 끌었다고 생각하나요?
일단 딱 보면 느껴지시겠지만 디테일이 다르거든요. 보통 이제 뱃지라고 하면 한쪽 면에만 디자인이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걸 보고 '와 어떻게 이런 걸 만들 생각을 했을까, 이런 디자인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어.' 이런 생각을 하면서 확 꽂혔던 것 같아요.
— 특히나 어떤 디테일이 좋으셨나요?
일단 이 모든 것들. 요런 툴에도 다 하나하나 색이 입혀져 있고.
글씨도 이렇게 양감이 있고, 이걸 어떻게 이렇게 만들 생각을 했을까 싶어요.
— 왜 안 달고 다니려고 했는지 알 것 같아요. 밖에 달고 다니면 닳을 것 같은 애닳는 느낌이 있네요.
무슨 생각까지 했냐면 '만약 백팩에 달고 다니다가 누가 네임펜으로 뭔갈 적으면 어떡하지?' 이런 상상까지도 했어요. 지워지겠지라고 생각하면서도 걱정이 되더라구요.
— 정말 이 물건으로 많은 생각을 하셨군요.(웃음) 이렇게도 소중한 뱃지는 그 당시에 얼마에 구매했나요?
근데 이렇게 막 엄청 비싼 건 아니라서 민망하지만, 그때 4만 원 중반이었어요.
— 오, 꽤 비싼데요?
저렴하지 않았고 고등학생 때는 더 금액이 크게 느껴져서 너무 아쉽지만 하나밖에 못 샀어요.
— 근데 두 개 사기는 애매했을 것 같아요. 부담도 됐을 것 같고.
혹시 물건을 잘 잃어버리는 편이에요?
저는 잘 잃어버리는데 잘 돌아와요 주인을 찾아서.
제가 안 좋은 기억을 좀 잘 지워버리는 타입이라 잃어버린 걸 까먹어서 그럴 수도 있는데
근데 대부분 돌아왔던 것 같아요. 핸드폰이나 지갑 같은 것들도.
뭔가 잃어버리면 '다시 돌아올 거야' 하고 찾는 방법을 검색해서 살피다 보면 잘 돌아오고.
사실 이 향수도 버스 타고 가다가 그냥 두고 내린 적이 있어요.
어떡하지 하면서도 차고지에 전화해서 잘 찾아오고
그렇게 잘 잃어버리고 잘 찾는 편인 같습니다.
— 크게 연연하지 않는 모습이 되게 인상적이에요. 저는 무언가를 잃어버리면 엄청 긴장하는데.
실제로 뭔갈 잃어버렸을 때 그 상실감이 어느 정도인가요? 좀 덤덤한 편인가요?
물건에 따라 확실히 다른 것 같긴 한데,
핸드폰을 잃어버리면 아무래도 마음이 많이 아플 것 같지만 다른 거는 크게 (상실감이 있진 않을 거 같아요.)
— 이 뱃지를 만약 유럽에서 잃어버린다면요?
아, 이거는 진짜 안 돼요. 생각해 보니까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이걸 내가 다시 구할 수 없는가 혹은 값이 비싼가.
— 이 뱃지는 둘 다네요
그렇죠. 근데 제가 그래서 한때 뱃지를 엄청 많이 달고 다녔었는데
일본 빈티지 샵에서 산, 제가 제일 좋아하는 뱃지를 가방에 달았다가 버스에서 빠졌나 봐요.
집에 왔는데 그게 없는 거예요.
서울 한복판에서 뱃지가 혼자서 어디로 떨어졌는지도 모르는데
이걸 잃어버렸다는 상실감에 눈물을 흘렸었어요. 그런 건 너무 슬픈 것 같아요.
지갑은 이름을 보고 찾아올 수 있는데 뱃지 같은 경우는 찾아올 수가 없으니까.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잃어버려도 제가 다시 구할 수 있느냐 없느냐.
— 이 뱃지가 만약에 시중에 다시 팔리게 된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특별한 애정은 좀 경감될까요? 한국에서 갑자기 팝업 스토어를 열어서 이 뱃지가 불티나게 팔리고 모두가 다 들고 다닌다면요.
질문 들으면서 느꼈는데 막 기분이 안 좋지는 않을 것 같아요. 오히려 좋을 것 같아요.
내가 발견한 이 귀여움을 많은 사람들이 가질 수 있으니까요.
단지 이걸 처음에 구할 때의 마음가짐에 있어서는 얘가 유일하기 때문에 불꽃이 지펴지는 게 있었죠.
유일하기 때문에 더 소중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어도 좋을 것 같아요.
저도 모르겠어요. 모순적인 이 마음을. (웃음)
— 그러면 이제 이 뱃지 말고 구매를 포기했던 모델이 하나 더 있었잖아요. 그 뱃지를 지금 발견한다면 상한선 얼마까지 구매할 수 있나요?
13만원?
— 13만원이면 3배! 근데 그러고 나서 갑자기 출시가 된다면 좀 슬프겠죠?
그러면 좀 슬플 것 같아요. (웃음)
— 이 뱃지에서 과몰입 성향이 드러났다고 했는데
하나에 꽂히면 과몰입하는 루루의 성향이 또 어디서 발현된 적이 있나요?
저는 취미가 그렇게 많지 않은데, 그나마 유튜브 보는 거 제외하고 제가 제일 좋아하는 취미는 그림을 그리는 거예요.
근데 그림을 한 번 그리기 시작하면 진짜 3~4시간을 완전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하거든요.
그리다가 목이 너무 아파서 고개를 들어서 시간을 보면 2시간 반이 지나있고 그래요.
그래서 내가 한 번 몰입하는 거에는 엄청 과몰입을 하는구나 생각했어요.
— 업으로 삼을 예정인 일에 대해서 그렇게 몰입할 수 있다는 건 너무 복이고 좋은 것 같아요.
근데 문제는 안 좋아하는 건 너무 몰입을 못해서
— 그건 인프피 특징입니다. 인프피는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해요. (웃음) 루루님이 하고 있는 일과 이 뱃지의 스토리적인 연관성이 궁금하기도 해요.
저는 아무래도 디자인 전공이다 보니까 디테일한 것들을 좀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거든요.
디자인에 있어서. 근데 그런 디테일이 너무 저한테 확 와닿았던 거 같고,
그림판이기도 하니까 내가 전공하고 있는 분야를 잘 표현해 주는 뱃지라서 또 좋았습니다.
— 그럼 혹시 디테일을 살려서 만들어보고 싶은 무언가가 있나요?
만들어보고 싶은… 저도 근데 이런 걸 한 번 만들어보고 싶긴 해요. 이런 툴, 이런 창을 표현하는 게 되게 재밌는 것 같아서 꼭 그림판이 아니더라도 옛날 윈도우 배경 화면 아세요? 산 그려져 있는 그 화면으로 만들어도 너무 귀여울 것 같고.
음, 당장은 아이디어가 없네요. 죄송합니다. (웃음)
나도 저런 뭔가 귀여운 것들을 구현해낼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그런 걸 한 번 나중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 하는 것 같아요.
— 혹시 이 뱃지가 나를 어떤 곳으로 이끌고 있다고 하면 그곳은 어떤 곳일까요?
목표일 수도 있고 혹은 장소일 수도 있고. 미래일 수도 있구요.
아까 말씀드린 대로 제가 이런 디테일하고 매니악한,
오타쿠들의 마음을 자극할 수 있는 그런 걸 좋아하고, 그런 무언가를 만들고 싶어요.
누가 보면 그냥 '잘 만들었네' 하고 지나갈 수 있지만 이걸 자세히 보는 저 같은 사람은 완전 꽂히게 되거든요. 그래서 저 같은 과몰입러들을 위한 콘텐츠나 작업물들을 많이 많이 만들고 싶어요.
그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 만약 이 뱃지를 발견하지 못했다면 이 뱃지와 비슷한 다른 뱃지를 구매했었을지 궁금해요.
전 구매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그게 아니면 안 돼!'라는 느낌이었거든요.
그걸 대체할 수 있는 건 없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비슷한 맥락의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짝퉁도 선호하지 않는데, 본연의 것이 가장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그걸 복제하거나 적당히 비슷한 제품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이거여야만 해!'라는 마음가짐이 좀 있어서 사진 않았을 거 같아요.
—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읽고 사람들이 루루 님의 이야기에서 어떤 걸 느꼈으면 하나요?
제가 이 물건들에 대한 스토리를 적으면서 느낀 생각인데
사람이라는 게 되게 의식하지 않지만 은근히 일반적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거든요.
물건과 그 안에서 보이는 내 특성들이 좀 연결되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다른 분들도 자신의 물건을 보면서 본인과 닮은 점들을 한번 찾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감사합니다. 1시간 7분의 긴 인터뷰동안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