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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 인터뷰 | 노을도 지는데 가끔은 져도 되죠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을 기록하기

10번째 물건 인터뷰이, 모먼트



—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순간의 힘을 사랑하는, 종합 예술가입니다!


나의 물건을 소개합니다


part 1. 일기장




 — 나의 루틴에 쓰이는 물건: 일기장


매일매일 쓰는 성격인데(극 J)
일기를 쓰다 보면 형태가 없던 감정들이 정리되는 기분이라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 꽤나 좋았습니다.








 이 일기장은 올해 일기장인 거죠?

네 맞아요.


— 올해 1월부터 쭉 쓰여 있는 건가요?

네, 올해 1월 1일부터의 일기가 쓰여 있어요. 본격적으로 일기를 쓰기 시작한 건 스무 살 때부터였습니다.


 스무 살 1월 1일에 일기를 쓰게 된 계기가 있었나요?

제가 처음부터 성실하고 추진력 있는 성격은 아니었어요. 초등학교 때를 돌이켜보면 일기를 밀려 쓰고 몰아 쓰고, 불성실한 학생이었거든요. 그러다 예상치 못하게 자퇴라는 변수를 맞이하게 되었고 스무 살이 다가오는 그 시점까지 약 2년간 정말 우울하고 죽지 못해 살아가고 있었어요.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 고찰을 하고 있었죠.


그러다 평소처럼 약 봉투를 들고 집에 가는데 계속 땅만 보면서 '진짜 나 왜 살지? 나 왜 태어난 거지?' 비관적인 생각을 하다가 어딘가에 멈춰섰는데 발이 너무 무거웠어요. 이상한 느낌에 문득 옆을 쳐다봤는데 사진관이 있었고, 그 사진관에 전시돼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보였어요.

 

군인이라거나, 가족이라거나, 친구들의 우정사진 등 다양한 사진들이 있었는데 그걸 보고 처음엔 '나는 우울한데 저 사람은 되게 행복해 보이네. 부럽다,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을까' 고민하며 걸었어요. 그러다 저 너머에 있는 영정 사진 하나를 봤는데 그 영정 사진 속 사람마저도 웃고 있었던 거예요. 


이미 삶을 다 잃어버려서 왜 사는지도 모르는 스물의 우울과 모든 걸 알고 있음에도 미소를 지을 수 있다는 사실이 엄청난 역설이라고 생각을 해서 그때 딱 눈물이 흘렀어요. 그동안 힘들게 보냈던 하루하루에 미안해지고 내가 가장 먼저 가볍게 그리고 손쉽게 나를 바꿀 수 있는 수단이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일기장을 찾게 되었고 하루의 마무리 끝에 항상 일기장으로 성찰을 하면서 적어내려가고 있습니다.



— 그 시절 필사적으로 선택했던 일기가 나에게 큰 위로가 되고 있나요?

유일하게 솔직해질 수 있는 공간이라서 좋아합니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도 너무 기대다 보면 멀어지기도 하고, 모든 말을 다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일기장만큼은 저의 비관적인 부분도 솔직하게 토로할 수 있고 정리되지 않은 무언의 형태들이 쓰면서 형태가 갖춰지다 보니까 사람이 차분해지고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더라구요.


— 일기는 몇 분 정도 적어요?

주로 밤에 많이 적는 편인데 빠르면 1분 안에 그냥 휘리릭 적어 내려가지만 

오늘따라 생각이 많아진다 좀 많이 쓰고 싶다 싶으면 노래 틀고 1시간도 써봤던 것 같아요.


 저도 생각이 많은 편이지만 일기를 매일 쓰지는 못해요. 

매일 일기를 쓴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어떻게 바쁜 와중에도 일기를 써내려갈 수 있었나요?

아무래도 삶에 욕심이 강해서인 것 같아요. 

그동안은 좀 나태하기도 했고 성취감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었는데 이렇게 작은 것부터 하나하나 이뤄내고 성취를 하게 되니까, 한 번 바꿔본 사람만은 그 변화를 알기 때문에 더 삶에 욕심이 생겨서 가끔 안 풀리는 날도 있고 좋은 날도 있고, 다양한 날들이 있겠지만 그 순간순간을 기록하다보면 다시금 회상을 했을 때 내가 이랬었구나, 성장했구나라는 객관적인 지표가 되는 것 같아서 매일 적고 있습니다.


— 그러면 일기장을 자주 펼쳐보기도 하나요?

사실 많이 펼쳐보지는 않는 편이에요. 좀 오글거리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하고. 

항상 오늘 내용을 적고, 이제 몇 달 남았지? 내가 이제 뭘 해야 하지? 하면서 미래를 그려 보는 편입니다.


— 사람들과 대화하는 시간과 나와 대화하는 시간 중 후자를 더 선호하나요?

네 맞습니다. 제가 극 E이라서 낯가림 없이 사람들과 잘 어울리기는 하지만,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져야 사람을 만났을 때 집중할 수 있더라구요. 또, 사람이 여유가 있어야 실수에도 관대해지는 것 같아서 나와 대화하는 시간을 모두가 더 많이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나 자신의 시간을 잘 컨트롤하는 것 같아요. 혹시 이런 시간 관리를 통해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나요?

아무래도 음악 쪽에서 성과를 이루고 싶습니다.


옛날에 노동의 고단함을 잊기 위해서 노동요를 부르고 나라의 연대감을 형성하기 위해 국가를 부르듯이 노래가 주는 힘은 정말 굉장하고, 어쩌면 글이나 사진보다도 더 멀리 뻗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가끔씩 가사는 몰라도 멜로디가 좋으면 흥얼거리고 찾아보게 되는 것처럼 저는 노래가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힘을 갖고 있다고 생각해서 지금도 계속 꾸준히 멜로디를 적어나가고 있습니다.



— 다시 일기장으로 넘어와서 나만의 일기장 양식을 정하는 기준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저는 무조건 칸이 많은 걸 선호하는 편입니다. 

오늘 뭐가 힘들었다고 적다 보면 또 좋은 기억도 떠오르더라고요. 한때 베스트셀러 작품이기도 했던 '매일 행복하진 않지만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라는 문장을 일기를 쓰면서 많이 느꼈어요. 그래서 무조건 칸이 엄청 많은 게 좋아요. 칸이 큼직큼직한 거 좋아합니다.


 일기장에서 공유해 주고 싶으신 구절이 있나요?

'아무리 죽고 싶어도 살자. 살아 숨 쉬기 때문에 기적이 일어나는 거야' 라는 문장이 있었어요. 

최근에 우연히 읽었던 구절인데, 지금도 저에게 필요한 문장이지 않나 싶습니다.


 일기를 적는 규칙적인 시간이 주로 언제인지 궁금해요.

모든 하루 일과가 끝나고 잠이 들기 바로 직전에 많이 적는 편입니다. 새벽 3~4시에도 적기도 하고 

그때가 가장 감수성도 폭발하고 나를 돌아볼 수 있는 그런 시간인 것 같아요.

 모먼트님 인스타그램도 봤는데 기록을 꾸준히 해오신 것 같아요. 어떻게 온라인이랑 오프라인을 병행하면서 기록을 놓치지 않을 수 있었나요?


'그동안 내가 계획하고 지켰던 성과들이 훗날 나를 지켜줄 거다' 라는 문장을 최근에 본 적이 있어요. 저 역시도 지금 이 순간과 기억들이 훗날 나를 지켜줄 거고, 별자리가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가끔 내가 정말 많이 노력했는데도 배신당한 것 같이 결과가 안 좋아서 허무해지는 날들도 있지만 언젠가는 이 성실함들이 모여서 작아 보이지만 선을 이루고 있다, 세계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빵 터지는 그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멋있네요. 혹시 아날로그랑 디지털 중에서 더 선호하는 건 무엇인가요?

개인적으로 저는 아날로그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여러분도 가끔씩 일과가 끝나면 침대에서 핸드폰을 하면서 시간을 많이 보내지는 않나요? 저도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가 도파민을 자극해서 재미도 느끼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피로감을 느끼게 되더라구요.


결국 사고력을 키워주지 못하고 나를 알아가는 것보다는 매체가 주입하는 대로 바라보다 보니 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아날로그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나한테 이만큼이나 소중한 일기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허무할 것 같아요. 왜냐하면 분신이 사라지는 그런 기분이라서. 

저는 인생이 망각이라는 바다이고, 저는 그곳을 표류하는 이방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에게 재미이자 성찰이자 또 다른 친구, 말동무의 대상이었던 일기가 하루아침에 사라진다면 다시 펼쳐서 떠올릴 수 있는 기억들이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일기를 책상에서도 특히나 잘 보이는 곳에 항상 두고 여행 갈 때도 가장 먼저 챙겨갈 정도로 아끼고 있습니다.


 표현력이 좋으신데 이런 표현력은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는 편이에요?

내면에서 많이 얻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진짜 너무 예민한 성격인데 타인에게는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항상 참고 있어요. 모두가 다 그렇겠지만 감정을 억압하다 보면 내면에서는 소용돌이가 치고 난리가 나거든요. 그렇다고 이걸 매번 만나는 사람들한테 다 표출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래서 일기나 글이나 노래나 이렇게 계속 이렇게 써내려가면서 '사실은 이런 얘기를 하고 싶었어' 하고 보여줘왔던 것 같아요.



part 2. 필름 카메라




 가장 마음에 들었던 선물: 필름 카메라


검정고시를 함께 준비하며 친해진 친구가 준 선물인데,  사진 찍는 걸 좋아하는 제 입장에서 너무나도 고마웠습니다!





— 두 번째 물건인 필름 카메라에 대해서 좀 여쭤보고 싶은데요. 

필름 카메라를 선물해 준 친구는 모먼트 님에게 어떤 친구인가요?

창업 동아리 선배들께 카메라를 한번 대여했었는데 반납할 때 많이 아쉬웠던 기억이 있어요.

근데 제 생일날 은별이라는 친구가 그걸 기억해뒀다가 필름카메라를 선물해준 거예요.

은별이 덕분에 지금도 계속 소중한 순간들을 남기고 있습니다.




 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걸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아무래도 또 다른 나라고 생각해요. 

타인과 함께 있을 땐 역동적이고 생동감 있고 살아 숨쉬어서 좋기는 한데 우리가 서로 엄연히 다른 사람이고 객체이기 때문에 가치관의 한계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카메라로 순간을 남겨두면 누군가에게 잠시나마 제 세계와 의도를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찰나의 순간이라도 타인과 함께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아서 카메라를 또 다른 나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풍경을 찍는 것보다 사람을 담는 걸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제 카메라는 항상 피사체가 담겨 있는데, 모먼트님의 카메라 안에 담긴 사진들은 풍경일 때가 많나요, 사람일 때가 많나요?

아무래도 풍경이 좀 많은 편입니다.

근데 사실 찍어둔 사진 중에 제일 마음에 드는 사진은 여동생 사진이에요.

제가 동생이랑 7살이라는 큰 나이 차이가 나요.

그래서 저는 동생이 태어나고 아기 때부터 크는 과정을 항상 옆에서 지켜봐왔기 때문에 사진을 많이 찍어두었는데요. 누군가의 삶의 흐름을 피사체로 담아줄 수 있었다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해요.


 이 필름 카메라만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짧고 쉽게 담을 수 있다는 거죠. 누구나 할 수 있으니까요. 

접근성이 굉장히 좋고 일회용이다 보니 인화하기도 쉽다는 장점도 있구요.


 원래 사진 찍는 걸 좋아하신 편이었나요? 

네 좋아합니다. 피사체가 되는 것도 좋지만 저의 의도대로 순간을 온전히 담아내는 것도 참 좋더라고요.

 스무 살 때까지 힘들었던 그 시간을 견뎌낸 거잖아요. 이후에도 내 캐릭터를 만들어나가면서 고민이 많았을 것 같아요. 원래도 계획을 잘 세우시는 편이었나요?

네, 제가 18살 때 검정고시를 공부하다 보니 학교에 가지 않고 혼자 보내는 거대한 시간들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학교에 있는 친구들은 분명히 공부하고 있고 자기를 계발하고 있을 텐데 뒤처지면 안 된다, 나도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에 계획적인 성향이 강해졌던 것 같아요.



part 3. 달력


— 내 인생을 바꾼 물건: 달력


20살에 매달 다양한 페르소나로 사진촬영을 했고, 넘길수록 달라집니다!


졸업사진이 없었다는 아쉬움을 덜어내고자 매달 찍고 싶은 콘셉트를 정해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에 글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


6월 달에 시현하다의 건 작가님과 촬영을 했다가 공식 인스타그램에서 리포스트를 해주셔서 한 때 인사이트와 조회수가 엄청나게 올라갔습니다. 그때부터 주목을 받게 돼 본격적으로 예술의 길로 접어들게 되었고 2년이 지난 지금, 23년도 달력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저의 순간입니다!



— 근데 달력 한 장 한 장 표정이 너무 자연스러워보여요.

다행이네요. 저 1, 2월에는 진짜 삐걱대가지고 (웃음)

스튜디오랑 메이크업 선생님들까지 다 섭외를 해서 진행했었거든요.


— 근데 금액이 만만치 않잖아요.

네, 만만치 않았었는데 제가 스무살 때 시도하지 않으면 평생 아쉬울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 이 달력을 혹시 매년 반복해서 쓰실 생각인가요?

아닙니다. 내년에는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할 생각이에요. 

얘는 제가 일부러 2023년도에 발행을 했는데 왜냐하면 제 생일이 2월 3일이에요. 

그래서 23이라는 단어를 좋아해서, 아마 23년도 한정으로 쓸 것 같습니다.

 매달 나를 기록해야겠다 생각하고 나중에 달력을 만든 건가요?

네 한 12월까지 딱 찍고 나니까 이 사진들이 뭔가 허무하게 느껴지는 순간들이 많았어요. 

물론 의미 있고 가치가 있는데 그러면 달력을 만들자 이렇게 넘기면서 막 수림이 이랬었지 이렇게 나를 떠올릴 수 있게 해보자. 

이런 생각에 제작을 하게 되었습니다.


— 달력을 만든다는 아이디어가 너무 좋은 것 같아요. 

사실 사진은 사실 한 달에 안 찍는 달이 없잖아요. 근데 그걸로 뭔가의 그 달을 기억할 수 있는 굿즈를 만든다는 자체가 너무나 스스로한테도 큰 위로가 됐을 것 같고 다른 분들한테도 되게 기억하기 좋은 물건이 됐던 것 같아요. 사실은 진짜 커스텀 굿즈잖아요. 


— 이름이 참 예뻐요. 수림이라는 이름은 이미 어떤 서사가 있는 느낌이에요.

부모님께서 의도하신 수림이라는 이름의 뜻은 '숲을 아름답게 가꾸고 사랑하며 보듬어라' 이런 의미예요.





— 순간을 기록한다는 것과 모먼트라는 이름이 맞닿아 있는 지점이 있는데, 이 이름은 어떻게 짓게 되었나요?


제가 감정 기복이 무척 심했던 순간이 있었습니다. 버스를 타고 집에 가는 길에 창문을 보면서 가는데 문득 '감정 기복은 왜 나쁜 거지?'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하루에도 일교차가 있듯이 낮에 밝았으면 밤에는 우울할 수도 있지, 이런 반발심이 들었고 감정 기복을 자연스러운 일교차에 비유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감정의 기복은 아주 작아보이는 '순간'에서 온다는 발견을 하게 되었던 거죠. 그게 뇌리에 스쳤고 찰나의 순간이 하루의 마무리를 다르게 할 만큼 큰 힘을 가졌다고 생각을 했기 때문에 긍정과 부정 상관없이 그냥 모든 사람들에게 스며들 수 있는 존재, 그런 모먼트가 되고 싶었습니다.






— 과거, 현재, 미래 중에 모먼트 님에게는 어떤 순간이 가장 중요한가요?

친구들이 '너는 모든 시제를 다 갖고 있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어요.


그치만 저는 아무래도 현재라고 생각해요. 

가만 생각해 보니까 마음이 과거에 가면 후회되고, 미래에 가면 너무 불안하니까 그냥 현재를 살자. 현재만이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거야 라는 생각으로 그냥 지금을 살려고 노력 중입니다.



 달력을 만들거나 책을 낸다거나 음악을 하는 게 보편적인 길과는 조금 다르긴 하잖아요. 남들과 다른 길을 걷는 것에 대해서 두려움이나 걱정은 없었나요?


저를 가장 싫어할 수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무리 좋은 성과를 내고, 박수를 받아도 그 이면은 저만 알고 있는 거잖아요. 그 이면에서 저는 늘 만족할 수 없는 결핍의 상태여서 내가 항상 부족하다는 걸 알고 있고, 그걸 채워나가려는 열정도 강해요. 그런 내면의 목소리가 있기 때문에 더욱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스스로 힘들었던 시절의 나와는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하나요?

네 스무살 때보다는 확실히 성장을 한 것 같아요. 

근데 삶이라는 게 항상 행복이 오래 유지되지는 않더라고요. 그냥 다 찰나이고, 그걸 받아들이는 과정이 저에게 무척 힘들었지만 동시에 그게 또 좋은 동력이 되어주는 것 같아서 고맙게 생각합니다.


 그 당시의 모먼트처럼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한마디 해준다면요?

힘들어도 괜찮다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요. 그냥 힘들어해도 된다구요.

어차피 각자의 이면을 가지고 있으니 남들과 비교할 필요도 없구요.

이미 힘든 와중에도 어떻게든 삶을 살아가려고 알바를 간다든가, 잠을 잔다든가 하는 게

저는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이미 너무 잘하고 있다. 그래서 이겨내지 않아도 괜찮아. 져도 돼. 


이런 마음을 주고 싶습니다. 노을도 지는데 져도 되죠.


— 모먼트 님한테 낭만이라는 건 인생에 어떤 요소일까요?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이기 때문에 당연히 타인의 시선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필연적으로 비교하게 되는 본능도 당연히 있구요. "제 예명은 모먼트입니다"라고 말했을 때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던 건 절대 아니었어요. 

그 싸한 분위기와 부끄러움을 다 참고 저만의 세계를 만들어나갔기 때문에 그 자체가 다 낭만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물건들은 나에게 ___다 라고 정의해주실 수 있나요?

달력은 ‘언제든 펼쳐보고픈’

카메라는 ‘간직하고 싶은’

일기는 ‘또 다른 나’ 라고 표현을 하고 싶어요.


제가 '트로피칼 하와이안'이라는 노래에서 마지막에 '언제든 펼쳐보고픈 나만의 Moment들'

이라고 가사를 적었거든요. 누구나 다시 펼쳐보고 싶은 순간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 진짜 알찬 인터뷰였어요. 수림님의 이름에 딱 맞는 인터뷰였던 것 같아요. 

정말 저희가 신기하게 인터뷰를 할 때마다 인터뷰이랑 어울리는 장소에서 하게 되더라구요.

저희의 인터뷰는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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