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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십대 제철 일기 Oct 26. 2024

대혼란의 MZ 세상

나도 MZ고 너도 MZ니라

"너는 맨날 싫어요~ 싫어요~ 하잖아?"


부서 회식 자리였다. 자리를 세 번이나 옮기며 모두가 달큰하게 취한 늦은 시간, 상사가 내게 말했다. 꽤 오래전 상사가 장난처럼 건네 온 무리한 부탁에 나 역시 장난스레 거절 의사를 밝힌 적이 있다. 그것 때문이었나?


여러 대화가 오가면서 한 가지 깨달은 건, 윗 세대의 시선으로 본 내가 어느 정도(?)는 MZ 이미지라는 것이었다. 와우. 어느 상사는 나에게 '반(?) MZ' 같다고 했다.


-너는 사회 생활 하는 거 보면 90년대생 같진 않은데… 자기가 생각했을 때 아닌 건 아닌 거야. 그게 티가 나. MZ는 MZ야.


이런 평가들을 종합해 보면, 결국 나는 'NO'를 할 줄 아는 후배라 MZ 이미지가 생겼나 보다. 물론 사회 초년생 땐 나도 '예스맨'이었다. 그땐 아무것도 모를 때니까. 10년이 지난 지금은 아는데도 모르는 척 다 예스할 순 없는 거 아닌가!


이렇게 보니 MZ라는 이미지가 참 희한하다. MZ의 범위는 아주 넓다. MZ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상한 밀레니얼(M) 세대와 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한 Z 세대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그렇게 따지면 만 24~44세까지를 한 세대로 묶는 셈이다. 지나치게 광범위한 범위다. 요즘 사회에서 MZ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섭다. 예능프로그램 <SNL 코리아>의 한 코너인 'MZ 오피스'를 보면 지나치게 개성 넘치는 MZ 세대를 과장해서 표현한다.


대표적인 캐릭터가 '맑눈광'(맑은 눈의 광인)이다. 회사에서 에어팟을 끼고 일하며 불필요한 소통을 거부하는 사회초년생이다. 이밖에도 회식 자리에서 고기를 굽지 않으려고 기싸움하는 장면이나 조금이라도 손해 보지 않으려고 애쓰는 모습들이 나온다.


나 또한 공감한 바가 있다. 밥을 먹으러 가서 누구든 해야 할 수저 놓기나 물 따르기 등의 기본적인 세팅을 절대 하지 않으려는 이가 있다. 기본적으로 자기 건 자기가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지만, 수저통이나 물통에 가까이 있는 사람이 남의 것까지 해주는 것도 매너라고 본다.


나는 어딜 가든 내가 먼저 하는 편이다. 고작 그 정도 일을 하는 걸로 손해라는 생각이 들지도 않고, 어차피 내 것을 꺼낼 거면 함께 하는 이들의 것까지 챙길 수도 있는 거니까. 회식 자리에서 고기 굽는 것 또한 별생각 없다. 구울 수 있는 사람이 굽되 한 사람만 굽지 않도록 서로 배려해 주면 되는 거다.  


이 모든 사회생활에서 MZ만 튄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한 사회초년생도 눈치껏 남을 배려할 줄 아는가 하면, 나이가 많다고 손 하나 까딱 하지 않는 상사도 있다. 대충 액션만 취하고 받아먹기만 하는 사람도 많다. 업무 할 때도 마찬가지다.


그게 남의 눈엔 다 보인다. 나는 오히려 가장 무서운 건 '말을 해주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예전처럼 상사가 부하 직원을 혼내는 게 당연하지 않은 시대다. 상호 존대하거나 업무 지시도 부탁하듯 요청할 때가 많다.


그러니 배려 없고 튀는 행동을 해도 지적하거나 조언해 주는 이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평가는 빠르게 퍼진다. 어떻게 해도 마이너스다. 여럿이 함께 일하고 생활하는데 어떻게 조금의 손해도 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어느 정도는 감수할 줄 알아야 한다.


가끔은 사회 초년생들에게 이런 얘기들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울컥울컥 튀어나올 때가 있다. 하지만 나 역시 하지 않는다. 때때로 '해주지 않는다'라고 생각할 때도 있었는데 그게 꼰대 마인드인 건지도 모르겠다.


어리고 개념 없으면 MZ, 나이 들고 지적하면 꼰대로 치부해 버리니 누구에게 뭐 하나 건네기 어려운 눈치 보이는 세상이다. 괜히 옆 사람 때문에 마음이 시끄러운 날이면 '내 일이나 잘하자!'라고 정리를 해 버린다. 그렇게 서로서로 마음의 문을 닫는 거다.


한 발짝 떨어져서 보면 나도 MZ고 너도 MZ다. 시간이 좀 흐르면 너도 꼰대고 나도 꼰대다. 그러니 선배든 후배든 상사든 부하 직원이든 서로 존중하면 될 일!

(※대문 사진은 유튜브 '쿠팡플레이' 채널 SNL 코리아 영상의 썸네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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