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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십대 제철 일기 Oct 27. 2024

이부자리 정리하기 챌린지

아주 쉽군요, 일어나기만 한다면..

아침의 여유를 느껴본 게 언제였더라. 나는 보통 꼭 일어나야 하는 시간(더 미루면 지각하는 시간)에 일어나 부랴부랴 준비를 해서 나간다. 전날 밤에 샤워를 했다면 준비 시간은 30분, 그렇지 않으면 긴 머리를 말리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1시간 정도 걸린다.


늘 만차 버스를 타면 서서 가기 때문에 이동 시간에 책을 보거나 뉴스를 읽는 등의 생산적인 일을 하지도 못한다. 사람들 틈에 짜부돼서 정류장에 내리는 사람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내려 부피를 줄이고 몸을 요리조리 피하는데 온 신경을 집중한다.


출근해서는 삶은 계란 등 간단한 무언가를 먹을 때도 있지만 보통은 녹차나 커피를 마시면서 바로 업무를 시작한다. 나에게 평일 아침이란 정신없고 얼떨떨한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주말 아침에 되도록이면 일찍 일어난다. 아침의 여유란 걸 즐기기 위해!


브런치 연재를 하기 시작한 게 도움이 많이 됐다. 주말 아침엔 무조건 브런치를 쓰기 위해 책상 앞에 앉는 게 벌써 5개월 째다. 일단 눈을 뜨면 물을 한 잔 마시고 브런치를 쓴다. 브런치 '글쓰기' 버튼을 클릭했을 때 생각나는 걸 쓴다.


이때가 되면 조용한 시간, 창밖은 환하고, 나는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때가 바로 아침이라는 걸 새삼 느낀다. 일단 몸을 움직이고 머리를 쓰기 시작하면 부족한 잠을 다시 이어 자거나 벌러덩 누워 휴대폰만 하며 시간을 보내진 않는다.


쓰고 싶은 글을 쓰거나, 오래 묵혀 놨던 USB 정리를 하거나, 평일에 미뤄놨던 대청소를 하거나, 일찍부터 점심 식사를 준비하기도 한다. 하루의 콘셉트도 이때 정한다. 이 소중한 주말을 신나게 노는데 쓸지, 자기 계발하는데 쓸지.


어제는 전자였다. 플리마켓 구경도 하고 피크닉도 다녀왔다. 돗자리를 깔고는 텀블러에 싸 온 아이스크림을 남편과 나눠먹으며 오들오들 떨었다. 그게 웃겨서 깔깔 웃었다. 집에 돌아와서는 예능프로그램을 보다가 보고 싶었던 영화 한 편을 결제해 봤다.


어제 하루를 꽉 채워 놀았더니 오늘은 조금 차분해졌다. 거창한 계획은 없지만 오늘은 가만가만 내가 꼭 해야 할 일들을 들여다보고 어른답게 굴어볼 날이다. 내가 정한 하루의 콘셉트를 잘 수행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건, 바로


이 부 자 리 정 리!


요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이부자리를 정리하는 챌린지 중이다. 남들은 다 하는 걸 수 있어서 부끄럽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다. 이부자리는 퇴근하고 돌아와서 청소할 때 정리하거나 그마저도 안 할 때도 종종 있다.


글로벌 외식 그룹인 스노우폭스 그룹 김승호 회장은 저서 <돈의 속성>에서 돈을 모으는 네 가지 습관을 이렇게 말했다. 아침 기상 시 기지개를 켜고,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공복에 물 한 잔 마시고,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어나기. 그는 이부자리 정리가 '삶에 대한 감사'라고 표현했다.


엉클어진 잠자리로 저녁에 다시 들어간다는 것은 자신을 모욕하는 일이고 매일 같은 짓을 한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 전체를 조롱하는 일이다. 하루를 마치고 저녁 잠자리에 들 때 자신이 잘 정리해 놓은 침대로 들어가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위대한 사람이다. 이런 사소함이 인간을 위대하게 만든다.  -<돈의 속성> 중에서


이마를 탁 치게 만든다. 사소한 것조차 그냥 지나치면서 어떻게 날 아끼고 더 성장시킬 수 있겠는가. 잘 정돈된 이부자리를 보면서 출근하는 건 생각보다 기분이 좋다. 저녁 잠자리에 들 때도 마치 호텔 침대로 들어가는 것 같아 설렌다.


그러니 오늘 하루를 잘 보내고 싶다면, 질질 끌려 다니기 싫다면, 일단 이부 정리를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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