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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십대 제철 일기 Nov 02. 2024

하기싫어병 말기입니다

낫긴 낫는 거죠..?

무언가 이상이 생겨 정상적인 활동이 이뤄지지 않아 괴로움을 느끼게 되는 현상을 '병'(病)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요즘 나의 '하기 싫어' 무드 역시 병이 아닐까 싶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정말 아무것도. 물론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도 있는 거다. 세상은 굉장히 크고 대단해서 나 하나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별 일 생기지 않는다. 그래도 세상은 돌아가고 이래도 세상은 뺑뺑 잘만 돌아간다.


문제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못 버틴다는 것. 그러다 보니 악순환이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하지 말자→시간 아깝다→난 왜 이렇게 살지?→뭐라도 해야겠다→근데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어쩌지. 무한 굴레 반복.


물론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건 아니다. 알람 소리에 맞춰 일어나 나갈 준비를 하고 출근, 일, 퇴근까지는 한다. 하지만 '해내는 정도'가 다르다. 주도적으로 일을 하거나 성과를 낼 생각 없이 틀에 박힌 일을 어거지로 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퇴근해서는 몸에 좋지 않은 음식으로 한 끼를 아주 자극적으로 때운다. 그리고 나선 씻지도 않고 벌렁 드러누워서 유튜브라는 도파민 더미로 풍덩 빠진다. 수영도 못하는데. 깨꼬닥.


그렇게 밤이 늦으면 억지로 일어나서 씻고 눕는다. 이런 날은 딱히 잠도 일찍 들지 않기 때문에 뒤척이다 늦게 잠에 든다. 그리고 날이 밝으면 죄책감에 시작부터 어깨가 무겁다. 하지만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어깨가 잔뜩 눌린 채로 사는 거다.


왜냐? 나는 하기싫어병에 걸렸으니까!


어쩐지 모든 게 망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자꾸 과거를 들추며 아쉬워하고 미래를 건너다보며 아득해한다. 과거도 미래도 너무 멀어서 섣불리 점프했다가는 아래로 고꾸라지기 마련인데 나는 자주 실수를 반복하고 결국 아무것도 하기 싫어지는 지경에까지 이르는 것이다.


가장 건강한 생각은 '생각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이미 지나간 과거나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미래를 고민하기보다는 오늘 할 일에 집중해서 사는 것. 하나하나 의미 부여하지 말고 당장 할 일을 하면 답은 명확해진다.


결국 쓸데없는 생각은 집어치우라는 건데. 그게 정말 어렵다. 이런저런 생각의 우물에 빠지고 나면 아무것도 하기가 싫다. 좁은 우물 속에서 보이는 우물 입구만 한 하늘을 바라보며 지레 짐작하거나 비가 오지 않음에 위안을 얻는 정도다.


이 우물을 빠져나오기 위해 스스로 내린 처방은,


'그러라 그래'


가수 양희은 씨의 에세이 제목이다. 나와 다른 기준이나 시선에 대해서도 '그러라 그래!' 하고 넘길 수 있는 여유. 그게 필요하지 않나 싶다. 그게 스스로 만든 기준이나 시선일지라도. 하기 싫은 이 기분과 마음 가짐에 대해서도. 뭐 그러라 그래. 언젠가 지나가겠지.

그래도 단풍은 보고 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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