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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Oct 29. 2024

세상에서 가장 귀한 선물, 돼지고기 3근.

귀하고 실한 생선. 머리통만한 수박. 그리고 돼지고기

남편이 학원을 운영할 때

남편이 가르치던 아이들 학부모님들은

때가 되면 이러저러한 소박한 선물들을

보내주시곤 다.

그중

항상 매번 나를 울컥하게 만드는

학부모님이 계셨다.


그 학부모님 부부는

두 분 다 일급 장애를 가지신 분들인데

한분은 시각장애를 안고 계셨

어머님은 정신 지체를 안고 계셨다.

그러다 보니 사는 형편이 정말 어려운 분들이었다.


어찌어찌하다 보니

그 아들이

남편과 인연이 되었다.


그 아이는 남편 제자 녀석의 친한 친구로

제자 녀석이 남편과 수다를 떨다가 흘려 말하길,

친구네 가정 형편이 그러한데

어려운 환경 가운데서

 녀석은 정말 착하고 성실한 아이라 했다.

성적은 좋은 편이었지만

항상 수학이 문제가 된다고 했다.


남편은 학원을 운영하는 동안

수년간 아무도 모르게

형편이 어려운 한부모가정.

조손가정 아이들과

기초수급가정 아이들에게 교육봉사를 해왔다.


우리가 사는 주위에

정말 형편이 딱한 아이들을 알게 되거나

어떤 아이의 삶이 그러하다. 누군가 이야기할 때,

남편은 잠자코 이야기를 듣고 있다가

꼭 그렇게 말을 했다.

그 애 한번 만나보자.

그렇게 그 아이들은 남편과 인연을 맺었다.

그 아이도 그랬다.


아이 부모님주로

바다에 나가 고기를 잡으셨고

그마한 돌 밭을 일궈서 농사를 지으셨다.


바다에서 귀하고 실한 고기를 잡으면

남편을 제일 먼저 떠올려서 그 고기를 보내주셨

철마다 밭에서 딴 싱싱한 채소들과

내 머리통보다  수박들

애 손에 들려 보내셨다.


귀한 선물을 받을 때마다

그분들의 노고와

선물을 보내주신 진심이 고스란히 느껴져

 언제나 울컥했고 마음이 찡했다.


수능을 보던 그 해,

수능을 마치자마자

유난히도 춥고 매서운 칼바람 불던 겨울

녀석은 택배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


 해 연말,

녀석은 돼지 고기중 제일 비싸고 좋은 부위로

3근을 들고 남편을 찾아와 감사 인사를 했다.

졸업하면 꼭 자기 힘으로 돈을 벌어서

선생님께 감사 선물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힘든 일이라곤  해 본 적이 없었을

성인도 안된  아이가

근래 최고로 춥다고 방송마다 난리던 그해 겨울날,

무거운 택배 상자를 들고

수십 번 수백 번 계단을 오르내리며

처음으로 힘들게 벌었을 돈이었다.


그 귀한 돈으로 사들고 온

돼지고기 3근이라니.


남편과 나는

너무나 감동되어서 가슴이 찡했다.

그렇지 않아도 눈물이 많은

결국,

돼지고기 3근을  식탁 위에 올려놓고

눈물을 찔끔찔끔  흘렸다.


아이 착한 마음이 고맙고

따뜻한 가슴을 가진 남편도 고맙고

성치 않으신 몸으로

거친 바다에서 잡은 고기와

돌밭을 일궈 귀한 야채들을

매번 아낌없이 보내주셨던

그 아이 부모님새삼 고마워서였다.


남편은 이후로도 몇 년간

오빠 뒤를 이어 그 아이 여동생을 불러 가르쳤다.

이제 성인으로서 사회인이 된 녀석들

자기 삶의 터전에서 누구보다도 열심히 살며

여전히 종종 소식을 전하고 인사를 보내온다.


며칠 전 동네 친한 언니가

간장 게장을 담았다고 아이 편에 보내왔다.

나는 간장 게장 뚜껑을 돌려서 열다가

몇 년 전,

남편 제자 녀석이 사들고 온

돼지고기 3근을 떠올렸다.


그 아이 부모님과

이제 둘 다 성인이 되었을

그 아이 가족 모두의 안녕을 빈다.


사람들이 아무리 뭐라 해도

삶은 아름답다.

로의 사는 자리를 돌아보며

마음을 함께 나누며 살아간다는 

아름답고 귀한 일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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