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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Nov 02. 2024

아니 저런.황당한 놈들을 봤나!

비바람. 맨발 행진. 한손에 쥔 막대기.모래범벅

둘째가 초등학교 1학년때

태풍이 저멀리 남쪽으로 다가오고있다며

뉴스가 난리를 치던 날이었다.


태풍때문에 비바람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우리집 둘째는 친구녀석들과 함께

학교운동장 모래밭 흥건하게 고인물에 누워

수영을 했으며

맨발로 학교 정문앞 아스팔트를 걸어나가

학교 근처 ㅇㅇ식당앞까지 줄지어 행진을 했다.


당시 운명적으로

남편과 나는 학교 앞 ㅇㅇ식당에서

사이좋게 밥을 먹고있다가

무심코 고개를 들어서 식당 창문밖을 내다봤다.


물폭탄처럼 쏟아지는 비속에서

저멀리 형체는 가물가물한데

오른 손에 긴 막대기를 하나씩 들고

두 발을 군인마냥 척척 뻗으며

맨발로 행진하는 꼬마 무리가 보였다.


아니 저런. 황당한 놈들을 봤나!

에에에이.아니겠지.

우리 아들은 절대 아닐꺼야.


밥을 먹고나서 둘째를 픽업하러 운동장에 와 보니

친구놈 두명과 우리집 둘째는

모래범벅이 되어있었다.

식당앞을 맨발로 행진하던 녀석들은

역시나.아들놈 무리였던거다.


하교버스를 기다리는 형아들은

내가 나타나자마자 벌떼마냥 우하니 려들더니

이모. 이모!

ㅇㅇ이 모래밭에서 수영하고 있던데요.

제정신이 아니던데요. 했다.


학교 건물내에 계시던 샘들은

비오는 창문 밖을 내다보다가

그놈들의 몰골을 보고  깜짝 놀라서

친구들과 놀고 있는 죄없는 누나한테

야.니 동생 어떻게 좀 해봐라.하셨다.


맨발의 모래범벅 녀석들중

한놈은 걔네 엄마가 녀석을 데릴러 왔다가

녀석 꼴에 할말을 잃고서 오만인상을 다 쓰고는

니 집에가서 보자!하며

녀석 귀를 잡고서 질질 끌고 갔다.


아들놈 모습이 어찌나 어이가 없던지

일단 차에 태우기 위해서라도

급한대로 수돗가에서 대충 모래를 씻어내야 했다.


아들! 아주 그냥. 어? 신나게 노셨구만?!


내가 입고있던 잠바를 원피스마냥 입혀놓으니

잠바 끝이 아들놈 무릎아래까지 내려왔다.

잠바 지퍼를 채워 몸을 가린후에

녀석을 홀딱 벗겨서 모래를 털어내고

간단히 씻겨 마무리를 했다.


한숨을 돌리면서 뒤돌아보니

이도 모래범벅 물범벅이되어

젖은 머리는 얼굴에 딱 달라붙었고

온 몸은 모래가 덕지덕지 붙어 난리도 아니었다.

ㅇㅇ이는 내가 아들 녀석을 건사하는동안

 뒤에서 벌벌벌벌 떨고 서있었다.


수돗가에서 역시 모래묻은 ㅇㅇ이를 대충 씻은후에

차에 있던 여분의 수건으로 닦고서

마른 옷을 입히려니

ㅇㅇ이에게 입힐 옷이 마땅치가 않았다.


급한대로

 운전석에 앉아 스탠바이 중이던

남편님 셔츠를 강제로 벗겨서

큰녀석에게 입으라 주고

큰녀석이 입고있던 티셔츠를, 내놔라.하며 벗겨서

이에게 입혔다.


입혀놓고 보니

ㅇㅇ이 덩치가 워낙 작아

티셔츠가 기다란 원피스가 되었다.

비에 젖고 모래범벅이 된 채

벌벌 떨던 ㅇ이는

그제서야 긴 한숨을 쉬었다.


ㅇㅇ이는 할머니와 사는 친구라

할머니가 차로 픽업을 오지 않고

스쿨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했다.


아마도 내가 그때

대충이라도 녀석 단도리를 하지 않았더라면,

ㅇㅇ이는 모래범벅이 된 채 추위에 벌벌떨며

버스를 이십분가량 기다리다가

그 상태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갈 참이었다.


엉망진창인 옷들을 수돗물에 일일이 행구어

꼭 짜낸후 비닐봉지에 잘 넣고서

이 두손에 쥐어주면서

아.

이거 할머니한테 빨래해달라고 드려라.하니

ㅇㅇ이가 네.이모.했다.


ㅇㅇ이 옷차림을 단속해준 후에

우리를 기다리며 지켜보고 있던 남편 차에 탔다.

입고있던 셔츠를 나에게 강제로 뺏긴채

죄없이 난닝구 바람으로 앉은 그는

나를 보고 씩 웃더니

하여간.오지랖.하고는! 했다.


그려!

오지랖이다!

워쩔래!


이는 원피스처럼 치렁치렁한 티셔츠바람으로 스쿨버스를 기다리고,

우리는 녀석들 엉뚱한 행동들이 하도 웃겨서

넷다 낄낄거리면서 집으로 올라왔다.

나는 차안에게 아들 녀석에게 말했다.


말썽꾸러기 녀석들.

비속에서 화끈하게 잘 놀았구나.

그래!

맘에 든다!

니가 그래야 촌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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