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시안 Oct 30. 2024

제주 우리 집 집들이 인원은 총 90명!

제주 시골집 집들이는 동네잔치다.

제주로 이사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처음 집들이를 했을 때,
우리 집을 찾은 이들의 숫자는
대략 90명 정도였다.
과장이 아니라 실제 방문자수가 그렇다.

개인 집 집들이에 방문객 90명이라니!

당시 제주도 문화를 잘 몰랐던
도민 삼 년 차 육지 껏이었던 난
제주도 집들이 문화에 대해 알 턱이 없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
육지 집들이할 때 그렇듯이
친한 사람 몇 불러다가
마당에서 고기 굽고 저녁이나 먹자. 한 게

일이 그렇게 커져버린 거다.


그날 90명의 집들이 방문자들로 인해
집이 폭탄을 맞은 듯 난장판이 된 후에
뒤늦게 내가 깨달은 사실은,
육지와 달리 제주 시골 집들이는

거의 동네잔치나
다름없다는 사실이었다.

제주 토박이 친구들의 아이들은

적으면 둘, 부분은 셋이다.

처음 제주에서 인맥을 넓혀가며 친구를 사귈 때

애가 몇 명인지 물으면

친구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셋.이라고 말했고

어쩔 땐 제주 표현식으로 세 개.라고 말했다.


시골 아이들 특성상

평소에 우리 첫째가

자기 친구들을 집에 초대하면
친구의 위아래 형제들까지 덩달아 놀러 오니
그게 뭐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날은
내 친구들인 부모들까지 합류하게 되었으니
90명이라는 숫자는
과장이 아니라 상당히 현실적인 숫자였던 거다.
예상을 못했던 내가 바보였지.

간단하게!

아주 심하게 간.단.하.게!

저녁거리를 준비하고
마당에 불을 피워 고기를 굽기 시작했을 때
한 팀 한 팀
착 착 집에 도착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숫자는 불어났다.

남편은 급증하는 방문객 수깜짝 놀라서

부족한 고기를 사다 나르느라

여러 차례 시내를 왔다 갔다 했다.


동네 마실 가듯 쓰레빠찍찍 고서

집 앞에 고기를 사러 나간다는 것은

촌 마을에서는 상상도 못 하는

로망이자 꿈같은 일인 거다.


집들이 방문자들 중엔

내가 미처 연락하지 못했던

ㅡ할 생각조차 못했던ㅡ

친구네 가족들도 여럿 있었다.


시골동네라 다들 서로서로 관계가 밀접하니

내가 연락 못한 친구가 있었더라도,

내 친구가 그 친구에게

야. 오늘 ㅇㅇ이네 집들이한다는데

같이 가게! 했고

친구는 또 다른 친구를 불러들였다.


뒤늦게 우리 집 집들이 소식을 들은 친구들은 

ㅇㅇ이는 무사. 나한텐 연락 안햄신고. 하며

(ㅇㅇ이는 왜 나한텐 연락 안 했지?)

각자 아이 셋을 챙겨 우리 집으로 왔다.

집안이 좁으니
데크로 나가 데크 테이블 위에 자리를 만들었다.
나중에는 숫자가 도저히 감당이 안되어
데크 난간 위에 줄지어 일회용 접시들을 놓고

다들 자리에 서서 식사를 하는 지경이 되었다.

뭐. 내 친구들이야
워낙 이물 없는 사이이니
그릇이 부족한들
숟가락이 부족한들
고기가 그때그때 부족한들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었고
날 잡아 얼굴이나 보자. 하는 마음이었으니
그 허접한 우리 집 집들이가 문제 될 건 없었다.

초저녁에 시작된 집들이는
열두 시가 다 되도록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와글와글 .

아이들은 지들끼리

마당에서 모닥불에다가

고구마를 굽네. 마시멜로를 굽네. 하면서 놀았고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왁자지껄 긴 수다를 떨었다.

문제는 집들이를 한 다음

며칠이 지났을 때였다.
뒤늦게 우리 집 집들이했단 소리를 들은
초대받지 못한 내 지인들이

(아니. 솔직 초대할 생각조차 못했던.

아니다. 초대할 생각도 없던.)
너는 집들이하는데 어쩜 는 초대도 했냐. 며
그 후 오랫동안

생각이 날 때마다 나에게 서운해했고
아주 끈질긴 지청구를 했다는 사실이다.


쩝.


어. 그래.

좋다!

그렇게 따지자면 나는 애초에
우리 동네 ㅇㅇ리 전 지역 마을 방송으로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에에에에

오늘은 ㅇㅇㅇ이네 집들이를 하니
동네 어르신들과 삼촌들. 친구들은
모두 와서 식사하고 갑써!
해야 옳았던 것이었다.

사실 결과적으로 보자면,
나는 그날 돼지 한 마리를 잡고
몸국을 한 솥 가득 끓이고
순대와 두부를 한 상자씩 맞추고
ㅡ이 둘은 제주 잔치 음식에 빠지지 않는 거다.
떡을 서너 말 맞춘 후에

마당 하늘이 꽉 차게 널따란 파란색 포장을 치고

마을 입구에 대따 큰 현수막을 걸고서

ㅡ경축! ㅇㅇ이네 집들이!
집들이를 해야 했던 거다.


파란 포장과 현수막은 없다 쳐도

실제 제주 집들이는 보통 그리한다.
머. 이것도

토박이 친구네 집들이를 가보고 나서,

오마나. 이거시 집들이여. 동네잔치여. 생각하며

아주 나중에야  사실이지만!

그런 제주 집들이를

낼름 친구들 몇 명 불러서
고기  점으로 치르려 했으니
어찌 용감했다 하지 않겠나!

우리는 그렇게 얼렁뚱땅
지금 살고 있는 집, 집들이를 했다.

그날 밤에 남편이
마눌. 오늘 고깃값 든 걸로 치면
우리는 오늘 돼지 한 마리를 잡았어야 했다.

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낄낄댔다.


아니 세상에,

집들이에 돼지 한 마리라니!

그렇게 집들이를 하고
이 집에서 지낸 지가
벌써 20년이 다 되어간다.
집들이를 워낙 떠들썩하게 한 바람에
우리는 이 집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다.

우리 집 집들이를 돌담너머로

지켜본 동네 어르신 말씀으로는
너네가 집들이 때

마당 밟기를 제대로 한 덕에
지금처럼 잘 살고 있는 거다.라고 하셨다.⁠


하긴!

마당 밟기를 한 인원이 90명이니

확실히 마당을 제대로 밟긴 했을 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