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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중산간 촌 마을에서 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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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시안
Oct 30. 2024
제주 우리 집 집들이 인원은 총 90명!
제주 시골집 집들이는 동네잔치다.
제주로 이사와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집에서
처음
집들이를 했을 때,
우리 집을 찾은 이들의 숫자는
대략
90명 정도였다.
과장이 아니라 실제 방문자수가 그렇다
.
개인 집 집들이에 방문객 90명이라니!
당시 제주도 문화를 잘 몰랐던
도민 삼 년 차 육지 껏이었던 난
제주도 집들이 문화에 대해 알 턱이 없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 했던가!
육지 집들이할
때 그렇듯이
친한 사람 몇 불러다가
마당에서 고기 굽고 저녁이나 먹자. 한 게
일이 그
렇게 커져버린 거다.
그날
90
명의 집들이 방문자들로 인해
집이 폭탄을
맞은 듯 난장판이
된 후에
뒤늦게 내가 깨달은 사실은,
육지와 달리 제주
시골
집들이는
거의
동네잔치나
다름없다는 사실이었다.
제주 토박이
내
친구들의
아이들은
적으면 둘
,
대
부분은
셋이
다.
처음 제주에서 인맥을 넓혀가며 친구를 사귈 때
애가 몇 명인지 물으면
친구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셋.이라고 말했고
어쩔 땐
제주 표현식으로
세 개.라고 말했다.
시골 아이들 특성상
평소에
우리 첫째가
자기
친구들을
집에 초대
하면
친구의 위아래 형제들까지 덩달아 놀러 오니
그게 뭐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날은
내 친구들인
부모들까지 합류하게 되었으니
90
명이라는 숫자는
과장이 아니라 상당히 현실적인 숫자였던 거다.
예상을
못했던 내가 바보였지.
간단하게
!
아주 심하게 간.단.하.게!
저녁거리를 준비하고
마당에 불을
피워
고기를 굽기 시작했을 때
한 팀 한 팀
착 착
집에 도착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숫자는 불어났다.
남편은 급증
하는 방문객
수
에
깜짝
놀라서
부족한 고기를 사다
나르느라
여러
차례 시내를 왔다 갔다 했다.
동네 마실 가듯
쓰레빠
를
찍찍
끌
고서
집 앞에
고기를 사러
나간다
는 것은
촌 마을에서는 상상도 못
하는
로망이자 꿈같은
일인 거다.
집들이 방문자들 중엔
내가 미처 연락하지 못했던
ㅡ할 생각조차 못했던ㅡ
친구네 가족들도 여럿
있었다
.
시골동네
라 다들 서로
서로 관계가 밀접하니
내가 연락
못한
친구가
있었더라도
,
내 친구가 그 친구에게
야. 오늘 ㅇㅇ이네 집들이한다는데
같이
가게
!
했고
친구는 또 다른 친구를
불러들였다.
뒤늦게
우리 집
집들이 소식을 들은
친구들은
ㅇㅇ이는
무사. 나한텐 연락
안햄신고.
하며
(ㅇㅇ이는 왜 나한텐 연락 안 했지?)
각자
아이 셋을 챙겨 우리 집으로 왔다.
집안이 좁으니
데크로 나가 데크
테이블
위에 자리를
만들었다
.
나중에는 숫자가 도저히 감당이 안되어
데크
난간 위에 줄지어
일회용 접시들을 놓고
다들 자리에 서서
식사를 하는 지경이 되었다
.
뭐.
내 친구들이야
워낙 이물 없는 사이이니
그릇이 부족한들
숟가락이 부족한들
고기가 그때그때 부족한들
그다지 큰 문제는 아니었고
날 잡아 얼굴이나 보자. 하는 마음이었으니
그 허접한 우리 집 집들이가 문제 될
건 없었다
.
초저녁에 시작된 집들이는
열두 시가 다 되도록
온 동네가 떠나갈 듯 와글와글
했
다
.
아이들은
지들끼리
마당에서
모닥불에다가
고구마를
굽네. 마시멜로를 굽네
.
하면서 놀았고
어른들은
어른들대로 왁자지껄 긴
수다를 떨었다.
문제는
집들이를 한 다음
며칠이
지났을 때였
다.
뒤늦게 우리 집 집들이했단 소리를 들은
초대받지 못한
내 지인들이
(아니. 솔직
히
초대할 생각조차
못했던.
아니다.
초대할 생각도 없던.
)
너는
집들이하는데
어쩜
나
는 초대도
안
했냐. 며
그 후 오랫동안
생각이
날 때마다
나에게 서운해했고
아주
끈질긴 지청구를 했다는 사실이다.
쩝.
어.
그래.
좋다
!
그렇게 따지자면
나는 애초에
우리 동네 ㅇㅇ리 전 지역 마을 방송으로
아. 아.
마이크 테스트! 마이크 테스트!
에에에에
오늘은
ㅇㅇㅇ이네 집들이를 하니
동네 어르신들과
삼촌들.
친구들은
모두
다
와서 식사하고 갑써!
해야 옳았던
것이었다
.
사실 결과적으로 보자면
,
나는 그날 돼지
한 마리를
잡고
몸국을
한 솥 가득
끓이고
순대와 두부를
한 상자씩
맞추고
ㅡ이 둘은
제주 잔치 음식에 빠지지 않는 거다
.
ㅡ
떡을
서너 말 맞춘
후에
마당 하늘이 꽉 차게
널따란
파란색 포장을 치고
마을 입구에 대따 큰 현수막을 걸고서
ㅡ경축! ㅇㅇ이네 집들이
!
ㅡ
집들이를 해야 했던 거다.
파란 포장과 현수막은 없다 쳐도
실제 제주 집들이는 보통 그리한다.
머. 이것도
토박이 친구네 집들이를 가보고 나서,
오마나. 이거시 집들이여. 동네잔치여. 생각하며
아주
나중에야
안
사실이지만
!
그런
제주
집들이를
낼름
친구들 몇 명 불러서
고기
몇
점으로
치르려 했으니
어찌 용감했다 하지 않겠나!
우리는 그렇게
얼렁뚱땅
지금 살고 있는
집
,
집들이를 했다
.
그날 밤에 남편이
마눌
. 오늘
고깃값 든 걸로 치면
우리는 오늘 돼지 한 마리를 잡았어야 했
다.
라고 말했다
.
그러면서 우리는 낄낄댔다.
아니 세상에
,
집들이에 돼지 한 마리라니!
그렇게 집들이를 하고
이 집에서 지낸 지가
벌써
20년이 다 되어간다.
집들이를 워낙 떠들썩하게 한 바람에
우리는 이 집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다
.
우리 집 집들이를 돌담너머로
지켜본
동네 어르신 말씀으로는
너네가
집들이 때
마당
밟기를 제대로 한
덕에
지금처럼
잘 살고 있는 거다.라고 하셨다.
하긴!
마당
밟기를
한 인원이
90
명이니
확실히 마당을
제대로
밟긴 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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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연재
제주 중산간 촌 마을에서 삽니다.
01
제주 우리 집 집들이 인원은 총 90명!
02
뛟! 지네에 물렸어! 이제 난 죽을 거야.
03
선생님! 아이가 독초를 깨물었어요!
04
가을 제주는 억새가 절정이다.
05
마음의 평안에 이르는 오솔길 하나를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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