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자루 움켜쥐고 월담하는 부부입니다.
쓰리엠 장갑. 산발된 머리. 만원 한장. 그리고 어긋난 대문
어떤 이가 집에서 닭을 키우다가
그 닭이 새벽마다 여긴 내 땅이여 하고 우는 바람에
동네항의가 빗발치게 들어오니
자기 닭을 데려다 키울 임자를 찾는다고 했다.
그이 집은 다닥다닥 집들이 붙어있는
시내 단독주택이었다.
어찌 동네 민원이 없었겠는가! 그럴만했다.
그이는 암탉. 수탉 한 마리씩
가격도 착하게 마리당 오천 원씩 내놨다.
닭 주인은 마음이 급하니
이거 그냥 데리고 가서 키울라우? 하는 것을
생명 있는 것은 공짜로 안 데리고 온다는 말이 있어 내가 그 닭 만원에 사마. 했다.
다행히 남편이 쉬는 날이라
차를 타고 우리는 그 집으로 갔다.
닭 데리러.
그 집에 도착하여 들어가려니
그 집 대문이 어긋나 있었던지
한참을 안 열리는 대문과 씨름한 후에야
집 마당에 들어섰다.
그 집에 가서 둘러보니
과연 수탉 때문에 동네사람 항의가 빗발칠 만도 했다.
옆집 담벼락 바로 밑
판잣집 같은 쪼그만 닭장 안에서
닭 두 마리는 졸고 있었다.
시간이 밤 아홉 시였으니 그럴만했다.
닭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하지 않던가!
닭장을 확인한 남편은 두 손에
쓰리엠에서 나오는 장갑을 착 끼고는
닭장으로 향했다.
그는 원래 서울 촌사람이라
살아있는 생닭을 생포해 본 역사가 없는 이다.
그 점이 상당히 미덥지 않긴 했으나
머.
나보다는 낫지 않겠나. 하는 게
기대라면 기대였다.
닭 주인이 앞장서고
남편이 주인 뒤를 따르고
나는 그의 뒤를 따라
전투태세를 갖춘 군인들처럼 졸졸 이
한 손엔 닭 넣을 자루를 움켜쥔 채로
닭장으로 향했다.
밤이다 보니
마당은 컴컴하고
판잣집 같은 닭장도 암흙인 가운데
닭들은 나란히 졸고 있었다.
아! 닭 저깄 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닭을 생포하려면 남편은
일단
허술하게 판자로 막아놓은 닭장문을 열고
바싹 엎드려!
무릎을 꿇고!
닭똥 밭을 짓 뭉개며! 들어가야 했다.
잠시 남편은 망설였으나
남자답게 닭장 바닥에 무릎을 꿇고
윽! 윽! 윽!
비명을 지르며 기어들어갔다.
그는 닭똥밭을 설설 기어
닭 두 마리 앞에 당도했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쭈우욱.
닭들아아 차카지이이이
이리로 와봐봐아
자다 깬 닭들은 이게 웬 봉변이냐 하면서
날개를 푸덕거리고 꾸왜액 소리를 질러댔다.
당황한 남편은
닭을 생포하려고
두 팔을 휘저으며 닭똥 밭 위에서 허둥댔다.
그때 나는
닭장 문을 약간 열고 문 앞을 지키고 있었는데
힘 좋은 수탉이 아주 유연하게도
두 팔을 휘젓고 있는 남편을 샥 피해
닭똥 밭을 쏜살같이 달려
닭장 문 밖으로 나와버린 거다.
닭장 안에는
암탉이 나 죽네. 하면서 비명을 질러댔고
어둠 속에서
남편은 날개를 버둥거리는 닭을 잡아보려고
닭과 함께 버둥댔다.
가. 가만히 있어.쯧!
에헤! ㄱ. 가. 가만. 가만히 있으라고.
여보!
닭 탈출했어!!
꾸왜액. 꾸악꾸악 꾸왜액~
그 집 마당에선
한밤중에 닭을 생포하느라 한바탕 난리가 났다.
닭장을 나와서 마당을 질주하고 있는 닭 뒤를 쫓아
나는 부리나케 달려갔다.
머리는 앞으로 23도 정도 숙이고
두 팔은 직각을 형성한 후에
오른팔 왼 팔을 번갈아 올렸다 내리면서
피융 미사일처럼 닭 뒤를 따라갔다.
그 집은
마당 한가운데 집이 있었다.
망할 놈의 닭은
집을 가운데 두고 내 약을 올리듯
마당을 ㅁ자로 뱅글뱅글 돌면서
잡힐 듯 말 듯 잡힐 듯 말 듯 했다.
ㅡ이느으무시끼! 너 잡히기만 해 봐라!ㅡ
좁은 닭장에 살던 닭이
왜 이리 힘이 좋은 것인가!
그 생명은
닭이 아니라 새였다! 새!
담장이 높아서 망정이지
당장 하늘로 날아가버리겠다는, 의욕이 충만한
새 같은 닭이었다!
내가 수탉을 뒤쫓아
저 닭 잡아라. 하면서
집 마당을 뱅글뱅글 돌자,
집안에서 창문 밖을 내다보며
나와 닭이 달리기 시합하는 장면을 구경하던
다섯 살 남짓 꼬마 녀석이
ㅡ이겨라! 이겨라! 아줌마야. 이겨라!ㅡ
박자를 맞춰 손뼉을 치면서 응원을 했다.
짝짝짝. 짝짝짝. 짝짝짝짜. 짝짝짝.
딱 이 박자였다.
그렇지 않아도
골치 아픈 닭을 어서 바삐 처분하고 싶어
속이 바짝 타들어가던 닭 주인은
아. 조용히 안 할래? 하면서
날 응원하던 아이들을 향해 냅다 소리를 질렀다.
상상을 해보라.
닭장 안에 구겨져 있는 남편과
허리를 굽히고 두 팔의 각도를 120도가량 벌리고 버둥버둥 쌩쌩한 수탉을 뒤쫓는 나와.
닭 잡느라 애먹고 있는 나를 응원하는 아이들과
속이 타들어가 고함치는 엄마.
그리고
두 닭들의 처절한 비명!!
꾸왜애액 꾸왜애애액!
닭장 안에 구겨져 있던 그가 다시 나와
이번에는
나와 함께 닭을 한구석으로 쉿 쉿 하며 몰아서
마침내 한 마리를 생포했다.
그 녀석은 반시간가량 우리를 애먹인 죄로
기다란 자루에 팍 구겨 넣어졌다.
나머지 한 마리를 마저 생포하고자
다시 닭장 안으로 들어가 암탉을 잡으려는데
이런 젠장!
나머지 암탉도 나 죽네에. 비명을 지르며
같은 닭똥 밭을 달려서
닭장을 또 빠져나와 버렸다.
다시 우리는 약 삼십 분가량을
그 닭을 잡느라
같은 포즈로!
같은 응원을 들으며!
같은 고함소리 배경 삼아!
그 집 마당을 다시 ㅁ자로 뱅글뱅글 돌면서
닭을 쫓아 갔다.
물론!
역시나 그 닭도 오늘 자기 생명 끝나는 거 마냥
말도 못 하게 시끄러운 비명을 질러댔다.
마당에서 우리에게 쫓기며 뱅글뱅글 돌던 닭이
구석에 놓인 비닐 더미 속으로
머리를 폭 파묻고 숨자
우리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ㅡ너 이느므시끼. 넌 이제 죽었어!ㅡ하면서
닭에게 다가갔다.
마침내
나머지 닭마저 생포한 후
그는 화풀이하듯이
비명 지르며 퍼덕이는 닭을 잡아
자루 속으로 아까보다 더 거칠게 쑤셔 넣었다.
닭을 넣은 자루를 줄을 쭉 당겨서
단단히 여민후에
그 닭주인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 주인은 인생 고민거리 하나 해결 했다는 듯 우리가 내민 돈 만원을 손에 쥐고는
미소를 지을랑 말랑하며
고개를 몇 번이고 주억거렸다.
잡아야 할 닭을 잡아넣고
치러야 할 금전적 계산을 마친 후
그 집을 나오려고 대문을 열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그 집 대문이 열리지 않는 거다.
문이 어긋났던지
밀어도 안되고
당겨도 안되고
두들겨도 안되어서
결국
남편과 나는
오른손에 기다란 닭자루를 움켜쥐고서
월담을 했다.
그건 마치
한밤중에
닭서리를 마친 도둑부부의 모습!
딱 그 꼴이었다
한 손에 닭자루 움켜쥐고
닭똥으로 엉망이 된 남편과
닭 잡으러 달리기 하느라 머리가 산발이 된 나는
서로의 몰골을 보고 한참을 낄낄댔다.
그 두 마리 닭은
남편차 트렁크에 덜컹덜컹 실려와
우리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2년 정도 마당에서 자유롭게 지내시다가
우리 집 진돗개 릴리에게 습격을 당해
외마디 비명도 못 지르고
어쩌고 저쩌고 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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