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먹고 살기 위해 노래했다.
싸구려 엠프소리. 유행지난 노래. 밤바다.
여름 밤바다 그 곳은
한밤중인데도 더욱 불야성이었다.
사람들도 많고
가게들 불빛도 난리법석이었고.
가로등없는 촌 동네에 사는 나는
이렇게 화려한 불빛과 소음에 노출된 곳에서
잠을 자면 과연 잠이 올까.하는 의구심이 든다.
우리가 제주에 온 해부터
ㅡ아니. 그 전부터 였을지도 모른다.ㅡ
여름 성수기 철이 되면
전망좋은 바닷가 카페쪽에서
저녁마다 무명가수가 노래를 했다.
그는 언제적 노래인지도 가물가물한
쌍팔년도적 레파토리로
끊어질듯 이어지며
주구장창 악을 쓰며 노래를 불렀다.
세상에나.
이 좋은 풍경에
왠 악다구니 노래냐고.
우리가 그의 노래를 들어온 경력으로 치자면
어언 십년이 넘었다.
그는 성수기 전문 카페 가수인 모양이었다.
매년 여름만 되면 어김없이 나타나서
악다구니 노래로
아름다운 밤바다 해변가에 자기 존재를 드러냈다.
전망좋은 바닷가 카페에서 노래를 부르는
그의 진짜 역할은,
거기 지나가는 사람들 여기 와서 맥주나 한잔 하고 가요. 하며 노래로 호객을 하는 역할이거나
카페로 들어온 사람들 여름 분위기 좀 돋구려고 노래를 하는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의 역할과 본디 의도와는 다르게
고요한 밤바다 분위기를 깨는
그의 노래는
밤바다의 고요함을 기대하고 찾은 이들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ㅡ나도 이렇게 말하고 싶진 않다.
근데 그게 사실은 사실인거다.ㅡ
싸구려 엠프를 타고 나옴직한 노래 소리는
일단 너무 크고 시끄러웠고,
그에 비해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그는
늘 너무 과몰입 해버렸다.
문제라면 그것이 진짜 문제였다.
안그래도 되는데 그는 본인이 노래하고
본인이 쀨 받어서 늘 너무 오버를 했다.
언제드라
그의 노래가 처량하다 못해
안쓰럽던 날의 하이라이트는
그가 노래하는 카페 바로 코 앞 해변가에서
큰 축제가 있던 날이었다.
그 날
그 축제에는
진짜 유명 가수들이 와서 노래를 했다.
진짜 가수들의 노래는 진짜 멋졌고
사운드도 죽였으며
사람들이 반할만 했다.
그러나
그 화려한 축제 시간
근처 카페에서
그 날도 무명 가수는
늘 정해진 노래시간에 맞춰 노래를 해야만했다.
진짜 가수들이 듣는 와중에
외부로 와랑 와랑 찢어질듯 울리는 엠프 소리에 목소리를 얹어,
그는 감동도 없고 듣는 기쁨 1도 없는 노래를 불렀다.
진짜 프로 가수들은 화려한 MR반주와
그의 악다구니 노래를 배경으로 깔고서
자기 노래를 불렀고.
이건 뭐.
프로와 아마츄어 노래 배틀도 아니고!
암튼 그런적이 있었다.
고요한 밤바다위에
폭탄마냥 떨어지는
그의 쌍팔년도적 악다구니 노래들은
무드도 없고
감동도 없고
로맨틱한 분위기도 없었다.
매우 애석하지만
소음에 가까웠다.
그러다가
그가 목을 축이고 쉬어가는 시간이 될라치면
온 천하가 고요해지고 그제서야 밤바다 파도소리가 들렸다.
아이들 꺄륵거리며 노는 소리도 들리고.
모름지기 밤바다가 이래야 정상이지.
아.살것 같다.
그이의 노래가 멈추면 우리는 그렇게 합창했다.
쉬는 시간에 냉큼 목을 축인 그는
다시 수와진의 노래
ㅡ하늘이 우리드으을 부르느으은 그나알까아지ㅡ
하면서 엠프가 찢어져라 노래를 시작했다.
마치.
여러부운 내 노래 기다렸죠?하듯이.
그도 딱했다.
다 먹고 살려고 하는 일인데.
그래도
십년동안 여름 밤 내내 그러는건 너무 심했다.
몇 달만에 그곳을 가보았더니
그 카페는 거창하게 삐까뻔쩍 리모델링을 했고
성수기가 시작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젠 더이상 그의 쌍팔년도적 노래는 들리지 않고
아주 멋지고 부드러운 째즈가 흘러나오는 거다.
옴마야....
이제 막 성수기가 시작되었는데
그는 어디로 간 것일까.
믿을수 없게도
십년동안 여름내내 그의 노래를 들어 온 우리는
무명가수 그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더운 여름밤 그는 어디서
노래를 하며 생계를 꾸려갈까 하는.
그새 정이 들었는가
나는 진심으로 그의 생계를 걱정했다.
#여름#밤바다#무명가수
#먹고#살기위해#노래한다
#쌍팔년도적#레파토리로
#악다구니#노래는#분노를#부른다
#생계유지형#가수와#정#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