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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안 Sep 21. 2024

닭자루 움켜쥐고 월담하는 부부입니다.

쓰리엠 장갑. 산발된 머리. 만원 한장. 그리고 어긋난 대문

어떤 이가 집에서 닭을 키우다가

그 닭이 새벽마다 여긴 내 땅이여 하고 우는 바람에

동네항의가 빗발치게 들어오니

자기 닭을 데려다 키울 임자를 찾는다고 했다.


그이 집은 다닥다닥 집들이 붙어있는

시내 단독주택이었다.

 어찌 동네 민원이 없었겠는가! 그럴만했다.

그이는 암탉. 수탉 한 마리씩

가격도 착하게 마리당 오천 원씩 내놨다.


닭 주인은 마음이 급하니

이거 그냥 데리고 가서 키울라우? 하는 것을

생명 있것은 공짜로 안 데리고 온다는 말이 있어 내가 그 닭 만원에 사마. 했다.

다행히 남편이 쉬는 날이라

차를 타고 우리는 그 집으로 갔다.

데리러.


그 집에 도착하여 들어가려니

그 집 대문이 어긋나 있었던지

한참을 안 열리는 대문과 씨름한 후에야

집 마당에 들어섰다.


그 집에 가서 둘러보니

과연 수탉 때문에 동네사람 항의가 빗발칠 만도 했다.

옆집 담벼락 바로 밑

판잣집 같은 쪼그만 닭장 안에서

닭 두 마리는 졸고 있었다.

시간이 밤 아홉 시였으니 그럴만했다.

닭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생활을 하지 않던가!


닭장을 확인한 남편은 두 손에

쓰리엠에서 나오는 장갑을 착 끼고는

닭장으로 향했다.


그는 원래 서울 촌사람이라

살아있는 생닭을 생포해 본 역사가 없는 이다.

그 점이 상당히 미덥지 않긴 했으나

머.

나보다는 낫지 않겠나. 하는 게

기대라면 기대였다.


닭 주인이 앞장서고

남편이 주인 뒤를 따르고

나는 그의 뒤를 따라

전투태세를 갖춘 군인들처럼  졸졸 이

한 손엔 닭 넣을 자루를 움켜쥔 채로

닭장으로 향했다.


밤이다 보니

마당은 컴컴하고

판잣집 같은 닭장도 암흙인 가운데

닭들은 나란히 졸고 있었다.


아! 닭 저깄 다!!


여기까지는 좋았다.


닭을 생포하려면 남편은

일단

허술하게 판자로 막아놓은 닭장문을 열고

바싹 엎드려!

무릎을 꿇고!

닭똥 밭을 짓 뭉개며! 들어가야 했다.


잠시 남편은 망설였으나

남자답게 닭장 바닥에 무릎을 꿇고

윽! 윽! 윽!

비명을 지르며 기어들어갔다.


그는 닭똥밭을 설설 기어

닭 두 마리 앞에 당도했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쭈우욱.


닭들아아 차카지이이이

이리로 와봐봐아


자다 깬 닭들은 이게 웬 봉변이냐 하면서

날개를 푸덕거리고 꾸왜액 소리를 질러댔다.

당황한 남편은

닭을 생포하려고

두 팔을 휘저으며 닭똥 밭 위에서 허둥댔다.


그때 나는

닭장 문을 약간 열고 문 앞을 지키고 있었는데

 좋은 수탉이 아주 유연하게도

두 팔을 휘젓고 있는 남편을  피해

닭똥 밭을 쏜살같이 달려

닭장 문 밖으로 나와버린 거다.


닭장 안에는

암탉이 나 죽네. 하면서 비명을 질러댔고

어둠 속에서

남편은  날개를 버둥거리는 닭을 잡아보려고

닭과 함께 버둥댔다.


가. 가만히 있어.쯧!

에헤! ㄱ. 가. 가만. 가만히 있으라고.


여보!

닭 탈출했어!!

꾸왜액. 꾸악꾸악 꾸왜액~

그 집 마당에선

한밤중에 닭을 생포하느라 한바탕 난리가 났다.


닭장을 나와서 마당을 질주하고 있는 닭 뒤를 쫓아

나는 부리나케 달려갔다.

머리는 앞으로 23도 정도 숙이고

두 팔은 직각을 형성한 후에

오른팔 왼 팔을 번갈아 올렸다 내리면서

피융 미사일처럼 닭 뒤를 따라갔다.


그 집은

마당 한가운데 집이 있었다.

망할 놈의 닭은

집을 가운데 두고 내 약을 올리듯

마당을 ㅁ자로 뱅글뱅글 돌면서

잡힐 듯 말 듯 잡힐 듯 말 듯 했다.

ㅡ이느으무시끼! 잡히기만 해 봐라!ㅡ


좁은 닭장에 살던 닭이

왜 이리 힘이 좋은 것인가!

그 생명은

닭이 아니라 새였다! 새!


담장이 높아서 망정이지

당장 하늘로 날아가버리겠다는, 의욕이 충만한

새 같은 닭이었다!


내가 수탉을 뒤쫓아

저 닭 잡아라. 하면서

집 마당을 뱅글뱅글 돌자,

집안에서 창문 밖을 내다보며

나와 닭이 달리기 시합하는 장면을 구경하던

다섯 살 남짓 꼬마 녀석이 

ㅡ이겨라! 이겨라! 아줌마야. 이겨라!ㅡ

박자를 맞춰 손뼉을 치면서 응원을 했다.

짝짝짝. 짝짝짝. 짝짝짝짜. 짝짝짝.

딱 이 박자였다.


그렇지 않아도

골치 아픈 닭을 어서 바삐 처분하고 싶어

속이 바짝 타들어가던 닭 주인은

아. 조용히 안 할래? 하면서

날 응원하던 아이들을 향해 냅다 소리를 질렀다.


상상을 해보라.


닭장 안에 구겨져 있는 남편과

허리를 굽히고 두 팔의 각도를 120도가량 벌리고 버둥버둥 쌩쌩한 수탉을 뒤쫓는 나와.

닭 잡느라 애먹고 있는 나를 응원하는 아이들과

속이 타들어가 고함치는 엄마.

그리고

두 닭들의 처절한 비명!!

꾸왜애액 꾸왜애애액!


닭장 안에 구겨져 있던 그가 다시 나와

이번에는

나와 함께 닭을 한구석으로 쉿 쉿 하며 몰아서

마침내 한 마리를 생포했다.

그 녀석은 반시간가량 우리를 애먹인 죄로

기다란 자루에  팍 구겨 넣어졌다.


나머지 한 마리를 마저 생포하고자

다시 닭장 안으로 들어가 암탉을 잡으려는데

이런 젠장!

나머지 암탉도 나 네에. 비명을 지르며

같은 닭 밭을 달려서

장을 빠져나와 버렸다.


다시 우리는 약 삼십 분가량을

닭을 잡느라

같은 포즈로!

같은 응원을 들으며!

같은 고함소리 배경 삼아!

 집 마당을 다시 ㅁ자로 뱅글뱅글 돌면서

닭을 쫓아 갔다.

물론!

역시나 그 닭도 오늘 자기 생명 끝나는 거 마냥

말도 못 하게 시끄러운 비명을 질러댔다.


마당에서 우리에게 쫓기며 뱅글뱅글 돌던 닭이

구석에 놓인 비닐 더미 속으로

머리를 폭 파묻고 숨자

우리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ㅡ너 이느므시끼. 넌 이제 죽었어!ㅡ하면서

닭에게 다가갔다.


마침내

나머지 닭마저 생포한 후

그는 화풀이하듯이 

비명 지르며 퍼덕이는 닭을 잡아

자루 속으로 아까보다 더 거칠게 쑤셔 넣었다.


닭을 넣은 자루를 줄을 쭉 당겨서

단단히 여민후에

그 닭주인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그 주인은 인생 고민거리 하나 해결 했다는 듯 우리가 내민 돈 만원을 손에 쥐고는

미소를 지을랑 말랑하며

고개를 몇 번이고 주억거렸다.


잡아야 할 닭을 잡아넣고

치러야 할 금전적 계산을 마친 후

그 집을 나오려고 대문을 열려고 하는데

이번에는 그 집 대문이 열리지 않는 거다.


문이 어긋났던지

밀어도 안되고

당겨도 안되고

두들겨도 안되어서

결국

남편과 나는

오른손에 기다란 닭자루를 움켜쥐고서

월담을 했다.


그건 마치

한밤중에

닭서리를 마친 도둑부부의 모습!

딱 그 꼴이었다


한 손에 닭자루 움켜쥐고

닭똥으로 엉망이 된 남편과

닭 잡으러 달리기 하느라 머리가 산발이 된 나는

서로의 몰골을 보고 한참을 낄낄댔다.


그 두 마리  닭은

남편차 트렁크에 덜컹덜컹 실려와

우리 가족이 되었다.

그리고 2년 정도 마당에서 자유롭게 지내시다가

우리 집 진돗개 릴리에게 습격을 당해

외마디 비명도 못 지르고

어쩌고 저쩌고 가 돼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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