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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디터 휘서 Oct 30. 2022

사지 않아서 살 수 있는 것


삶 전반에 걸쳐 소비를 점검한 후 사는 습관을 줄이고 불필요한 물건을 비워갔다. 집 안 곳곳이 간결해졌다. 물욕이 사라져 1년에 사는 물건이 몇 되지 않는다.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 물건만 신중하게 산다.


재작년 가계부를 보면 8개의 패션 아이템을 구입했고 52권의 책을 샀다. 가구로 매트리스와 침대 프레임을 들였다. 가전제품은 서큘레이터, 조명, 랜선, 노트북 충전기를, 생활용품은 빗과 등받이 쿠션을, 잡화는 펜과 포스트잇 그리고 키보드 스킨을 구입했다. 소비 총액은 276만 4276원. 이중 가장 큰 금액인 140만 원을 매트리스에 할애했다. 올해의 소비는 더 간소하다. 10월 말 현재까지 소비한 물건은 다음과 같다. 패션 아이템 5가지(14만 9741원), 책 16권(13만 5540원), 생활용품 7종(65만 3681원)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물건에 가장 큰돈을 쓴 건 매트리스였다. 평소에 잘 사지 않아 목독을 모을 수 있어서 가능했다. 3년 간 가계부를 쓰며 느낀 것이 있다. 꼭 필요한 물건만 사며 사지 않는 습관을 들이면 정말 투자해야 할 물건이 생겼을 때 주저 없이 살 수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예가 삶의 질을 높여주는 물건이었고 내게 0순위는 매트리스였다.

Photo by Spacejoy on Unsplash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가는 시기, 공들여 매트리스를 골랐다.  군데의 침대 전문점을 방문해 누웠을  가장 편안한 매트리스를 찾았다. 심사숙고 끝에 고른 제품은 K사의 매트리스로 스프링 강도는 중간이었고 누웠을  몸을 감싸는 느낌이 편안했다. 세계적인 호텔 체인에서도 사용한다는 사실이 믿음을 높여 주었다. 여행지의 좋은 호텔에 머물렀을  매트리스와 침구가 편안해서   침대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이제 일상을 그렇게 만들고 싶었다. 예산보다 높은 가격이어서 잠시 고민했지만   감고 결제를 했다. 무엇보다 잠을  자야 하루가 상쾌하고 일상이  굴러가는 . 값어치를 충분히 해내리라는 확신이 들었다.


새 침대를 맞은 지 2년 남짓. 사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매트리스를 바꾸며 프레임도 새것으로 교체했다. 일어날 때 허리가 뻐근한 것도 사라졌고 움직일 때마다 삐걱거리던 소리도 사라졌다. 확실히 수면의 질이 올라갔다.


올해는 침구를 바꿨다. 7년을 넘게 쓰던 얇은 차렵이불이었는데  사계절을 버텼더니 낡아서 이불 겉감이 찢어지기 시작했다. 바람이 싸늘한 10월이 되자 추워서 오돌오돌 몸이 떨렸다. 이참에 좋은 침구를 사야겠다 싶어 여러 곳을 비교한  구스 이불을 샀다.  50 원의 가격이 부담되지만 매트리스를 바꿀 때처럼 후회하지 을 것 같았다. 폴란드산 구스로 만들었다는 이불은 확실히 가볍고 따뜻했다. 전기장판을 켜지 않아도 될 만큼 보온성이 높았다. 모처럼 떨지 않고 숙면을 취했다.


매트리스와 침구 모두 건강과 직결된 것으로 나를 돌보는 소비이다. 그간 미뤄오던 건강 검진도 대형 병원에서 받았다. 이상 없음을 확인했을  퍼지는 안도감의 값이라 생각하니 진료비가 아깝지 않았다.


결국 사지 않아서 기꺼이 살 수 있었다.


사지 않는 습관은 삶에서 중요한 가치를 알아보도록 이끌었고
 삶의 질을 높이는데 기여했다.

필요하지 않은 물건에 마음을 뺏기지 않았더니 사야 할 때는 판단이 빨라졌다. '어머, 이건 꼭 사야 해.'는 진정으로 필요한 곳에서 튀어나왔다.


외모를 가꾸던 열정과 강박이 차차 옅어진다. 유행을 따라 편승하고 싶은 욕망 대신 일상의 질에 충실하고 싶다. 내게 잔잔한 힐링을 선사하는 물건과 소비에 눈길을  테다. 하나씩 시간과 관심을 기울이다 보면 분명 하루하루의 삶이 나아지겠지. 건강한 육체와 편안한 내면이 자주 깃들기를 바라며오늘도 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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