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대만 여행 계획이 잡힌 사람들도, 그리고 모처럼 안부를 주고받는 지인들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 질문을 얼마나 많이 받았었는지, 어느 순간부터는 날씨라는 단어만 들어도 자동으로 설명이 튀어나오던 나였다.
그러나 이제 그런 질문을 받을 일이 줄어들었는데 첫 번째 이유는 당연하게도 2020년 이후로 현재는 한국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고, 두 번째는 제목처럼 한국의 날씨 또한 대만을 닮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대만은 더워서..."라는 말을 듣기에는 한국 또한 너무나도 더워졌다. 단순히 더운 것만이 아니라 한 여름 습도며, 예측할 수 없는 날씨까지도 말이다.
대만의 날씨는?
대만 날씨를 한 줄로 정의하자면 '지역마다 다르고, 계절마다 다르다' 즉 다시 말해서 흔히 동남아라고 알고 있는 발리가 있는 인도네시아, 전 세계 배낭여행객들이 모인다는 태국처럼 1년 내내 무더운 여름만 존재하는 건 아니라는 것이다. 오롯이 건기와 우기로만 구분이 되는 동남아와는 지리적으로도 기후적으로도 다르지만 그렇다고 한국처럼 뚜렷한 사계절이 있는 것도 아닌 대만의 날씨에 대한 질문은 단 6글자로 가능하지만, 대답은 60자로도 부족하다.
대만 생활 초기에는 대만에 대해서 올 바른 정보만을 전달하겠다는 신념으로 정말 수많은 복합적인 상황을 앵무새처럼 반복적으로 설명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지쳐버렸는지 질문했던 글자수만큼으로 답변을 하고는 했다.
"대만 날씨 어때?" "음, 그게.. 그때그때 달라."
오늘의 주제는 대만에 5년 넘게 거주하면서도 볼 때마다 신기했던, 한편으로는 '이해하려야 이해하기 어려웠던 변덕스러운 대만의 날씨'를 풀어보는 시간이 될 것이다.
마른하늘에 예고도 없이 찾아오는 소나기며, 가오슝에서 기차를 타고 타이베이에 도착하기까지 불과 90분 사이에 여러 장르의 영화가 혼합된 필름 영화처럼 지나가던 오락가락한 대만의 날씨 사이로 반팔을 입은 사람과 경량 패딩에 목도리를 한 사람이 같은 횡단보도에 서 있는 광경은 볼 때마다 낯설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만이 좋았던 건지 5년이라는 시간을 대만에서 보내면서 언제부턴가 그 광경을 즐기기 시작했다.
결국 대만도 사람이 살고 있는 곳 아니던가?
< 이미지 출처 : 핀터레스트 'Pinterest'. - 대만의 기후는 대만의 지리적 관점에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사진(정확히는 일러스트지만)을 보면 알 수 있듯이 고구마처럼 생긴 대만의 동부 지역은 대부분 산지로 되어 있다. 산간 지역의 평균 고도가 3,000m이니, 사실상 개발도 불가능하고 해서도 안 되는 자연 생태계 그 자체인 것이다.
물론 등산로를 통해서 갈 순 있지만 대만을 방문하는 대부분의 외국인들의 방문 목적은 서부 지역을 중심으로 길게 뻗어있는 '북쪽(타이베이, 臺北)과 남쪽 (가오슝 / 타이난, 高雄 / 臺南) 지역일 것이다. 그리고 그 중간에는 타이중(臺中)이라는 도시가 자리를 잡고 있다. 아마도, 방문객 중 99% 는 위 3개 도시를 통해서 방문하며 그중에서도 90% 정도는 타이베이에 머물다 갈 것이다.
그래서, 대만의 날씨는!
자,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 '타이베이를 중심으로 신베이가 위치한 북쪽'과 '가오슝, 타이난이 위치한 남쪽'의 날씨는 현저하게 다르다. 그래서 태풍 소식이 뉴스를 도배할 때도 재난 대응에 대해서 지자체별로 다른 이유이다. 어떤 날은 타이베이에 태풍과 비바람이 몰아칠 때 가오슝은 한 없이 고요한 바닷소리만이 들려올 뿐이다.
이는 적도를 기준으로 한 겨울에도 제주도는 비교적 따뜻한 반면에, 내륙으로 올라올수록 부산을 시작으로 서울 그리고 대한민국 최북단 파주, 연천의 체감 온도(실제로도 엄청 춥다는)가 다른 이유이다. 실로 한반도의 경상도 크기와 비슷한 대만 땅에서 그게 가능해?라고 묻는다면, 나는 그저 "그러게"라고 싱겁게 대답을 해야만 할 것 같다.
결론을 한 줄로 정의하면 '여름에는 전국이 뜨겁고(대만 사람들은 한 여름의 대만을 '뜨거운 고구마'라고 부른다), 11월이 지나면 북쪽은 슬슬 찬 공기가 느껴지지만 같은 시기에 남쪽은 여전히 반팔을 입고 다닐 정도로 덥지만 가끔은 춥다'라고 말할 수 있겠다.
대만에도 "겨울이 있어?"
대만에도 겨울이 있다고 하면 사람들은 이외라는 반응을 보낸다. 그만큼 대만이 동남아라는 인식이 남아있는 탓인 듯한데, 그렇게 생각에는 이유에는 대만은 '덥고 습하다'라는 날씨와 덥고 습해야만 잘 자라는 대표적인 열대 과일 망고를 원 없이 먹을 수 있는 지역이라서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그러나 실제로 대만 망고는 남쪽 지역에서만 재배되고 있으며, 그 또한 1년 내내 생산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더워지는 5월부터 최대 8월까지가 제철이다)최근 제주도에서도 망고가 재배되기 시작하는 것처럼 말이다.
여담이지만 대만을 방문하는 여행객들이 12월에 방문해서 망고 빙수를 먹을 때, 맛보는 망고는 제철 과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특히나, 관광지로 갈수록 냉동망고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런 모습을 볼 때마다 참 속상했지만 일일이 뜯어말릴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저 지인들에게 '더워도 괜찮다면, 반드시 여름에 방문할 것'을 권장한다.
본격적인 겨울이라고 할 수 있는 계절은 한국과 비슷한 12월부터라고 할 수 있다. 11월부터 조금씩 쌀쌀해지기 시작하는데, 이 시기에 대만을 방문한 한국인들에게는 시원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고온다습한 온도에 적응되어 있던 대만인들에게는 사실상 겨울'이나 마찬가지다. 그래서 대만에서는 영상 10도만 되더라도 상당히 추위를 느끼게 되고 심할 경우에는 저체온증 환자가 발생하고 사망에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 (물론 지금 말하는 이 추위는 북쪽 타이베이를 기준으로 말하는 것이다.)
반대로 남쪽 지역은 12월에도 반팔에 얇은 겉옷을 입어도 될 정도이다. 다만 비가 오는 날에는 제법 쌀쌀해질 수 있으므로, 평소 추위를 잘 타거나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은 이 시기에는 꼭 경량 패딩을 들고 다닌다. 그래서 반팔을 입은 사람과 패딩을 입은 사람이 같은 거리를 걷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을 때가 있다. 그 와중에 오락가락하는 날씨 덕분에 하루에도 사계절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타이베이 사람들에게는 겨울이 있지만, 가오슝 사람들에게는 겨울이 없다고 느낄 것이다.
[가오슝과 타이베이를 거주하며, 느낀 대만 지역별 날씨]
특히나 내가 3년 동안 거주했던 가오슝에서 겨울이라고 말할수 있는 시기는 약 2 ~ 3주 정도였던 걸로기억한다. 그래서 가오슝에서 거주할 때는 한국에서 가져온 겨울 옷을 입을 일이 거의 없던 시기였다. 그러던 어느 날 가오슝에서 고속 기차를 타고 타이베이를 간 적이 있었는데, 가오슝에서는 여전히 더위를 느낀 탓에 반팔을 입고 올라갔는데 타이베이에서는 갑작스럽게 낮아진 온도와 비바람에 쌀쌀함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더 놀라운 것은 주위를 아무리 둘러봐도 반팔을 입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었다. 갑작스럽게 이상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어색함에 애써 팔짱을 껴 보지만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건 아니었다. 외투를 한벌 사던지 아니면 빨리 가오슝으로 다시 내려가던지 해야 할 판이었다.
[대만에서 저체온증 환자가 나오는 이유는?]
대만에서 저체온증으로 사망했다는 기사에, 이해를 못 하겠다는 반응들이 많은데 저체온증 증상은 갑작스럽게 온도가 떨어졌을 때 나타나는 증상이지. 무조건 추운 지역에서 발생하는 증상이 아니다. 만약 이 논리대로라면 저체온증 환자는 러시아에서만 나와야 하지 않을까?
이는 개도 안 걸린다는 여름 감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더워서 하루종일 에어컨 앞에 있다가 갑자기 콧물이 흐르는 것처럼, 갑작스럽게 낮아지는 온도에 적응을 못 할 경우 보통은 콧물 정도지만 컨디션이나 신체 능력에 따라서 심하게는 사망하는 경우도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추운 것이 아니라, 온도가 갑자기 내려간 날에는 코트에 목도리를 하고 온 현지인과 마주한 적이 있었는데 그가 인사를 할 때 입에서 김이 서렸다. 그때 날씨가 영상 11도인걸 생각하면 이론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지만 내가 기억하는 대만의 날씨는 그러했다.
P.S
그래서 대만 날씨 어때?라고 물어보면 지금도 무어라고 정의하기가 참 어렵다. 이는 내륙을 기준으로 최북단 파주와 최남단 부산의 다른 것처럼, 또 같은 지하철 칸에서도 덥다는 사람과 춥다는 사람이 공존하는 것처럼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한국의 날씨도 변덕스럽지만 대만의 날씨는 이보다 5배 정도는 더 변덕스러운데, 어쩌면 한국이 대만의 날씨가 되려면 아직 갈길이 멀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