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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아오 Jul 31. 2024

자소서 공략집 9. 직무 역량 발굴하기

최근 3년 간 생산직과 기술직 자소서 중 직무역량을 묻는 문항은 두 번째로 많이 출제되었다. 그만큼 실무 수행능력을 중요하게 평가하는 셈인데, 지원자 입장에서는 썩 달갑지 않다. 자신이 어떤 능력을 가지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도 많으며, 역량이 있더라도 어느 수준인지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경력이 없는 신입 지원자들에게는 가장 어려운 문항으로 꼽힌다. 마치 경력자만 뽑는 듯한 뉘앙스가 있어서 "대체 경력은 어디서 쌓아야 하나요?" 묻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겁먹지 말자. 그동안 경험한 모든 것이 직무 역량이 될 수 있다.


먼저 각 부서마다 저마다의 역할이 있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아쉽게도 이조차 구분하지 못한다면 엉망으로 작성하기 십상이다. 회사에서 제품을 만들어지는 순서를 고민해 본다면 이해하기가 쉽다. 1) 인사/경영/노무와 2) 생산/정비/품질 이런 큰 범주에서 일차적으로 고민한 뒤, 그 안에서 세부 업무를 살피면 좋다.


생산 직무에 지원한다면 품질개선이나 정비스킬이 메인이 아니다. 설비운영/최적가동상태 유지/생산성향상이 메인이다. 우선적으로 메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강력하게 어필해야 한다. 그 후 글자수가 남았다면, 품질과 정비에도 보조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걸 추가하면 된다.


그 메인 역량을 잘 모르겠다면 채용공고를 살펴보자. 친절하게도 채용공고 안에 직무 설명이 잘 나와 있다. 상세업무와 우대조건을 살펴보면 어떤 능력이 필요한지 어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일부 기업의 경우, 회사 홈페이지에 현직자 인터뷰를 게시해 두기도 했다. 회사 공식 유튜브나 블로그에 올라온 경우도 있다.


그렇게 '직무에서 필요한 메인 역량'이 무엇인지 파악했다면 그다음에 '내가 갖추고 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만약 메인 역량 요소가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정말 시간을 들여 심도 있게 고민해 보자. 의외로 많은 지원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간추려 생각한다.


경력이 없다면 학교에서 배운 전공 지식들을 모두 메인 역량과 결합할 수 있다. 당장 보기에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보이겠지만, 입사 후 얼마나 잘 배울 수 있는지를 판별할 배경지식이 된다. 생산직이나 기술직은 다른 직무와 달리, 입사하고 나서 새로 다시 배워야 하기 때문이다. 


경력 유무와 상관없이 '우리 회사의 우리 설비'를 다룬 경험은 지원자 누구도 없다. 만약 같은 설비를 다룬 경험자라도 취급 제품이 다르고, 공정이 다르다. 동작 순서도 다르고, 주변 환경도 다르다. 모든 지원자가 새롭게 배워야 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배워서 어떻게 설비를 운영할지'는 역량이 된다.


그렇지만 학점이 낮은 경우에는 동일 분야 전공자라도 전공지식을 주장하기 곤란할 것이다. 공부를 제대로 하지 않았는데 지식을 갖췄다고 말한다면 앞뒤가 맞지 않다. 이때는 다른 사회 경험을 활용해야 한다. 아르바이트가 좋은 예시이며, 그 밖에도 무언가 일을 해본 경험을 토대로 업무자세를 피력해 보자.


합격 자소서 중 좋은 예시 한 가지를 소개해 본다. 


[ 고등학생 때 햄버거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습니다. 첫 알바라서 손이 느리고 햄버거를 잘 만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매니지님이 조리를 할 때면 근무시간이 지나서도 퇴근하지 않고 조리 과정을 면밀히 살폈습니다. 조리 순서는 다를 게 없었지만 패티를 튀기는 타이밍, 포장지를 접는 방법 등 디테일한 부분에서 차이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디테일이 손님들에게 더 따뜻하고 먹기 편한 햄버거를 제공하는 비결이었습니다. 저는 어떠한 노력 과정을 거치며 업무 스킬을 향상했고, 점포의 가장 바쁜 저녁 시간을 4년 동안 책임지는 아르바이트생으로 근무하였습니다. ]


디테일의 차이점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승화시킨 스토리이다. 그저 시급만 꼬박꼬박 받는 아르바이트생이 아니라 일을 잘하고 싶은 욕망, 스스로 업무스킬을 갖추는 능동성, 차이를 발견하는 분석력, 개선하는 실행력, 거기에 4년 동안 근무한 끈기까지 탐나는 직무 역량을 어필할 수 있다.


이런 요소를 발굴했다면 앞서 파악한 직무의 역할로 연결시키자. 고객이 가장 만족하는 햄버거를 만들었듯, 디테일한 설비 운영으로 최적가동상태를 일구어 내겠다는 맥락을 만들 수 있다. 어디까지나 동종 분야 지식이 부족한 경우에 활용할 수 있는 업무 자세 측면의 역량 어필이다.


경력이 있다면 이런 자세나 태도보다 실제 성과가 필요하다. 만약 성과가 없다면 무경력자보다 긴장해야 한다. 이미 실무 경험을 쌓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살리지 못했다는 이야기가 되니 말이다. 그렇지만 작은 성과도 성과라는 점을 잊지 말자.


대부분의 현장 직무는 정기적으로 안전 위험 요소 발굴이라든지, 클리닝 작업, 담당 설비나 환경 개선을 부가적 업무로 수행한다. 혹은 본인의 업무를 빠르게 끝낸 후 동료를 돕는 경우는 부지기수로 많다. 이런 것들은 공식적이지 않지만 나름대로 의미를 갖는 성과이다.


특히 생산직무나 정비직무는 부서 규모가 크다. 안전 위험 요소를 발굴했다면 수많은 동료들의 안전을 지킨 셈이고, 동료를 도운 사례가 있다면 내 업무에서 시간 단축을 이룬 셈이다. 생산 지연이 발생하면 혈관이 막힌 것처럼 공장 전체가 스톱될 텐데, 그 사태를 막은 경험이라면 무엇이든 성과가 된다.


다만 경력을 쌓으면서 '이 직무에 어떤 지식/기술이 중요했는지'는 반드시 언급해야 한다. 경험이 있기 때문에 다른 지원자들에 비해 직무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어야 하며, 이미 메인 역량을 조금이라도 쌓아 두었어야 채용할 이유가 생긴다.




어쩔 수 없이 전문용어가 많이 등장하는 문항이다. 자신의 자소서를 타직무자, 혹은 현장 경험이 없는 분들이 읽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무엇보다 면접관들은 짧은 시간 안에 여러 사람의 자소서를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내 자소서를 어필하려면 '읽는 사람'을 배려할 줄 알아야 한다.


만약 충분한 설명 없이 흔치 않은 장비 이름을 댄다면 거기서부터 글을 읽기가 힘들어진다. 읽어도 이해하기 어렵다. 예를 들어 "펌프가 트립 되어 확인해 보니 스트레이너가 벌레로 막혀 있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문장을 작성했다면 '벌레 때문에 펌프에 문제가 생겼구나.' 정도로 이해할 수밖에 없다.


이해가 부족하면 결과적으로 지원자만 손해이다. 직무역량은 내 강점을 제일 강력하게 어필할 수 있는 문항인데, 말하고자 하는 바를 온전히 전달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독성이 아주 중요한 문항이다. 


자소서에 작성한 상황을 타인이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자. 상황이 얼마나 문제였는지 공감할 수 있어야 그 뒤에 나타나는 해결과정에 높은 점수를 매길 수 있다. 상황을 이해시키고, 내 역량을 납득하게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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