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를 하라는 문항이 종종 등장한다. 직무역량을 말해야 할지, 성격을 말해야 할지 고민이 들 수밖에 없다. 일단 방향성만 놓고 본다면, 함께 일하고 싶은 후배로 보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얼굴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오로지 글로만 '아, 이 친구는 이렇게 써먹을 수 있겠군' 떠오르게 해야 한다.
나는 자소서 작성법을 코칭할 때, 소개팅에 나서듯이 임하라고 말한다. 상대가 너무 마음에 드는 상황인데 서로에 대해 아는 정보가 전무하다. 그러니 나를 차근차근 소개하면서 매력을 어필해야 한다. 이때 나를 소개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상대방 말에 경청하는 것이다. 상대가 좋아하는 요소들을 파악해야만 호감을 얻는다.
취업도 마찬가지이다. 정말 내 전부를 소개하는 게 아니라, 회사가 좋아할 만한 몇 가지 모습만 소개해야 한다. 회사가 좋아할 만한 요소들은 이미 채용공고와 채용사이트에 명시되어 있다. 반드시 자기소개를 작성하기 이전에 이 요소를 발견하여 주제로 삼자.
주제를 정했다면 이제 나를 적합한 인물로 소개할 차례이다. '나는 솔로'라는 프로그램의 자기소개 시간을 참고자하. 이 시간에 선호도가 꽤 많이 바뀌는데, 그 이유는 그 사람과의 미래를 상상하기 때문이다. 그 사람의 정보를 토대로 미래를 그렸을 때, 장점보다 문제가 될 요인들이 먼저 보인다.
이 프로그램의 출연자들이 자기를 소개하는 순서는 대체로 비슷하다. 입증할 수 있는 나이, 직업, 지역을 가장 먼저 말한다. 이건 이력서에 담는 전공, 자격증, 대외활동 같은 요소들이다. 이렇게 기본 골자를 만든 뒤 한 방을 제시한다. 자가보유라든지, 저랑 만나면 일 안 하셔도 된다는 멘트들이다.
마찬가지로 자기소개를 작성할 때는 이력서에 기재한 내용을 적는 게 아니다. 이력서의 단어를 문장으로 옮긴 듯한 실수를 범하지 말자. 내가 보유한 강점 중 이력서에 기재할 곳이 없는 가장 강력한 한 방을 제시하자. 그건 직무 스킬이 될 수도 있고, 업무 자세나 대인관계가 될 수도 있다.
만약 강력한 무기가 없다면 이력서에 기재한 내용 중 좀 더 자세하게 설명이 필요한 소재들도 괜찮다. 예를 들면 전공에 얼마나 흥미를 가지고 몰입해서 장학금이나 대회입상을 했다든지, 이 업종에 관심이 많아서 세미나를 몇 차례나 방문하여 정보를 얻어 왔는지, 개인적으로 열정을 가지고 몰입한 취미라든지. 뭐든 괜찮다.
이 문항의 방향성이었던 '함께 일하고 싶은 후배'는 업무 스킬로만 가늠할 수 없다. 이런 사소한 내용들이야 말로 호감/호기심의 근원이 되며, 조직의 일원으로서 함께하는 미래를 상상했을 때 그 사람의 인성/인격/태도를 가늠하게 해 준다.
주의할 점이 있다. 만약 "나는 성실한 사람입니다"라고만 작성한다면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다. 왜 성실한지 과거 사례를 들어 신빙성을 더해야 한다. 글자수 제한 때문에 경험담을 축약해야 할 수도 있지만 단 한 문장이라도 근거를 뒷받침해야 한다.
또한 자소서의 어떤 문항이든 결국엔 직무에 적합한 사람을 가려내는 필터이다. 자기소개 문항도 마찬가지이다. 글의 결론 부분에는 반드시 '나는 이런 사람이기 때문에 이 직무를 잘 수행할 수 있다'는 맥락으로 마무리해야 한다.
그래서 사전에 직무 성향을 이해하고 있으면 편하다. 영업직이면 외향적인 사람이 결이 맞고, 창고 관리직은 지루함도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적합하다. 만약 생산직에 지원하는데 "20개국을 여행하면서 도전 정신과 여러 문화를 배웠습니다"라고 작성한다면 흠, 우려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