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직과 정비/기술직에서는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가 비교적 적은 편이다. 독자적인 업무보다는 여러 구성원, 공정 중 일부가 되어 규칙에 따라 움직여야 하는 업무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창의보다는 책임감이 중요하다.
그래서 회사의 인재상 중 창의나 도전은 크게 연연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인재상은 회사의 구성원 모두가 갖춰야 할 덕목이 아니라, 직무를 종합하였을 때 추려진 몇 가지 핵심 사항일 뿐이다.
그럼에도 생산이나 정비, 기술 직무에서 창의성을 발휘할 기회를 찾는다면 오로지 기획단계에 있다. 신규 설비나 기술을 도입할 때, 투자가 실패하지 않도록 수많은 사람들이 달라붙는다.
이때 현장 관점의 시각이 반드시 필요하다. 왜 그 설비/기술이 필요한지, 그리고 그 타당성을 어떻게 검증할 수 있는지 두 가지 견해를 기획단계에 제시할 줄 안다면 이미 경력자 수준의 역량이다.
다만 그 견해를 제시하기 위해서는 전기든 기계든 관련 분야에 지식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 또한 설비와 현장 환경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그런 소양을 갖춰야만 창의에 가치가 더해진다.
자소서에서 창의성을 발휘한 경험을 적을 때에도 동일한 맥락을 갖추어야 한다. 1) 내가 소양을 갖추었고 2) 그래서 필요성과 타당성을 검증까지 했다. 이 두 가지를 놓친다면 근거 없는 창의가 되어버린다.
예시로 적합한 포스트잇의 발명 일화를 살펴보자. 1970년대 3M의 한 과학자가 초강력 접착제를 개발하려고 했다. 하지만 물건을 고정할 수 없을 정도로 접착력이 약해서 오랫동안 방치되었다. 시간이 흐른 뒤, 찬송가 책갈피로 사용할 소재를 찾던 중 약한 접착제가 종이에 흔적을 남기지도 않으면서 쉽게 떨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여 책갈피로 재탄생할 수 있었다.
이 일화에서는 1) 내가 과학자이자 발명 당사자로 소양을 갖추었고 2) 약한 접착력의 필요성, 이유가 드러나 있다. 더구나 발명 이후, 무료 샘플을 배포하면서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검증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처럼 창의는 시간이든 비용이든 투자를 거쳐 실행했을 때 비로소 눈앞에 드러난다. 회사에서는 월급을 주고 직원의 창의성을 사는 것이며, 그 창의성에 함께 투자할 근거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