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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욱 Feb 23. 2019

소주가 화학주라고 불리는 이유

소주에 대한 진짜, 그리고 가짜 이야기

일반적인 소주(희석식 소주)만큼 안티적인 수식어가 붙는 술도 없다. 화학주공업용 알코올 등이 대표적이다.그렇다면 소주는 정말 화학주이고, 공업용 알코올로 만들었을까? 우리는 소주에 대해 어디까지 알고 있을까?


소주는 화학주다?

발효주를 증류하면 소주와 같은 증류주가 된다. 이러한 기술은 중동의 연금술에서 왔는데, 이 연금술의 영어 명칭이 알케미(alchemy)다. al은 정관사 The와 같은 의미로 chemy는 나일강 유역에서 나오는 검은 것 등이라는 유래가 있다. 즉, 불을 가하니 물질이 바뀌고, 그 바뀐 물질이 검은색이 된 경우가 많았다는 의미다.


그리고 여기서 나온 것이 바로 바뀔 화(化), 배울  학(學)하여 바꾸는 학문인 화학(化學), 그리고 영어로는 연금술 알케미(alchemy)에서 유래한 chemistry가 나오게 되었다. 즉 소주는 화학에 근간하여 만들어진 술이며, 그렇다면 화학주라는 수식어는 맞다. 다만, 이것이 맞기 위해서는 위스키, 보드카, 브랜디, 심지어 안동소주와 같은 전통소주도 화학주가 된다.


소주는 공업용 알코올이다?

소주가 오해를 받는 부분 중 하나가 공업용 알코올로 만들었다는 것이다. 실은 소주에 들어가는 주정이 공업용 알코올로 쓰이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공장에서 알코올을 만들 때, 먼저 공업용 알코올을 만들고, 그것을 소주로 이용하는 일은 없다. 순도 95% 이상의 주정을 만든 후, 소주로 사용할지, 공업용으로 사용할지 구분을 한다. 그리고 소주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95% 정도의 주정에 물을 넣고 희석을 하며, 공업용으로 하는 경우에는 더욱 증류를 진행 순도 97,98%의 알코올로 만들어 사용한다.


그렇다고 공업용 알코올을 섭취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공업용 알코올에는 에탄올뿐만이 아닌 다양한 물질이 들어간다. 대표적인 것이 시신경을 마비시키고, 목숨까지 잃게 하는 메탄올이다. 알코올이 산화(분해)되면 아세트알데하이드, 그리고 아세트산으로 산화되어 몸 밖으로 배출되지만, 메탄올은 포름알데하이드로 산화되는데, 주로 시신 보존용, 또는 건축재 등으로 쓰인다.


영화 괴물에서 미국이 버린 독성물질이 이 포름알데히드였으며, 이것을 섭취해서 괴물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포름알데하이드가 또 산화(분해)되면 포름산이 되는데, 이것이 단백질의 변경을 일으키거나 시신경을 마비시키고, 때로는 죽음에 이르게 한다. 1920년부터 1933년까지 있었던 미국의 금주령 시절에는 에탄올과 메탄올을 섞은 공업용 알코올이 많았다, 결국 술을 몰래 마시고 싶으면 이 둘은 분리해서 에탄올만 마셔야 했는데, 숙달되지 않은 인력이 이것을 나누는 과정(에탄올은 끓는 점이 78도, 메탄올은 64도 등로 먼저 끓는 메탄올을 우선 분리)에서 메탄올이 함유되어 버린 것이다. 결과적으로 수많은 생명이 목숨을 잃어야 했다.


미국 금주령 당시 밀주을 폐기처리하는 모습


2차 세계 대전에는 러시아군이 사용하는 보드카를 때로는 연료로 쓴 적이 있다. 알코올이 어는점은 -114.5도로 자연 상태에서 얼게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알코올은 지금도 얼지 않은 연료로 쓰인 것이다. 러시아의 가정에서는 보드카를 얼려서 마시곤 하는데, 이것은 알코올(에탄올)이 정확하게 함유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도 있다. 알코올 도수가 적으면 쉽게 얼어버리기 때문이다. 겨울에 맥주 등을 밖에 놔두면 얼어서 깨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알코올이 어는 것이 아닌, 수분이 어는 것이다.


깨끗해요, 순수해요란 의미는?

소주의 광고를 보면 늘 단순하다. 이슬같이 깨끗하고, 순수하다고 강조한다. 그렇다며 무엇이 그토록 깨끗하고 순수하다는 의미일까? 단순히 투명해서 일까? 한마디로 이야기하자면 우리가 마시는 희석식 소주는 풍미가 전혀 없다. 쌀, 보리, 포도, 수수 등 다양한 농산물로 술을 만들지만, 일반적인 소주는 이러한 향미를 99.9% 제거된다. 알코올 도수를 95% 이상 올리기 때문이다. 또 제거를 안 해도 문제가 된다. 이유는 늘 소주의 원료는 바뀌기 때문이다. 타피오카 등의 수입 원료도 있지만, 재고미, 낙과된 과실 등도 있다. 덕분에 싸게 먹을 수 있지만, 재료도 늘 바뀐다. 그렇다면 그 풍미를 남겨 놓으면, 술맛이 매일 바뀌게 된다. 그래서 농산물의 풍미를 완벽히 제거했기에 깨끗하고, 순수하다는 표현을 한다. 물론, 순도 95% 이상의 소주용 알코올에는 메탄올도 없다. 불순물질이 없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소주는 한국의 보드카인가?

소주를 한국의 보드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이유는 보드카의 어원은 지드네냐보다(Жизденя вода)라고 해서 생명의 물이라는 어원이며, 여기서 보드카는 물만 따왔다. 즉, 물과 같은 술을 지향하는 것이 보드카이다. 다양한 곡물을 쓰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포도, 사과 등 과실도 쓰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무색무취를 추구함으로써, 진짜 순수함을 추구한다. 하지만, 한국의 소주에는 다양한 감미료가 들어간다. 스테비아잎에서 나오는 스테비오사이드 등이 대표적이다. 결론적으로 정통 보드카의 입장에서 보면 한국의 소주는 보드카가 아니다. 너무 달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소주는 보드카에 설탕을 넣은 리큐르 등이 적용이 된다. 마냥 순수한 제품은 아니라는 것이다.


알고 마시는 것이 중요

소주에 대한 이야기를 했지만, 좋고 나쁘다는 이분법적인 논리는 아니다. 소주는 소주대로, 다른 술은 다른 술대로 각자의 역할이 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알고 마시는 것이 중요하다. 공업용 알코올로 만들었다고 해서 불안해할 필요도 없는 것이며, 순수하고 깨끗하다고 하여 정말 순수한 결정체만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바람은 우리 농산물의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지금의 희석식 소주가 아닌 증류식 소주 시장이 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의 취향이기는 하지만, 술을 그냥 취하기 위해 마시기에는 그 시간과 공간이 아깝게 느껴진다. 발효의 맛과 숙성의 부드러움, 그리고 만든 이의 철학과 생각을 공유하는 술자리가 많아진다면, 아마 지금보다는 의미 있는 술자리가 늘어나지 않을까? 그래서 숙취도 줄어들고 과음도 적게 하게 된다. 진정한 좋은 술이란 이러한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닐까? 소주 이야기를 정리하며 문뜩 생각한 내용을 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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