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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키 IKE Mar 07. 2022

90년대생 어른에게 24년 만에 돌아온 '포켓몬빵'

용돈으로 빵 하나를 사던 아이는 2,500원 배송비를 지불하는 어른으로

'일주일 만에 150만 개 넘게 팔리는 폭발적인 인기의 포켓몬빵'

'포켓몬빵을 사기 위해 편의점 '오픈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요즘 너무 핫해서 구하기 어렵다는 '포켓몬빵'을 마트에서 샀다. 20세기 어른들의 추억이 담긴 이 빵이 SPC 삼립에서 재출시되었다고 한다. 몇 번의 편의점 허탕을 치르고 만난 빵이었다. 어떤 스티커가 들어있을까? 이왕이면 좋아했던 꼬부기나 파이리가 있었길 바랐지만 역시나 확률적으로 그렇게 쉽게 만날 캐릭터는 아니었나 보다. 원하지 않던 '레어 코일'을 만났다. (이걸 이렇게 진지하게 쓰는 나도 웃기다.)


빵 안에 들어있는 인기의 원인인 '띠부띠부씰'은 제빵회사 샤니가 1999년부터 2000년대 상반기까지 판매한 <포켓몬스터 빵>에 들어있는 스티커이다. 정확한 어원은 "떼고 붙이고 떼고 붙이는 씰(이고 이는 씰)이라고 한다." (출처 : 위키백과)


 난 어릴 적부터 빵순이였고 포켓몬 만화를 즐겨 봤기 때문에 슈퍼에서 친숙한 이 시리즈 빵을 자주 사 먹었다. 그때와 지금 빵은 같은데 달라진 건 나다. 어릴적엔 부모님께 받은 코 묻은 용돈으로 신중하게 하나를 선택하느라 진열대 앞에서 시간을 보냈다면, 지금의 나는 스스로 번 월급으로 포켓몬 빵 박스쯤은 거뜬히 살 수 있는 직장인이 되었다. 정말 어른이 된 것이다. 그런데 많은 90년 대생 어른들이 비슷한  마음이었나 보다. 그 어릴 적 향수가 반가워서, 그리고 재미로 호기심으로 많은 이들이 구매를 해서 품절인 곳이 많다고 한다.


 이게 도대체 뭐라고 이렇게까지 인기가 있을까? 마찬가지로 그 동년배인 나의 주관적인 입장에서 생각해 봤다. 30대가 넘었을 나이인 90년대 생은 회사에서 어느 정도 직책이 있는 무게감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그때와 지금 인생을 받아들이는 무게는 현저히 다르다. 그래서인지 웃을 일도 예전만큼 많지는 않다. 그런데 어른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깨닫는 나이이기 때문에 참고 인내한다. 계속해서 일을 하고 일상을 살아낸다. 그런 팍팍한 삶에 이런 이벤트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비타민이 된 게 아닐까? 누구에게나 허락된 선물 같은.


 때로는 순수하게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슈퍼에서 포켓몬빵을 사던 어린 시절의 내가 그립다. 그래도 내가 직접 번 돈으로 종류별(물론 품절이라 쉽게 구하지는 못하지만) 제품을 한가득 얻고 나면 괜히 부자가 된 느낌이라 웃음이 난다. 직장인이 된 동년배들은 스티커를 '사원증'에 붙인다고도 한다. 우울한 일이 있을 때 사원증 뒷면을 보며 혼자 '큭'하고 웃는 것만으로 기분전환이 된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겠다. 


 아마도 천오백 원으로 긁는 복권엔 꽝이 없을 것이다. 이미 그 빵과 어린 시절 추억을 맞교환했으니 말이다. 그리고 행복했던 시절의 추억은 90년 대생 어른들에게 비타민이 되어 또 다른 행복을 선사하지 않을까? 이 만하면 충분히 제값을 치렀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어른들을 위한 재밌는 이벤트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모두가 많이 웃는 일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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