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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키 IKE Mar 19. 2022

어른들이 말했던 "치과가 무서워요"의 의미에 대하여

내 치아는 내가 책임지기로 했다. 부디, 나에게 용기를!

 거의 2년 동안 교정 때문에 매주 치과에 다녔고, 깨끗해지는 느낌이 좋은 나이지만 치과가 무서워졌다. 

여기서 말하는 무섭다는 것은 '위이잉' 소리가 아니다. 한국 의료진의 경우 대부분 좋은 서비스 마인드를 갖추고 있으므로 '물 입니다','바람 입니다'와 같은 사전 설명을 해줌으로써 진료에 대한 긴장을 낮출 수도 있다. 


 그러니 내가 말하는 무서움의 의미는 금전적인 부분이다. 어릴 적엔 어른들이 치과가 무섭다고 말하는 의미를 진료의 어려움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그럴 땐 '위이잉'이 뭐가 무섭다고, 웃어넘겼다. 그런데 어른이 되고 나의 치아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나에게 생긴 상황에서 그 의미를 200% 이해하게 되었다. 


"오늘 어금니 충치 1개 치료하시고, 엑스레이 및 스케일링 포함하여 94,700원 입니다." 


직원분은 당연하단 듯 결제 직전엔 할부의 여부를 묻는다. 치과 한번, 치아 하나 치료에 10만 원이라니... (그나마도 충치가 더 심하지 않아 최소의 비용이 발생한 것이다) 밥 먹고 꼬박꼬박 양치를 해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구나.  새삼 양치질의 중요성을 느끼기도 했지만 숨만 쉬어도 발생할 수 있는 비용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에 실감한다. 내가 나를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일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단순히 '위이잉' 소리만 무섭게 느껴졌던 어린 시절의 나를 떠올리며 부모님께 감사함을 느꼈다. 


성인이 되어 온전한 나로 살아가기가 이렇게나 어려운 일이었다. 삼시 세끼 꼬박 잘 챙겨 먹고 그때그때 양치를 해도 충치는 생긴다. 그럼 이 무서운 치과를 찾아야만 한다. 병원이 무서운 이유는 초기에 방문하는 게 무서워서 때를 놓치면 발생하는 비용은 마치 이자 복리처럼 몇 배로 늘어나고 더 아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른들은 자연스럽게 단 음식을 더 자주 안 먹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입맛이 바뀌게 되어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러니 어쩌면 마음 편히 누릴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 즐기자. 


 달달한 케이크 한 조각으로 기분 전환이 된다는 사실만 안다면 달콤한 디저트를 즐기는 일엔 200% 행복만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 한 조각이 밥 한 공기보다 높은 칼로리이고, 그렇게 축적된 살을 빼려면 러닝머신에서 최소 몇 시간을 달려야 한다는 사실이나, 치과 진료비용 같은 이후의 일이 떠오르면 불편한 진실이 되는 것이다.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알 수 있는 세상의 이치이자 불편한 진실을 더 많이 마주하기 전에 건강할 때 더 즐기고, 더 세심하게 챙기고, 가까이에 있는 행복을 많이 찾아봐야겠다! 그리고 그런 순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마주하는 것에 용기낼 수 있는 멋진 내가 되기를, 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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