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돈 1천원의 행복
토요일 저녁 어느 날, 여느 때와 같이 행운의 숫자 6자리를 확인하는데 하나, 둘, 셋, ... 그리고 넷!
정확히 4개의 숫자가 일치했다. 그랬다 난 로또 4등에 당첨된 것이다.
분명 이건 꿈이 아니었다. 심장이 두근거린다. 어림짐작으로 170을 넘었을 거라 예상하는 심박수를 부여잡고 나머지 숫자 2개를 확인한다. 아.... 우선 하나는 다르다, 그럼 나머지 하나는? 역시 이것도 달랐다.
로또 4등에 당첨된 순간, 내가 느낀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자면 흥분, 기쁨, 신남, 그리고 아쉬움, 후회, 좌절, 미련의 감정이 순식간에 휘리릭 지나갔다. 아 마냥 행복한 일이 아니구나?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는
4등이 되어 무려 5만 원의 당첨금이 생겼다는 기쁨보다 하나를 더 맞췄으면 3등 그럼 당첨금이 거의 백 얼마. 그러니까 갑자기 예정에도 없던 백만장자의 길을(물론 요즘은 로또 1등 되어도 백만장자까지는 되기 어렵다) 놓쳐버린 기분이었다.
정말 웃기는 일이다. 스스로 속물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는데 난 그 순간 누구보다 속물이었다. 그리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나서 뉴스로만 전해 듣던 '로또 1등 당첨자 파산' 같이 이해하지 못했던 심정을 조금은 헤아릴 수 있었다고 할까?
난 아직 로또 1등에 당첨될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아마 누구나 한 번쯤은 '만약에 내가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시나리오를 상상해 봤을 것이다. 조상님이 도와서, 똥 꿈을 꿔서 등등 지난 세월 동안 얼마나 많은 꿈을 뜻풀이를 기대하며 아침을 맞이했던가. '이 꿈은 재물운이 가득하다'라는 말이 나오면 그 길로 로또 구매자가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가능하면 로또를 구매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1등 당첨 확률이 0.000012% 그러니까 (8,145,060(814만 5060) 분의 1에 달하는 희박한 확률임을 너무 잘 알기 때문이다. 몇 만원 투자하고 '그 돈으로 이거나 살걸' 후회한 적이 하루 이틀이 아니다. 게다가 4등만 되어도 저렇게 멘탈 관리가 안 되는데 혹시라도 1등이 되면 아마 최소 무슨 해프닝으로 뉴스에는 나오지 않을까 싶다.
막연하게 어떤 경품에 당첨되면 행복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어서 내 마음을 내려놓지 않는 이상 100% 만족은 없는 듯하다. 4등이 되면 3등이 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생기듯 마찬가지로 올해 최신형 전자제품을 구매했는데 1년이 지나고 그게 여전하지 않듯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많은 것은 되려 욕심내어 쫓지 않을 때 더 쉽게 도달하는 듯하다. 행복해야 한다고 마음먹지 않을 때 비로소 행복이 가까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로또 4등에 당첨되어 5만 원이 생긴 날 나는 되려 없던 욕심이 생겨 불행했고 무엇이든 내가 감당해낼 수 있을 때 맞이할 수 있는 것이 행운이라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