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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키 IKE May 14. 2022

친구의 어머니께 말로 위로를 받다

미완성 어른을 감싸주는 어른의 깊이에 대하여

개인적으로 힘든 시기가 있었다.

책도 더 많이 읽고 내가 아는 '기분 좋아지는 방법'은 모두 총동원해 봤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다.

나에게 어떤 게 필요한 건지 도저히 모르겠어서 친구랑 호캉스(호텔+바캉스)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호캉스 디데이(D-DAY)

금요일 저녁 나의 법적 근무시간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PC를 off 한다. 평소라면 지하철역으로 향했을 텐데 이날만큼은 반대 방향이므로 좌석버스를 타러 이동한다. 친구를 만나서 뭐 특별한 걸 한건 아니다. 그저 적당한 호텔을 예약해서(신라스테이 광화문에 머물렀다) 만나서 일상을 묻다가 근처를 둘러보며 오늘 끌리는 메뉴('오목 집' 족발)를 먹었고 술잔을 기울이며 수다를 떨다가 편의점을 털고 호텔로 들어와서 2차를 했다.


우리는 밤새 수다 떠는 것을 상상했지만 현실은 피곤에 찌든 직장인이 12시를 못 넘기고 잠에 들었다. 다음날은 친구의 추천으로 근처 카페에서 여유롭게 브런치를 먹었고(역시나 수다), 각자 집으로 복귀하기 전에 잠깐 꽃집에 들러 즉흥으로 요청한 나의 제안을 받아준 감사의 의미로 꽃을 선물했다.


이 상황이 벌써 2개월 전이고 나의 상황은 놀랍도록 동일한데 지금은 많이 안정화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 이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나의 어려움을 공감해 주는 가족과 지인들' 덕분이라고 결론 내렸다.


1박 2일 호캉스가 끝나며 친구는 친구 어머니가 이런 말씀을 했다며 나에게 알려줬다.

"A가(저자) 힘들어서 너를 찾았다면, 아마 곧 다시 찾을 거야. 그럼 그때는 꼭 만나줘"


나는 그 순간 마음 깊은 어른에게 위로와 따뜻함을 받은 느낌이어서 울컥했다. 어른의 생각의 깊이는 다르구나.


2개월이 지나고 조금은 괜찮아진 지금에서야 그 말을 해석해 보자면, 평소 어려움을 주변에 털어놓지 않는 나의 성격을 아셨을 테고 그런 내가 친구를 찾은 건 그만큼 믿고 의지를 할 수 있다는 말일 거다. 그러니 그런 친구에게 힘을 얻었다면 또 찾을 수 있을 테니 다시 꼭 만나서 힘을 주라는 의미였다고 생각한다.


조금은 무리한 요구였음에도 흔쾌히 응답해 주고, 마치 자신의 일처럼 듣고 조언해  친구에게 그리고 멀리서도 힘든 친구의 마음을 알아준 친구의 어머니께 감사한다. 역시 정말 좋은 관계는 대단히 애쓰고 노력하지 않아도 진심이 묻어나는 사이라고 생각한다. 마치 오랜 세월 동안 한자리에서 사랑받는 국민 소울푸드 음식이 있듯 거창한 인테리어나 마케팅이 통하는  아니라 결국은 진심이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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