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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키 IKE Feb 14. 2022

<리틀 포레스트>가 아니었던 경기도민의 8개월 강원살이

자발적인 지방근무러가 되어보다. 

"이사님, 저 강원도로 파견 부탁드립니다." 


여느 때와 다르지 않던 화요일 오전, 내가 던진 한마디에 이렇게 많은 것이 달라질 줄 몰랐다. 

더 이상은 이 공간에서 근무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당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강원도면 어때 새로운 경험이 될 수 있을 거야. 



경기도민의 8개월 강원살이 


<리틀 포레스트>을 보면서 지방에서 근무한다면 드넓은 바다를 품고 쾌적한 자연과 공기가 함께하는 여유로운 삶도 좋겠다는 환상을 품었다. 평일엔 근무하고, 주말엔 바다를 안주 삼아 시원한 맥주 한잔하면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리는 삶. 어쩌면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삶일 거야. 


'강원도'는 다 바다를 품고 있다고 착각했었지 드넓은 대륙을 품고 내가 살던 곳과 그리 멀지 않다는 생각은 미처 하지 못했다. 차로 1시간이 걸렸다. 주말엔 대중교통 버스로 이동하기에 크게 무리가 없는 시간이었고, 평일엔 지친 체력으로 감히 엄두를 낼 수 없는 거리였다. 덕분에 난 마음 붙일 곳 없던 낯선 곳에서 마치 여행하는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냈다. 


요즘은 워낙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어서 별반 다를 게 없지만 내가 지내던 곳은 비교적 개발이 덜 이뤄진 곳이었다. 여름밤에 창문을 열고 자면 바로 옆에 있는 논에서 개구리가 떼창을 했고, 겨울에 눈이 내리면 항상 내가 먼저 뽀드득 소리를 내며 눈을 밟을 수 있었다. 항상 자연과 함께했지만 그렇다고 내가 주인공인 김태리는 아니었다. 봄에 아카시아꽃을 따다가 튀김을 하기엔 그리 부지런하지 못했으며, 여름에 자전거를 타며 온 동네를 누비기에는 자전거를 못 타는 찌질이었고, 가을엔 그저 떨어진 낙엽에서 감성이나 찾았으며, 겨울엔 추위를 피하기 바빴다. 역시 영화는 영화였다. 


새로운 곳에 가면 새로운 친구가 생긴다. 의지할 사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누군가 나에게 조금만 마음을 줘도 쉽게 문을 열었다. 이런 경험이 있기 전까지는 난 낯을 가리고 수줍어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을 했지 내가 이럴 것이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다. 오히려 나를 잘 아는 사람이 없으니 '본연의 나'의 모습이 나왔다. 감출 것도 없었고 숨길 것도 없었다. 그렇게 편한 상태에서 친구를 사귀니 더욱 빨리 친해졌고 자주 술잔을 기울이며 많이 웃었다. 지금 돌이켜도 즐거운 기억만 떠오르는 시절이다. 


강원도에 살아보니 이점이 많았다. 우선 맛의 고향답게 먹거리가 넘쳐났다. 여름엔 길에서 파는 옥수수도 그냥 옥수수가 아니라 찰 옥수수였고, 감자는 두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로 맛있었다. 또 한우의 고장이므로 한우를 쉽게 접할 수 있었고, 살면서 모르고 지나쳤던 많은 축제를 직접 참여해 볼 수 있었다. 수십 년을 지켜온 찐 맛집은 웨이팅 없이 들어갈 수 있었으며, 카페에서는 시간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 수 있었다. (인기 많은 카페는 2시간 시간제한이 있기도 하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 


직접 살아보지 않았다면 막연히 어땠을까, 다르지 않을까 상상만 했을 것이다. 그래서 난 경험을 통해 직접 얻은 결과를 좋아한다. 내 것이 되기 때문이다. 같은 장소, 같은 상황에 놓여도 우리는 모두 다르게 받아들인다. 다 다른 삶을 살아온 사람이므로. 앞으로의 내 삶에 또 어떤 새로운 경험이 쌓일지 기대되고 설렐 수밖에 없다. 이왕이면 돌이켰을 때 많이 웃었던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면 더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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