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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ASYSAILING Apr 11. 2021

노회찬 진박선언 1

Le conditionnel

분명 옛날에 이탈리아어로 이 conditionnel을 처음 배웠을 적엔

이 동사형이 조건절 뒤, 조언, 가정, 공손한 표현 등등등에 쓰이는 케이스 별로 예문을 읽으며 이 말의 '느낌'을 익혀보려 애썼을 것이다. 이 어려운 단계를 건너뛰고 바로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 같은 라틴계 언어를 배울 때의 꿀 같은 이득.

유사한 이탈리아어가 이미 익숙한 상태에서 프랑스어로 이 문법을 접하는 지금은 이 동사형을 쓸 때의 '느낌'이 이미 체화되어 있어, 이걸 어디에 썼더라- 하며 역으로 개별 케이스를 추리는 것이 오히려 더 어렵다.


'음.. conditionnel 포스팅의 커버 이미지를 뭘로 한담' 

하며 포스팅을 미루던 중에 국회의원 노회찬 씨의 안타까운 부고와 이후 추모 기사들을 접했다. 

방송 출연도 많이 하셨는데 한국 티브이를 많이 보지 않아 한 번도 '영상'으로 접한 일은 없었다. 호기심에 '노회찬 레전드' 류의 비디오를 몇 개 찾아봤다. 

아무래도 그중 최고는 '노회찬 진박 선언'이 아닐까 한다. ㅂㄱㅎ의 공약 미실천(혹은 역주행) 비판을 미간 주름잡고 정색하고 하는 거야 쉽겠지만 이 분처럼 촌철살인의 유머로 하는 것은 그야말로 한 차원 위다. 


"두 권이 있다면 박근혜 대통령에게 선물하고 싶어요."

"이 책을 다시 짓는다면 제목을 바꿔야 돼요. <약속을 바꾸는 세상>"

"제가 국회의원이 되면 제1호 법안은 해고를 어렵게 하는 법안, 그래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실현하는"

"노회찬 진박 선언(을 하겠다)"


이 모두 다 conditionnel을 쓸 만한 문장들이다.

앞부분 가정에 이어지는 뒷 문장에 쓰이는 동사가 이 conditionnel이다. 

주로 본인이 실현 가능성에의 회의를 가지고 있을 때 쓴다. (ㅂㄱㅎ 공약집이 두 권이 있거나, 공약집의 제목을 바꿀 수 있거나, 본인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실천하는 진박이 될 리는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때)

    Si j'étais milliardaire, je voyagerais tout le temps. 

    내가 억만장자라면 맨날 여행하겠다.

    À ta place, je prendrais des medicaments.

    내가 너라면 약을 먹겠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가정에 대해 쓰는 동사이니만큼 어조가 덜 강하다. 그래서 조심스레 누군가에게 조언을 하거나 부탁을 할 때에도 쓰인다.

    Est-ce que tu pourrais me passer le sel? 

    소금 좀 건네주겠니?

    Tu devrais manger moins de sucreries. 

    너 단것 좀 덜 먹어야 할거 같은데

    Vous devriez mieux vous organiser.

    당신들 오거나이즈 좀 하는 게 좋을 듯싶어요 

    Mes parents aimeraient faire votre connaissance.

    우리 부모님이 자기 만나고 싶어 해요.

    Nous pourrions aller voir les enfants dimanche, non?

    우리 일요일 애기들 보러 가도 되죠, 네?

    Qu'est-ce que tu dirais à une fille de 16 ans qui veut partir en vacances avec son copain?

    (너 같으면) 남친이랑 휴가 간다는 16살짜리 딸에게 뭐라고 하겠니?


다음 두 가지를 비교해 보자.

    Je voudrais un croissant.  저 크루아상 하나만 주세요.(공손)

    Je veux un croissant.  난 크루아상을 원해!


어떤 정보를 전달할 때도, 뭔가 좀 불확실하고 너무 확정적이고 싶지 않을 때 쓴다.

    Ton pére devrait arriver dans la matinée.

    늬 아빠가 아침에 도착할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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