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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흰남방 Apr 25. 2021

당신에게 고백할게요

공간의 보통날


매일 파리의 밤을 유영합니다. 

해가 저문 퐁네프 다리 아래 앉아 있으면 돌에 부딪히는 얇은 파도 소리에 마음이 간지러워요. 울렁이는 물결 위로는 파리의 풍경이 은하수처럼 찬란하게 펼쳐집니다. 강물이 하늘이면 도시의 빛은 까마득한 밤을 채울 반짝이는 별쯤 되는 거겠지요. 저는 지금 그 별 하나를 몰래 훔쳐 살며시 당신의 두 손에 올려 두려 해요.


백여 년 전 프랑스의 인상주의 화가들이 마주한 풍경을 저도 같은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겠죠. 클로드 모네, 오귀스트 르누와, 에두아르 마네 그리고 빈센트 반 고흐까지. 파리가 가장 아름다운 순간은 노을이 저무는 그때부터 시작된다 믿고 있어요.


노을은 흔히 저무는 존재이니 시작보다 끝나간다는 표현에 더 가까운 것 같습니다. 곧 태어나는 생기보다 사라져 가는 고독이란 단어에 더 가까운 존재입니다. 그러니 일출보다 일몰에 세상의 모든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엮어 두기 쉬울 거예요. 사랑은 아득한 밤하늘 위 고독한 별이 되어 빛날 때 더욱 아름다운 법 이니깐요.


퐁네프로 불어오는 북해의 바람은 결국 유한한 것이에요. 바람을 거슬러 올라 바다로 나아가다 보면 반드시 그 끝이 닿는 곳이 있을 겁니다. 무한한 나의 마음을 저 북해의 바람조차 다 품지 못할 거예요. 그 무한한 마음을 온전히 담아내기 위한 여행을 떠납니다.


저는 당신에게 고백하는 날, 그 얇고 새하얀 두 손에 숨겨둘 별이 우리의 무한한 마음을 담아낼 여행이라 말하고 싶어요. 기나긴 우리의 인생을 위한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프랑스 중부의 작은 마을로 떠나는 거예요. 그곳에서 딱 일주일만 머물다 다시 파리로 돌아오는 거죠. 별 것 없는 마을에 심심한 일들로만 일주일을 가득 채우고 돌아오는 거예요. 하지만 저는 알 수 있죠. 그 일주일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사랑하는 일주일이 될 거예요. 왜냐하면 그 여행은 오로지 당신이 나를 믿고 떠나는 내밀한 여행이기 때문이죠. 그 믿음은 우리가 마주할 인생의 예고치 못한 풍파처럼, 수많은 종류의 믿음 중 하나일 거예요. 그럴 때마다 생각하겠죠.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방법에도 다양한 종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요. 그런 작은 별 들을 모으고 모아 마음속, 커다란 행성 하나를 지으려 해요.


당신에게 고백하는 날. 

얇고 새하얀 그 두 손에 숨겨둘 별은 우리의 무한한 마음을 담아낼 여행이라 말하고 싶어요. 예를 들면 이런 거예요. 프랑스 중부의 작은 마을로 떠나는 거예요. 그곳에서 딱 일주일만 머물다 다시 파리로 돌아오는 거죠. 별 것 없는 마을에 심심한 일들로만 일주일을 가득 채우고 돌아오는 거예요. 하지만 저는 알 수 있죠. 그 일주일은 우리의 기나긴 인생 중 가장 사랑하는 순간이 될 거예요. 오로지 나를 믿고 떠나는 내밀한 여행이기 때문이죠. 그 믿음은 우리가 마주할 인생의 예기치 못한 풍파들 앞에 서게 될 수 많은 믿음 중 하나일 거예요. 그럴 때마다 생각하겠죠. 우리가 서로 사랑하고 아끼는 방법에도 수 많은 종류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요. 그런 작은 별 들을 조금씩 모으고 모아 우리의 마음속 커다란 행성 하나를 지으려 해요.


당신에게 들려주지 못한 마음을 들여다보다 마지막 장 위로 이 글을 쓰게 되었어요. 마지막으로 남은 한 장 위로 저의 마음을 포장합니다. 쓰여진 모든 글은 당신과 기나긴 여행을 떠나기 전 적어온 삶이니 이후의 글은 우리의 이야기로 채워가고 싶어요그 이야기들은 훗날 책으로 묶여 우리의 서재 한 편에 자리하겠죠.


저무는 노을은 저에게 하루의 끝 이라기보다 밤의 시작입니다. 저무는 노을을 나란히 보겠다는 것은 당신과 맞이할 이 까마득한 밤이 기다려진다는 의미일 테지요. 그 속에서 우리의 마음은 영롱하게 익어 갈 것입니다. 우리의 마음을 하나씩 풀어 적은 후 빈 와인 병에 넣어 센 강 위로 살며시 띄울 거예요. 배가 지나가며 스러지는 물결 아래로 깊고 무겁게 가라앉아 어느새 싹이 트는 계절이 찾아올 것이고 맺어진 열매가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된다면 하나씩 주워 와인을 빚을 겁니다. 그렇게 빚어진 와인의 빛깔은 우리가 함께 겪어갈 밤하늘의 별빛을 아득하게 품고 있을 거예요.


그러니 오늘 밤 당신에게 고백 할게요. 


단순한 한철의 고백 따위가 아니에요. 당신에게 떠 있는 고독한 별 들 사이로 유영하다 주저리주저리 수많은 미사여구를 나열하였지만 그 바탕에는 선연한 제 마음의 빛깔의 있어요. 그렇게 빚어진 와인과 분홍으로 가득 찬 퐁네프 노을과 마주한 빛깔일 거예요. 

그러니 당신아. 


이 마음. 가져가요. 

무한하고 기나긴 북해로의 여행을 

우리 함께 떠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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